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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현준 Mar 29. 2021

이 비가 지나야 봄이 온다는 걸 알면서도 주말 내내 내리는 비는 원망스럽기 마련이다. 

나가야 할지 고민이 되지만 따듯한 커피 한 잔이 생각나서 길을 나섰다. 

매일 같은 출퇴근길에선 몰랐던 벚꽃들에 눈길이 닿는다. 

늘 초록빛이 봄의 시작이라 생각했는데 사실 봄은 노랑과 하양, 분홍색의 전단계가 있다는 걸 알았다.

습도와 멀리 안개로 뒤덮인 풍경 덕에 기분이 차분해진다. 

싫지만 이런 날씨들로 들뜬 기분과의 균형을 맞춰준다고 생각하니 날씨의 영향력에 새삼 놀란다.

주문한 게 나왔다. 몇 년 전,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본 적이 있다. 

특유의 분위기와 소소한 음식들에 매료되어 그 후, 몇 번을 더 보았다. 

유독 크렘 브륄레의 맛이 궁금했는데 고개가 끄덕여지는 걸로 봐선 상상했던 것과 비슷했을 것이다. 

같이 주문한 필터 커피가 과해지려는 달콤함을 잡아준다. 

조합이 좋다고 생각하며 목구멍으로 넘어가기 전에 좀 더 시간을 끌어본다.

비릿하고 흐릿한 풍경들이 보고 싶었는지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진다. 

나는 이만 자리를 내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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