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진료를 보다 보면 수많은 사람의 '아픔'과 마주하게 된다.
누군가는 통증을 겨우 참아가며 문을 열고 들어오고,
누군가는 밤새 뒤척인 흔적을 얼굴에 그대로 담은 채 진료실에 들어오곤 한다.
나는 그분들의 삶에서 잠깐 머무르지만,
가끔은 그들에게 나는 어떤 의미였을지 생각한다.
어떤 분에게는 희망 한 줌이었을 수도 있고,
잠시 기대는 의자 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저 내 아픈 다리를 고쳐줄 '의사 1'로 스쳐 지나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인연이 다 소중하게 느껴진다.
인간관계란 버스에 타고 내리는 것과 같다고 하지 않은가.
누군가는 짧게 머물렀다 가고, 누군가는 종점까지 함께 가는 법이다.
생각해보면, 수많은 버스 중 같은 버스를 타려면
날짜도, 시간도, 행선지도 같아야 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건 그런것이다.
어렵고도 기적같은 인연이기에 스쳐지나가는 관계조차
의미를 담아본다.
예전 오지 마을로 봉사활동을 다니던 시절,
하루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런 상상을 하곤 했다.
'오늘 내가 잡아드린 손, 건넨 말 한마디에 어머님이 흘린 그 안도의 눈물이
그분들의 삶에서 어떻게 기억될까. 어떤 흔적으로 남을까.'
'몇 년이 지나도 그 기억이 따뜻하게 남아 있을까.'
적어도 나는, 아직도 어머님들의 함박웃음을 잊을 수 없다.
정기적으로 검진하러 오시던 어머님들은
이제 일상을 되찾아 거의 오지 않을실 만큼 건강해지셨다.
그래서 가끔 뵐 때 더 반갑다.
"선생님, 그때 기억나요?"
"아들, 그때 있잖아~"
짧은 한마디에
그 시절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그분의 가벼워진 걸음 뒤에 내가 힘이 되었기를.
그분의 하루가 어제보다 덜 아프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치료에 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