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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에서 만난 특별한 손님

우연히 탄 비행기의 부기장이 친구라면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 친구들은 한 동안 나에게 기내방송을 해달라고 한 적이 있다. (좀 많이)


야. 그거 해바. 레이디즈 앤 젠틀맨~

그거 네가 하는거 아니야?


오늘도 잠깐 설명을 붙이자면, 우리는 이 방송을 PA (Passenger Announce) 라고 부른다. 손님들을 환영할 때, 비행기가 너어어어무 많이 흔들릴때, 출발과 이륙이 지연될 때 등 기장이 손님들에게 마이크로 하는 방송이다. 일종의 서비스 개념처럼 느껴지지만, 기장이 이 비행기를 안전하게 컨트롤 하고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의미도 있다.  


가족들도,

탈건설은 지능순이라고 외치던 친구들도,

드론을 날리다가 직접 날리다가 직접 날고 싶어서 떠났다고 알고 계신 지도교수님도,

신기한 마음에 재미로 시키는 기내 방송 덕에 방송이… 정말 많이 늘었던 것은 안 비밀이다.


카-톡


혹시 제주김포 비행이야?


제주도 레이오버 비행의 마지막 날, 갑자기 온 친구의 카톡에 장난치는 마음으로 ‘나랑 같은 비행기로 바꿔~’ 라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나와 같은 비행기였기 때문이다. 아주 우연히. 나는 조종실에, 친구는 남자친구와 함께 객실에. 그렇게 같은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기장님, 사실 갑자기 알게 되었는데

제 친구가 비행기를 타나봐요.


기장님은 씨익 웃으시더니,


오 그래? 그럼 이착륙이랑 방송 네가 해.


술자리에서 비행기 객실과 비슷한 조명과 유튜브로 ASMR 소리를 틀어가며 기내방송을 해달라고 했던 친구는 곧 진짜 방송을 듣게 되었다.


이때 까지만 해도 몰랐다. 나도 친구도 같은 비행기, 다른 자리라는 것을


분주했던 출발 준비가 끝나고 손님들이 타기 시작했다.

브리핑도 미리 하고 손님들이 다 타기만을 기다리던 중


요파야. 저기 네 친구인거 같은데?
가서 손 흔들어줘.


기장님 쪽 창 밖에는 기장석 창문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한 커플이 서 있었다. 누가 봐도 아는 사람 있어요 라는 텐션으로 이따금씩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에 멋쩍게 손을 흔들어줬다. 기장님께서는 괜찮다고 하셨지만 그럴 수록 비행 부터 잘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리고 잠시 뒤, 탑승이 모두 마무리 되고

방송을 했다.


손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그리고 이 방송은 절었다.

평소와 다르게.

이때도 속으로 꾸-웅 을 외쳤던 것 같다.


띵-


늘 그렇듯 무탈하게 비행이 종료되고 안전벨트 신호등이 꺼지며 비행기에서 북적이는 소리가 났다. 손님들이 하나 둘 내렸고 친구들은 탑승교에서도 잠시 조종실을 바라보고 지나갔다. 조종실 창문에서 보이는 커플의 모습이 귀여워서 사진으로 남겨주고 싶었는데, 마음만 간직했다.


이 느낌이 되게 묘했다.

입사 이래 그렇게 제주와 김포를 왔다갔다 했는데도 특별했다. 어떤 기분이 드냐는 질문을 스스로 해봤지만 그때도 지금도 특별하다는 마음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친구 커플에게도 “여러 가지 의미로” 인상적이고 뜻깊은 여행이자 비행이었겠지만.


타고 내리며 나를 찍어 보겠다던 그들의 의지. 고마워~




요가를 해본 사람들은 안다. 매일 같은데 다르다. 그리고 아주 다르고 특별한 날이 있다. 어느 정도 요가를 하다 보면 새로운 동작이 자주 없다. 선생님께서 동작과 수업 내용에 변화를 주더라도 다음 동작이 예상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매일 비슷한 내용의 수업이더라도 요가는 매일 다르다. 같은 김포와 제주를 오고 가는 비행이더라도 날씨와 비행기의 상태,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에 따라 조금씩 다르듯 요가도 그 날의 분위기와 나의 기분과 마음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동작 속에서 더 깊게 집중하기도 하고 예전 보다 더 몸이 잘 늘어나는 느낌을 가지는 때도 있다.


으어어어 선생니이이이임 대바아아악
끼아아아아아앆!!!!

신기하게 들리겠지만, 고요하고 진지함 한 가득일 것 같은 요가원에서 이런 소리가 들릴 수도 있다. 놀라지 말자. 오늘의 요가가 그 분에게 특별하다는 의미다. 주로 안 되던 동작이 갑자기 되는 순간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머리서기 자세를 처음으로 성공했다거나, 차투랑가 단다사나를 무릎 안 대고 처음 성공했다거나, 바카사나로 내 몸을 번쩍 들어올렸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가끔은 아파서 지르는 비명일 수도 있다.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친구 커플이 탔던 비행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수 없이 많이 가본 제주와 김포 노선이었지만, 날씨와 비행기, 그리고 사람이 주는 다름을 넘어 특별했던 기억이기 때문이다.


그런 순간이 매일, 아니 자주 찾아오지 않아 더 특별하고 강력하게 일을 열심히 하게 만들어주는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P.S.

곧 결혼하는 두 분 진심으로 축하해요.

결혼식에서 만나요 ~

이제 라이브로 들었으니 방송은 시키지 말아요




에필로그:

미안해, 내가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 해줄 능력은 없어.


죄송합니다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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