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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유월 Dec 26. 2023

#2. 대환장의 타일공사 (2)

둘째 날이 되었다. 무식한 셀프 인테리어를 한다는 소문에 부모님이 도와주러오셨다. 보시곤, 대노하셨다. 준공 검사를 내 줄 수 없다는 악평을 들었다. (아니 뭐 사실 준공검사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긴 했지만) 시무룩한 표정과 몸짓으로 괜히 꾸역꾸역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청천벽력같은 말을 또 들었다.


“공사비 줄테니까 이런건 제대로 해라!”

아이고, 감사합니다. 


우리는 부엌만 마무리 짓기로 했다. 부엌 시공일정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하던 타일을 마무리 지어야만 했다. 부엌까지 견적을 내고 시공을 기다릴 틈이 없었다. 잠깐 미래를 다녀와서 말하자면, 결국 부엌 업자는 시작만 빼고 중간부터 끝까지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부엌 업자가 시공일자를 지켜주지 않아서 너덜너덜(?)한 부엌 타일이 며칠간 고스란히 드러나있어야 했다. 너덜너덜한 부엌 벽. 누가 그랬겠는가. 내가 그랬지 뭐.


여튼,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부엌 타일 3일째가 되어서 나는 새로운 아이템을 알았다. 평탄클립. 타일과 벽 사이에 넣는 압착시멘트 양에 따라 타일 벽엔 층고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 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평탄클립을 구매하는데 만원이면 충분했다. 그리고 그 평탄클립을 사는 3일 째 오전, 와이프느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진작에 이거 사자고 했잖아!!!”


사자후가 터졌다. 아, 난 기억에 없는 걸. 그리고 이거 없어도 잘 할것 같았는데 뭐. 

평탄클립을 사서 현장으로 돌아와보니, 남은 타일은 스무장 안팎. 평탄클립의 효과는 아주 대단했다. 


“내가 진작에 이거 사자고 했잖아!!!”


복사 붙여넣기 사자후가 또 터졌다. 진작 평탄클립을 샀더라면 부모님이 안도와주셨을지도 모를만큼 잘해서 안된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며 사건을 무마시키며, 부엌 타일을 마쳤다.

그 다음날, 타일 업자분이 오셨다. 시공해야 하는 부분과 함께 부엌 벽을 보시면서 말씀하시길,


“여기도 다시 하실꺼죠?”

아, 왜 그러세요. 


“아... 아니요, 여기 바로 부엌 가구가 들어와야 해서 시간이 모자라요. 어차피 여기 부엌 용품으로 가려질 예정이에요.”


웃으며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견적을 두드려 받는데 조금 움찔했다. 화장실 바닥과 벽, 앞 뒤 베란다 바닥, 현관 바닥까지 하는 시공비만 130만원이었다. 필요한 부자재들은 어차피 써야할 돈이었으므로 그렇다 쳐도 면적으로 따져보면 부엌까지 맡겼더래도 시공비만 200만원안에 해결되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부모님이 도와주셨으니 이런 기분이 드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 3일 동안 70만원치 했다. 음, 전문가 수준이 아니니까 50만원으로 스스로 합의를 봐야겠다.


시공이 시작되었다. 전문가는 전문가였다. 뚝딱뚝딱하셨다. 화장실 배수로 경사를 만들고 타일 작업을 하는 모습을 견학(?)하면서, 역시 유튜브를 보면서 느꼈던 그 감정이 다시 샘솟았다. 진짜 저건 못했을 것 같은데? 아마 직접 했다면, 아랫집에 물이 줄줄 새지 않았을까? 방수작업은 전문가에게 맡겨뒀으니 아마 샤워 후 물이 안 흘러내려가서 샤워하고 쓸고를 반복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 모든 일들이 걱정되어서 마구 경사를 줬을까?


설비 기사님도 오셨다. 화장실 설비 세팅은 화장실 당 22만원! 아주 정액제로 운영되는 듯 했다! 천장도 샀고 샤워부스, 세면대, 도기 등등 기본적으로 준비해두었으니 설치하는데만 22만원이었다. 어차피 부모님이 도와주시는 부분이라 말은 안했지만, 어? 이러면 조금 비싼데 싶었다. 

도기 앉히고 실리콘 쏘고, 세면대 걸어서 실리콘 쏘고, 샤워부스 붙여서 실리콘 쏘면 끝이지 싶은데 무슨 화장실 한칸 작업해주는 시공비가 22만원인가 싶었다. 천장도 마찬가지였다. 규격 맞춰서 나올텐데 얹고 실리콘 쏘면 땡인데?


내가 어리석었다. 그들은 초심자(?)의 용기를 무색하게 하셨다. 일단 진짜 그 들(!) 이었다. 혼자서 작업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도기 무게는 정말 혼자 끙끙거리며 들 수 있을 정도였다. 둘이서 기합을 맞춰 들어야 안정적으로 작업이 가능했다. 그리고 우습게 보았던 천장작업도 현장에서 맞춰야 하는 부분도 많았던지 다시 측정하고 글라인더로 자르고 얹어보고 내리고를 수차례 반복하고 나서야 천장이 완성되었다.


어느정도 앉힌 뒤에야 전문가느님이 물어보셨다.

“거울이나 다른 설비는 없나요?”


아 이런, 내가 할 생각으로 정말 기초적인것만 먼저 사두고 나머지는 천천히 사려고 했던 것이 탈이었다. 해주실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아, 나중에 제가 할게요.”


머쓱 웃으며 전문가느님 둘을 환송했다. 훗날 원형 거울이 도착해서 예쁜 드릴로 예쁘게 뚫는 것 까진 성공했으나 거지같은 코킹 스킬 덕에 실리콘을 손으로 빚어야 했다는 것과 수건걸이를 설치하기 위해 예쁜 드릴로 예쁘게 구멍내는 데 까진 성공했지만 고정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화장실 작업을 마쳤다. 이제 셀프 인테리어 하면서 화장실 걱정은 없었다. 그동안 급해지면 카페 간 김에 볼일을 보고 오거나 아니면 빠르게 작업을 종료했었는데 이제는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 물론, 아직 문은 없지만 말이다. 여튼, 화장실 작업을 마쳤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역시 전문가가 달리 전문가가 아니구나. 


돈이 최고구나. 휴.


공사가 다~ 마치고 나서 우리의 다음 집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의 다음 집은 약간 도심에서 벗어난 외진 곳에 주택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다시 공사를 한다면 타일은 다시한번 도전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어떻게 그렇게 결정했지?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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