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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유월 Dec 19. 2023

#2. 대환장의 타일공사 (1)

그렇다. 우리는 타일 시공을 셀프로 해보기로 했다. 타일을 해야 할 곳은 화장실 바닥과 벽, 그리고 앞 뒤 베란다 바닥. 현관문 바로 앞 1평방미터 정도의 바닥, 그리고 부엌 싱크대 벽과 반대 벽. 생각보다 많은 공간을 타일 공사를 하기로 했다.


어후, 왜 그런 부적절한 생각을 했었는지!


타일을 셀프로 하고자 한 이유는 별거 없었다. 바로 총알 부족. 경사가 맞지 않아서 배수가 잘 안될 수 있는 점은 그냥 청소를 잘하자! 로 마음 먹었지만 만일 화장실 바닥이 방수가 되지 않으면 이건 또 생각보다 큰 문제로 번질 수 있었다. 어쩌겠나, 전문가를 뫼셔야지!


그렇게 뫼신 전문가분은 포스 넘치는 할아버지셨다. 이미 정년은 훌쩍 넘기신 듯한 선생님은 견적을 보기 전날까지 옆동네에서 펜션을 짓다 오셨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이어지는 우리쪽 설명. 돈이 없어 타일 공사는 할꺼구요, 욕조를 빼고 조적식 욕조를 넣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욕조 빼고 방수처리까지만 해주시면, 제가 그 위에 타일을 잘 발라 볼게요. 등등.


어설퍼보이는 부부가 직접 인테리어를 하겠다는 그 망언이 귀여우셨는지 욕실 외에 여기저기 함께 살펴주셨다. 펜션이었으면 외부샷시를 두고 안에 추가 한장을 넣어서 이중창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는 쓸모없는 팁에서부터, 욕조 배수관은 사이즈가 다르니 직접 사다가 체크해주겠다는 감사한 도움까지 챙겨주셨다.


그렇게 벽지를 떼고 있는동안 욕실에선 욕조가 끌려나왔고, 세면대와 도기가 깨져서 끌려나왔다. 욕실 설비에 쓰는 각종 커다란 공구와 (무선 해머드릴을 가진 나에겐 현장의 공구들이 매우 커보인다!) 시멘트 몇 포대가 그 앞에서 진을 치고 커다란 대야에 개어지더니 처덕 처덕 공사가 진행되었다. 그 포대의 양과 공구의 크기는 앞으로 우리가 넘어야 할 타일 공사의 험준함을 대변하는 듯 했다. 3일을 하시겠다던 선생님은 3일하고도 잠깐 잠깐 이틀을 더 보시곤 쿨하게 안녕하셨다.


유튜브는 확실히 봤지만, 일단 욕실과 같은 두려운 곳보다 부엌 벽면과 같이 대충해도 침수 문제가 없는 곳 부터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욕실 인테리어 업체를 돌아다녔다. 인터넷 가격과 한참 비교했지만 배송비와 파손, 등등을 고민해보면 오프라인 구매가 낫겠다는 결론으로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제일 처음 간 곳은 뭔가 세련된 곳이었다. 각종 타일들이 즐비했고, 화장실에서 쓰는 세면대 도기, 욕조, 부스가 여러 브랜드가 즐비해있었다. 일단 체크하기 쉬운 설비들부터 가격을 구경하는데 진짜 천차만별이었다. 중저가로 브랜드 맞춰보고, 타일을 골랐다. 그리고 운을 뗐다.


“직접 할건데요…”


약간의 비웃음이 옅게 깔린 업자의 조언들이 돌아왔다. 어떻게 어떻게 하시면 되요. 저렇게 저렇게 하시면 되요. (이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못하리란걸!) 그래서 덧붙여보기를,


“혹시 하다가 중간에 시공을 부탁드릴 수 있나요?”


와.... 단칼에 절대 안된다고 답변을 받았다. 아마추어 시공 중간에 들어가서 잘못되면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렇게 되면 모아니면 도 라는 심정으로 임할 수 밖에!


다른 곳도 구경해보겠다고 인사하고 다음 집으로, 또 다음 집으로 견적을 내러다녔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첫번째 집에서 덜컥 했더라면, 이미 절판되어 없어진 업체의 물건을 살 뻔 했다는걸! 역시 어느정도 발품은 팔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네 곳 업체의 견적을 비교해보고 마지막으로 인터넷 가격을 비교해보았다. 당연히 인터넷 업체가 저렴했지만, 이 또한 배송비를 얹고보면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다. 정말 큰 차이를 보이는 샤워부스 세트만 인터넷에서 주문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오프라인으로 구매를 완료했다.


방수 선생님이 욕실 처리를 마치시고 삼주 뒤, 타일을 1층에서 10층으로 꾸역꾸역 나르는 것으로 타일 공사가 시작되었다. 그럴싸하게 레이저 레벨기도 켜고, 나름 수평이랍시고 맞추고 압착 시멘트를 개어서 첫 타일을 붙여나갔다. 줄눈클립을 붙이고, 다음 타일을 붙이며 공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커팅의 순간은 제법 빠르게 찾아왔다. 콘센트 구멍! 글라인더가 있지만 글라인더 작업 자체가 능숙치 않아서 조각조각을 내어 붙이기로 했다. 어차피 부엌 가구나 냉장고가 가려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 쩍. -


애초에 타일 커팅기를 어떻게 써야하는지도 잘 몰랐다. 유튜브 사장님들이 쓰는 장비는 엄청 고가일텐데, 우리 장비는 쿠팡의 싸구려였다. 레벨 100 캐릭터가 전설 등급의 +15 무기로 레벨 10 몬스터를 잡는 현장에서, 레벨 1 캐릭터가 게임 시작하면 주는 녹슨 철검같은 장비로 중급 몬스터를 잡는 기분이었다. 그럴땐 현질. 타일이 조각조각 날아갔다.


스포 먼저 하면, 일련의 타일 공사 과정에서 날린 타일값만 십수만원은 되었다. 장비라도 좋은 걸 샀어야 했다. 돌이켜생각해보면, 전기 공사를 하다가 마감이 마음에 안들면 뺏다가 다시 붙여도 되었고, 그것도 아니면 새것으로 교체해도 크게 비쌀 일이 없었다. 실리콘 코킹도 마찬가지! 안예쁘게 마무리 되어서 새로 하려고 실리콘 한박스를 사도 삼만원이면 되는데, 타일은 5장에 3만원. 게다가 압착시멘트가 마르고 나야 어떤지 알 수 있는데, 어?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라고 해도 그 타일을 도로 뗄 재간이 없었다. 한 장, 한 장이 진검승부의 세계였다.


게다가 또 하나의 문제에 봉착했다. 우리가 고른 타일의 긴 쪽이 600mm 였는데, 커팅기는 450mm 사이즈였다. 세로로 길게 자를 수 없었다. 이런.


첫 날 공사가 마무리 되었다. 부엌 반대편 벽면의 절반쯤 했는데, 이미 줄눈 사이즈는 통일되지 않은지 오래였다. 그리고 부엌 쪽 벽면도 함께 진행했는데, 수도관이 나오는 부분에는 계속된 커팅 실패로 의도치 않게 모자이크 공사를 하게 되었다.


괜찮아. 여기도 싱크대로 가릴 부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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