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유월 Dec 05. 2023

#1. 철거는 노 셀프가 정답 (1)


모든 일에는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 물샐 틈 없는 계획을 세우더라도 끝끝내 수정, 수정2, 최종, 최최종, 진짜끝. 으로 이어지는 변경 계획들이 물밀듯이 밀려오고만다. 세상만사 계획대로 돌아가면 누가 어려운 삶을 살아보려 할까. 그리고 그런 인생은 뭐 별로 재미도 없을 것이라고 자기 만족적 위안도 해보자! 아자!


 
우연찮게 좋은 가격에 좋은 위치에 좋은 조건의 집을 구해서 셀프 인테리어를 결정하는 순간에도, 나름의 계획이 필요했다. 사실 우리는 충분한 고민과 계획과 합의를 도출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자산과 소비될 여유 자산. 은행의 힘을 받을 수 있는 정도와 시기. 그리고 새로 시작한 일에서 또 빠져나가야할 자산을 고려하며, 지금의 우리가 집 인테리어로 쓸 수 있을 자산의 크기를 가늠해보았다. 여기서 일차적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긍정적인 사람들이고, 긍정적이지 못한 상황에도 긍정적이고 한량적이고 유희적인 삶을 선택하는 사람이었다. 

“ 오키, 갈아엎어보자! ”


"그래 그래보자!"
그리고, 우리는 그러지말았어야 했다. 누구 하나는 정신을 차렸어야했다. 

(잠시 심호흡)


우리 부부가 인테리어를 고민하면서 셀프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아무리 긍정적인 사고를 해보아도 총알이 여유롭지 못했다. 그러면서 아주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마음으로 ‘우리가 할 수 있겠는데! ‘ 하는 일은 우리가 하기로 했다. 반대로 말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할 수 없다고 결론 지은 일들이 몇가지 있었다. 


"그래 아무리 자신넘쳐도 우리 안전을 위해 물불은 가리자 !"


였다


 
첫번째로 전문가를 부르자고 결정한 부분은 화장실 배관과 방수였다. 와이프의 로망으로 시작된 그것은 나에게 강요되었으며, 끝내 우리의 로망이 되었다. 주택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 작은 베란다를 만들어서 자쿠지를 만들 것이며, 아파트로 이사가게 되면 욕실에 조적식 욕조를 만들기로 했다. 조직식 욕조는 큰 물을 가둘 것이 아니므로 하중계산은 생략하고 우리가 직접 한땀 한땀 벽돌을 쌓기로 했다.


 
그리고 두번째는 바로 내외부 샷시. 첫번째로 20년이라는 아파트의 나이는 방풍을 하지 않으면 난방비와 직결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 두해 살다가 차액을 벌어서 파는 그런 집 투자는 실력이 모자랐다. 무엇보다 정말로 ’ How to - '그 자체를 알 수 없는 영역이었다. 어머니의 지인 찬스를 통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샷시를 추진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뭐 우리가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지인 찬스를 쓰는 김에 제대로 쓰기로 했다. 

“철거를 저희가 할 예정인데요, 폐기물만 처리해주는 업체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샷시 폐기하실 때 저희 철거 폐기물도 같이 부탁드려요! “ 

어설프게 뭣도 제대로 못할 것 같은 남자애(마흔) 하나 여자애(서른다섯) 하나가 상냥하고 자신있고 쑥쓰럽게 부탁하는 모습이 귀여워보이셨는지 쓰레기 차 운행비만 조금 더 받기로 하신 사장님은 흔쾌히 그러겠노라고 답해주셨다. 


 
아니, 그 사장님은 우릴 위해서라도 그러지 마셨어야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렇게 샷시 예정일을 받아놓고 지옥의 3주가 시작되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출처: https://soyouwol.tistory.com/entry/1-철거는-노-셀프가-정답 [유월의 이야기:티스토리]

이전 01화 #0. 돌이켜 생각해보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