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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혜윤 Jul 18. 2018

책으로 만들어지려면 몇 장의 원고를 써야 할까?

궁금하지만 물어볼 수 없었던 작가과 출판에 대한 이야기

siso · 『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 정혜윤 지음


투고 받았던 것 중에 원고지 약 280매 정도의 소설이 기억난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전개가 꽤나 흥미롭기도 했고, 등장인물을 둘러싼 상황도 나름대로 독특했다. 


그러나 원고지 280매로는 책을 만들기가 어렵기에 ‘적어도 800매 이상은 되어야 책으로 만들었을 때 보기가 좋으므로 분량을 좀 더 채우시거나 아니면 단편들을 엮어 다시 투고해 주시면 검토해보겠다’는 회신을 보냈다. 


이처럼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당한 분량이 필요하다. 




Point 1. 적당한 분량이란?


보통 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에서 많이 보이는 판형(가로 152mm, 세로 225mm의 책 크기, 신국판이라고 한다)을 기준으로 한 페이지에 약 원고지 3.5매가 들어간다고 가정한다. 


물론 한 페이지에 들어가는 글줄이나 행수, 글꼴, 디자인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는 그렇다. 그래서 편집자는 처음 원고를 받으면 대략 ‘책으로 만들면 몇 페이지쯤 나오겠구나’를 예측해 본다. 


예를 들어, 원고지 800매 정도의 원고를 받으면 신국판 사이즈로 약 228페이지쯤 되고, 여기에 장 도입 페이지와 목차 페이지 등을 넣으면 약 240~245페이지쯤 나올 거라 예상해 보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페이지가 좀 적다 싶으면 작가에게 추가 원고를 요청하거나 그게 불가능하면 도서의 크기를 신국판보다 작게 줄이는 방향으로 생각해 본다. 책의 크기를 결정할 때는 원고의 분량과 더불어 독자들의 선호도, 트렌드 역시 크게 고려한다. 



Point 2. '원고지 매수'로 말하는 이유


일반적인 자기계발 단행본을 기준으로 원고지 매수로는 약 800매 혹은 한글 파일에서 글자 크기 10포인트 기준으로 85매 이상은 써야 한다. 그래야 책으로 만들었을 때 적당한 볼륨감이 나온다. 


책의 분야에 따라서 원고량이 이보다 적을 수도 있는데, 사진이 주를 이루는 실용 도서의 경우에는 사진과 더불어 원고지 400매 정도의 원고량으로도 출간이 가능하다. 


출판사에서 혹은 편집자가 원고량을 원고지 매수로 이야기하는 이유는 작가가 한글이나 워드 파일에서 다양한 글꼴과 글자 크기로 원고를 쓰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원고지 매수로는 오롯이 글자 수에 대한 통계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보통은 ‘원고가 원고지 매수로 몇 장인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참고로 한글 파일에서 원고지 분량은 한글 창 상단에 파일을 클릭한 후 문서 정보 → 문서 통계 부분에서 정확히 확인 가능하다.)



Point 3. 삽화의 용도는?


간혹 “분량이 적으면 일러스트나 사진을 넣어서 페이지를 늘리면 되지 않나요?”라고 질문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일러스트나 사진은 분량이 적다고 해서 그걸 채우기 위해 넣는 것이 아니다. 


원고에 따라 편집부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책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일러스트나 사진을 넣도록 일러스트레이터나 디자이너에게 요청할 수 있다. 



Point 4. '한 꼭지'에 대하여


전체 분량 외에 한 꼭지의 분량에 대해서도 질문이 많다. 한 편의 글을 출판사에서는 ‘한 꼭지’라고 표현하는데 요즘은 사실 이 한 꼭지의 분량에 대한 틀이 많이 깨졌다. 


간혹 책 쓰기를 가르치는 사람들이 한 꼭지는 무조건 A4 기준으로 2장~2장 반 정도 써야 한다고 못을 박는 경우가 있는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긴 글보다는 A4 1장이나 1장 반 정도의 분량으로 짧고 임팩트 있게 끝내는 것이 더 낫다. 


대신 한 꼭지가 짧아지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개수의 목차가 필요하다. 즉 목차 개수를 늘리고 한 꼭지 글을 짧게 해도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꼭지마다 분량을 어느 정도 균일하게 맞춰줘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꼭지는 1장, 어느 꼭지는 3장 이런 식으로 분량이 들쑥날쑥하면 디자인을 맞추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또한 매 꼭지의 분량을 맞춰주는 것은 독자가 책을 읽을 때의 호흡과 리듬을 맞춰주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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