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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듭달 박충실 Nov 30. 2024

다른건 없어? 조지아 교통수단

껍질만 벤츠

"힘들 것을 예상하세요."

조지아 여행 사전모임에서 현지 교통수단이 불편할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나는 이야길 듣자마자 수년 전 캄보디아 버스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숙소에서 앙코르와트로 이동하며 탔던 낡은 버스가 준 자신감 때문이었을것이다. 그 버스는 비포장 도로 위를 두 시간은 족히 예정이었는데 흙먼지 보는  외에는 할일이 없어 지루함에 눈꺼풀이 감겨왔다.

좌석 두 칸을 차지하고 드러누우면, 돌을 밟는지 움푹 패인 곳을 지나는지 알수있는 진동이 내 몸에 그대로 생중계되었다. 이런 덜컹거림에도 잘 수 있는지 두고보자며 흔들어대는 캄보디아 시외버스와의 대결은 나의 꿀잠 한판승으로 끝냈다. 숙면한 덕분에 캄보디아 여행에서 놓치면 아쉬운 관광지 앙코르와트를 구석구석 누빌수있었다. 그런 나에게 버스로 겁을 주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조지아 미니 관광버스인 마슈르카를 처음 만났을 때 "허풍이었잖아?!" 하며 헛웃음이 났다. 어느 투어에서 타봤던 고급스러운 벤츠가 우릴 마중 나왔기 때문이다.

연예인이 스텝과 함께 타고 다닌다는 그 벤을 설명하자면, 탑승 시 무릎 관절에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보조 발판이 자동으로 튀어나온다. 스마트폰 충전 가능한 USB포트가 의자마다 갖추어져 있어 장시간 이동에도 배터리 걱정이 없다. 안마의자에 버금가는 안락한 시트,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되고 휠베이스가 길어 뛰어난 승차감을 뽐내는 프리미엄 독일 자동차이다.


"뭐야~ 이런 장난치기 있기 없기?" 하며 차에 오르는 순간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그래, 버스에서 폰 충전하려던 계획은 포기하자. 카시트도 뭐.. 그때 그 시트가 아니지만 이 정도면 된 거지.'

출발하기전 뒷 사람 공간을 확보해주려고 젖혀져있던 좌석을 세웠다. 하지만 일부러 밀지 않았는데 좌석이 스르륵 눕혀졌다. 고정에 문제있는 의자였던것이다.

어쩐지 문에 가까워 탐나는 자리지만 남들이 비워놓은 이유가 있었다.

안전벨트 매라는 안내에 따라 버클을 채운다. ‘채웠는데?  왜 안 되는 거지?!'

한번에 찰칵 하지않고 몇 번을 더 시도한 끝에야 채울 수 있었다.

식당에 도착해 풀려고 할 때는 더 가관이었다. 남들과 같이 내려야하는데 이것이 나를 놔주지 않으니 당황스러웠다. 버스는 우릴 내려주고 주차 공간으로 이동할 예정인데 기사님이 재촉하지 않는걸보니 사정을 짐작한 모양이었다.

밥을 먹으며 불안한 상상을 해보았다.

'버스가 전복돼서 빨리 빠져나가야 하는 상황이되면 어떡하지?풀리지않는 안전벨트 때문에 오히려 더 위험한 거 아냐?"

신뢰 가지않는 불신벨트를 눈치껏 풀다니다가 우쉬굴리 마을에서 빗물에 우르르 쏟아지는 흙더미를 마주하고선 서둘러 채워버렸다. 어릴 때 '다람쥐통'이라는 놀이기구를 타면, 천장에 매달려 주머니 동전이 후드득 떨어져도 사람은 안 떨어지고 버텼다.

'내가 해발 2천 미터 빙하 녹는 산에서 데굴데굴 구른다면 의지할 건 오직 이 물건, 안 풀리는 안전벨트 하나  아닌가?!'


마슈르카 미니버스의 깜짝선물은 또 하나 기다리고 있었다.  

날이 풀려 우쉬굴리 가는 길이 뚫렸다는 소식은 기뻤다. 그곳에 가면 유네스코 유산에 등재될만큼 특별하고 흥미로운 코쉬키 마을을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인기있는 쉬카라 트레킹 코스도 있어서 못 가보면 참 아쉬웠을것이다.

꽝꽝 얼었던 길이 녹아 길이 트인것은  고맙지만 눈이 비로 변한 것은 달갑지않다. 사진이 예쁘게 나오지 않고 우산 들고 다닐 일이 번거롭기 때문이다.


다음 행선지는 천년도시 경주에 버금가는 유서 깊은 조지아의 도시 쿠타이시였다. 저녁 즈음엔 보슬비가 세찬 줄기로 변했는데 창문 밖 풍경을 보니 시위대로 인해 버스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상황이 궁금해 버스 창문에 가까이 다가간 순간 툭 하고 물방울이 얼굴에 떨어졌다. 닫혀있는 창문 틈으로 비가 샌다. 내 왼쪽 팔은 이미 축축이 젖어있었다. 할 수 없이 커튼을 쳐서 물기를 닦아 내었다. 물 새는 창가 자리와 저절로 뒤로 젖혀지는 좌석 두 곳은 우리에게 제일 인기가 없었다. 안전벨트는 불량이 표준이었다.

조지아 관광버스 마슈르카는 껍질만 벤츠였다. 차라리 허세 부리지 말고 벤츠 삼발이 마크 떼고 다녔으면 기대라도 안 했을 것을!


내가 경험한 조지아 교통수단은 무엇이 있었나?

에어아스타나 비행기, 바투미행 기차, 케이블카, 택시 정도구나. 블로그보면 트빌리시 시내에서 지하철로 다닌 분도 있다.


기차는 참 빠르고 쾌적했었다.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트빌리시에서 해안도시 바투미로 갈 때 이용한 2층 기차는 훌륭했다. 쾌적하고 빨랐으나 인터넷이 되지 않아 무척 답답했는데 현지인 승객이 와이파이 핫스팟을 공유해 준 덕분에 지루함을 견딜 수 있었다. 고마움에 인스타 맞팔 신청하고 그녀의 근황을 종종 체크하고 있다. 만약 그녀가 한국에 온다면 소소한 보답을 하고 싶다. 아무튼 조지아에서 기차여행을 한다면 다음엔 종이책을 가져갈 것이다.     


한번 다녀왔어도 조지아여행 경험자가 되었으니 다음엔 어떤 교통수단을 활용하면 만족도가 높을지 생각해본다.

부모님이나 아이와 함께한다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편안함과 시간 절약을 위해 볼트 (bolt), 고트립(Gotrip) 앱을 통해 택시를 이용해야겠다. 택시 바가지요금 경험이 있으니 식구와 함께할 때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 순 없다. 흥정은 친구하고 갔을 때 도전해 보겠다.

친구와 동행한다면 역시 내가 이용한 가성비템 마슈르카를 태워야겠다는 결론이다. 트빌리시 디두베 버스터미널에서 마슈르카나 미니밴, SUV를 이용할 수 있다. 조지아 여행사가 운영하는 투어상품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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