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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 Oct 24. 2023

살아있음이 주는 의미

Good bye, 쭈쭈.

추석 직전,  회사 인근에서 어머가 버린 건지, 낑낑 울고 있는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다.

숙소에서 키울 수 없어, 큰 박스 안에 작은 박스를 포개서

내가 쓰던 수건과 헌 옷을 둥글게 말아 새둥지 모양의 집을 만들었다.

그 안에 벌벌 떨고 있는 고양이를 넣었다.

감기에 걸리거나 새벽이슬에 얼어 죽지 않기를 바랐다.

그 순간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잠시라도 나갈 구실을 만들어

자주 찾아갔다. 우유와 간식거리를 사다가 틈나는 대로 가서 먹이고,

점심을 빨리 해치우고,  휴식시간 내내 품에 넣고 주변을 산책했다.

사람들 말이, 약하게 태어나서 아픈 새끼는 버림받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야생에서 다른 건강한 새끼들을 먹여 살리고, 어머 고양이 자신까지 생존하려면

어쩔 수 없었을 거라고. 본능적으로.

 

추석 동안 챙겨주지 못해 어떻게 될까 걱정되었다.

우유와 간식거리를  둥지 안에 충분히 넣어두었고,

덮개를 구해 동전만한 환기 구멍을 뚫어 박스를 덮었다.

스스로 젖을 빨지도 못하는 것이 이 음식들을 먹을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그럼에도 살려면 어떻게든 먹어야겠지.

긴 연휴가 원망스러웠다. 계속 생각이 났다. 살아 있어야 한다.

다시 출근하자마자 달려가 보니, 둥지 근처에서 야옹야옹 소리가 들렸다.

아! 살아 있구나. 너무도 반가워, 품에 꼭 안아주고 준비해 간 간식을 먹여주었다.

내가 넣어주었던 음식들을 조금이라도 먹었을까. 어떻게 버텨냈을까.

살아있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고, 생명의 끈질김을 체감했다.

살아있는 것은 좋은 거구나. 살아 있으니 다시 만나는구나.


그렇게 즐겁고 신나고 설레는 나날이 지속되는 듯했지만,

어느 날 출근하고 아침 인사하러 갔더니,

일어나지 못하고 팔다리를 쭉 펴고 엎드린 채 눈만 꿈뻑꿈뻑 힘겹게 숨만 쉬고 있었다.

우유와 간식에 킁킁거릴 뿐,  고개를 돌려버렸다.

쉬는 시간에 다시 가보니, '쭈쭈'는 식어가고 있었다.

눈앞에서 체온이 식어가는 어린것을 보고 있는데, 어찌할 바를 몰라,

품에 넣고 한참 마사지도 해보았다. 가슴에 귀를 대보았지만, 심장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 생명이 이렇게 떠나가는구나.

쭈쭈가 저 곳에서 더는 춥지 않기를 바라며 처음 감싸주었던 옷을 펴고

그 위에 쭈쭈를 놓고 옷을 좌우상하로 개듯 차가운 몸을 감쌌다. 작은 종이 상자를 구해

그 안에 쭈쭈를 눕히고, 그 옆에 간식을 한 움큼 넣었다. 테이프로 박스를 봉한 후,

회사 인근 숲 깊은 곳 나무 아래 그 상자를 두었다. 땅을 파서 묻을까 했지만,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지금도 시간이 나면 그 어린 고양이 이름을 부르며, 숲 근처를 거닌다.

혹시라도 다른 길냥이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쭈쭈'야 하고 불러본다.



  

너의 그 한 마디 말도 그 웃음도

나에겐 커다란 의미

너의 그 작은 눈빛도

쓸쓸한 그 뒷모습도 나에겐 힘겨운 약속

너의 모든 것은 내게로 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되네

                                             - '너의 의미'(김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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