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활자공업소 Dec 19. 2023

상업출판 vs。독립출판 (1)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낼 필요가 있을까?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낼 필요가 있을까?


누구나 책을 내는 시대다. 글을 써서 한글이든 PDF로든 인디자인이든 갖가지 툴로 디자인을 맞추고 그 파일을 소량 인쇄소에서 인쇄한다.

독립출판물은 신선하다. 책꼴의 다양성, 주제의 자유로움에 그 매력이 있다. ‘독립’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그렇다.

정확한 정의는 아니어도 ‘자본의 회수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보이기 위해’ 만드는 무언가라는 이미지가 내게 있다.

투자자의 압박이 없기 때문에 새롭고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고, 많이 팔리면 좋지만 굳이 더 많은 사람에게 ‘판매’할 부담도 적다. 제작 목적의 무게가 ‘나’에게 있기 때문이다. 독립영화도 인디음악도 내게 그런 느낌을 준다. 제작, 유통, 홍보까지도 스스로 하기 때문에 자본금도 덜 든다. 다만 그 유통과 홍보의 범위는 비교적 좁아진다.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는 비교적 구분하기 쉽다. 화면과 연출의 투박함에서 이건 저예산영화 내지는 독립영화겠다 판단한다. 그에 비해 상업영화의 화면은 매끈하고 보다 화려하다.

인디음악과 상업음악도 비교적 구분이 된다. 디지털 툴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그 경계가 꽤 모호해진 모양이지만, 대개 그 음악이 전하려는 메시지와 마케팅 요소에서 뭐가 인디이고 뭐가 상업인지, 감각적으로 둘을 구분한다. 내게 그 구분 기준은 ‘대중성’ 여부다.

그렇다면 독립출판과 상업출판은 어떻게 구분이 되는 것일까? 독립출판은 대부분 보기에 얇다. 표지는 심플하거나 투박하고 개성 있다. 그러나 잘 만든 독립출판물은 잘 만든 상업출판물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책의 어떤 모양새만을 따온 것이 아니라, 편집 디자인의 기본 틀을 지키면서 내용의 흐름과 구분도 일관성 있는 컨셉으로 잘 갖고 간다. 게다가 표지도 디자인이 세련됐다.

독립영화도, 인디영화도 잘 만든 것이라면 어지간한 상업물을 뛰어넘는 경우들이 있지만, 책은 그 경우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저비용으로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봤을 때 굳이 독립출판이 아니라 상업출판을 할 필요가 있을까?

그 필요를 따지려면 독립출판과 상업출판을 구분하고 그 장단점을 따져야 하는데, 내게 그 기준이 확연하지 않다.

나 스스로 독립출판과 상업출판을 구분하기가 까다로운 이유는 1인 출판사가 많이 생기면서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출판물들이 다수 나오고 있고, 그 출판물이 독립출판과 상업출판 사이 어디쯤으로,  그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정체성이 혼재된 경우가 있어서다. 다수의 대형 출판사들이 독립출판물을 상업출판으로 가져와서 재가공함으로써, 내용은 독립출판이면서 그 틀은 상업출판인 책이 꽤 많아졌다. 그 정체성이 일부는 독립출판이고 일부는 상업출판이 되어 독립출판과 상업출판을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렵다.

더불어 독립출판으로 성공한 저자가 상업출판으로 재출판하는 경우 그 일부의 상업출판의 색채도 독립출판 그대로 가져가길 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내용과 책꼴은 독립출판이면서 제작, 유통, 홍보만 출판사가 맡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음악으로 말하자면 출판사가 인디레이블의 성격을 띄는 것이다.


독립출판에서도 충분히 상업출판의 퀄리티를 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저자가 출판사의 문을 두드린다.

“이런 시기에 과연 출판사가 필요할까, 출판사의 존재의미는 무엇일까?”라는 의문과 함께 출판사를 필요로 하는 이유를 잠시 생각해본다.


[계속]


작가의 이전글 아니, 책 만드는 데 그렇게 오래 걸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