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유월 Dec 05. 2023

#0. 돌이켜 생각해보니

 


좋았다면 경험이고 나빴다면 추억이랬나. 그 반대였나.

암튼, 인테리어를 마무리짓기도 전에 지금 셀프 인테리어의 경험은 글로 남겨야겠다고 다짐했다. 첫번째로 나와 와이프의 약간의 무모함을 기록하고 저장하기 위함이고, 두번째는 혹시 모를 누군가가 나와 같은 길을 가지 않길 바라는 점에서 였다. 그리고 마지막 이유는 머지않아 호작질을 업 처럼 여기는 우리 부부가 어느 한 시골의 구옥을 사다가 골조만 남기고 죄다 뜯어버렸을 때, 가이드라인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이다. 그렇다. 진짜 그만두고 싶을만큼 힘들었지만, 한 번 해봤다고, 다음에 또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나와 와이프는 약간 용감한 편인 듯 하다.


 
여튼, 우리는 가진 돈이 넘쳐나서 빈 집을 계약하고 공실을 만들어서 셀프인테리어를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물론 지금 이 글을 읽는 어떤 독자분은 여유로운 마음과 약간의 호기심과 어느정도 자신감으로 ‘그래서 너희는 셀프 인테리어를 어찌 했는데?’ 라는 질문을 갖고 이 책을 펼쳐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 그렇지 못했다. 
와이프와 나는 결혼을 약속하며, 결혼식 전에 살림을 합치기로 했다. 그렇게 작은 월세 아파트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아파트 전세를 다니면서 집 없는 사람의 설움을 톡톡히 치뤘다. 그리고 전세 계약이 마무리 되기 넉달 전, 이제 슬슬 부동산 눈팅을 해야하지 않느냐는 설득을 당했다. 말이 좋아 설득이지, 이제 좀 관심좀 가져보라는 협박에 가까운 윽박이었다. 와이프는 전세 아파트에 이사 오면서부터 종종 지역의 아파트 매매와 전세 시세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그 관심이 마침 관심 동네를 지나가다 핸들을 꺾게 만들었다. 아파트 정문에 들어서서 대충 아무 주차장 자리에 넣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부동산의 문을 열었다. 


 
만일 그 부동산 사장님이 부재중이셨다면, 단지를 둘러보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장님이 계셨고, 그 사장님은 우연히 딱 고민했던 아파트의 딱 고민했던 위치의 동, 그리고 희망 범위 내에 있던 층과 희망 뷰를 가진 아파트에 데려갔다. 게다가 딱 우연히 공실이었다. 그리고 또 또 우연히 그 집 주인 할아버지께서 두말도 없이 흔쾌히 관리비를 책임지는 조건으로 인테리어 공사기간을 주셨다. 이건 만나는 순간 계약을 안할 이유를 찾기 어려운 만드는 집이었다. 계약을 고민해야할 이유가 있긴 있었다. 희망 인테리어의 눈이 너무 높았는데다, 총알이 넉넉하지 않았다는 정도?


 
그래도 당시 우리는 마음 먹은 바가 있었다. 부동산은 저지를 수 있으면 저지르고 봐야 한다. 지금 아파트를 샀던 가격은 바로 전세 아파트 이사갈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럴거면, 전세 계약하지 말고, 매매로 와버릴껄! 그럼 집 값을 조금 더 많이 갚았을텐데!


 
여튼, 우리는 이제라도 우리집을 갖자는 마음이 컸다. 어차피 인테리어의 대부분의 비용이 인건비일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으로 재료값만 내고 몸으로 해결해보자는 심리가 가득했다. 와이프와 격일로 운영할 학원을 차린지 수 개월밖에 되지 않았고, 학원 특성상 오전에 비교적 시간 활용이 자유로웠기 때문에 셀프 인테리어 까짓! 이라는 만용에 취해있었다.


  
우리는 유튜브와 구글링을 통해 아주 적은 지식을 얻었고, 돈도 없는데 시간은 있고, 몸뚱아리가 두개이니까 어떻게든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만 더욱 늘어갔다. 오산이었다.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을 땐, 이미 거실 벽에 벽지와 초배지는 물론, 인터폰과 콘센트 심지어 보일러 컨트롤러도 없이 콘크리트만 남았을 쯤이었다. 


 
와이프의 열혈 유튜브 시청으로 우리의 인테리어 희망편은 하늘 높은 줄 몰랐지만, 손과 체력은 절망편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학원이라는 생업이 있어서 하루에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반에서 두시간 남짓. 어떻게 보면 다행인 것이 거지같은 체력으로 고된 인테리어 작업을 버틸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타임 리미트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는 다음에 또 셀프 인테리어를 해보라고 한다면! 


Oh, My God. 


제발 그것만은... 


음....


 
조금 더 잘할 수 있겠는데? 하는 마음이 들면서 이 글을 쓰기로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