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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호 Nov 17. 2019

그리운 밤





언제나 말이 없었지만 홀로 찾은 이방인이 혹 불편할까 조용히 곁을 지켜주던 친구 더블루. 마지막 밤을 보내기가 아쉬워 곁에 앉았습니다.


그가 부족했던 지난 사랑을 들려주었습니다. 그의 어리석었음을 함께 원망했습니다. 이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지금을 위로할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아 오래 바라도 보았습니다. 얼큰하게 취하고 싶었으나 모자랐던 그의 사랑처럼, 술이 모자란 밤이었습니다. 다행이었겠죠. 그 후로 술은 입에 대지도 않는다는 그의 지금처럼, 어떤 위로도 소용이 없는, 어떤 후회로도 지울 수 없는 잘못이 있는 것입니다.


그저 아플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아픔이 우리로 인해 아파야 했을, 이제 다시 만날 수 없는 누군가를 위한 유일한 사과의 표현일 뿐이었으니. 들리지 않을 것이지만 매일 미안하다는 말로 하루를 시작하고 떠난 이의 안녕을 바라며 잠을 청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아픔과 사과는 낭만적이지도 않은 무기징역의 감옥. 그러나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그로 인해 아팠을 가족들에게 평생 용서를 받을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 조금 더 아프자. 나를 잊지 말아 달라던 너의 눈빛만은 오래 간직하겠다. 그리고 우리 다시 만나 그 밤을 달래 보자. 그때는 나는 조금의 위로를 전할 수 있기를.'


당신에게 미안한 이유로 이토록 아팠노라, 스스로 나의 잘못을 용서하던 지난날의 나는 얼마나 이기적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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