brunch

하루에 한 번, 나에게 묻는 질문

by 도시 닥터 양혁재

의사라는 직업은 매일 수많은 질문을 받는다.

"많이 심각한가요?"

"괜찮아질 수 있을까요?"

"수술을 꼭 해야 하는 거죠?"


환자들의 물음에 답하는 일상.

하지만 정작 내게는 하루에 한 번이라도 질문을 던졌던 적이 있었을까.


3년 전, 오지 마을을 찾았던 시절이 있었다.

토요일이면 병원에서 벗어나 진료 한 번 받기 어려운 산골 마을로 들어갔다.

무릎이 퉁퉁 부어 걷지도 못하던 어머님, 허리가 굽어 두 손 짚고 나오시던 어머님.

그분들은 내게 질문하지 않았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눈빛만 보여주셨다.


나는 매일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오늘도 최선을 다했을까?'

'오늘 만난 어머님들께 진심이었을까?'

'다시 돌아가더라도 이 시간을 기억할 수 있을까?'


그 물음들이 하루의 끝에서 나를 붙들었다.

환자를 치료하는 일은 곧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는 걸.


"의술은 곧 인술이다."

내가 늘 되뇌며 다짐한 말이다.

사람을 만난다는 건, 상대방의 삶의 일부에 녹아드는 일이라는 걸

그때 비로소 배울 수 있었다.


지금은 병원에서 진료와 수술에 집중하고 있지만,

도움을 드리고자 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멀고도 불편한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보답해 드리고자 한다.

건강은 선택이 아니라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환자마다 다른 사정, 사연, 상황을 듣고 그에 맞는 치료 방법을 고민한다.

수술만이 답이 아닌, 그들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었는지 묻는 요즘.

그 질문들은 내가 길을 잃지 않도록 이정표가 되었고,

언젠가 다시 산골 마을을 찾아갈 날을 기다리며 마음속 징검다리가 되었다.


징검다리가 완성되면 다시 여행을 떠날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