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의 행복. 몇 십 년 만의 연극인가. 정말 기억도 안난다
큰 공연장 옆에 살다보니, "예매했는데 못 가는 표가 있어요" 가 생기기도 한다.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은 토요일 누군가 예약해 놓은 연극표가 있다고 해서 '혼자' 연극을 보러간다.
그래도 이런 저런 문화활동을 하는 편인데, 연극을 마지막에 본 것이 언제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오래전 일이다. 대학로에서 안톤 체홉을 본 것이 마지막 이었나? 그러고보니 대학로를 안간지도 정말 오래되었구나, 대학로 앞에서 통기타 치며 노래하던 그 아저씨는 아직도 그 자리에 있으려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연극 만원' 이라는 시민을 위한 혜자같은 시리즈 공연을 보러 길을 나섰다. 이번에는 '별이네 헤어살롱' 이라는 창작극이다.
자식이 잘되기만을 바라며 어려움을 이겨내고 희생하며 살아온 부모와, 그런 부모의 희생으로 그럭저럭 먹고 살 기반을 만들었지만, 그런 부모가 부담스러운 딸.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같지만, 다른 관점과 솔직하지 못한 표현으로 상처를 주다가, 결국은 화합으로 끝나는 어느 정도 예상은 되지만 그래도 언제나 공감이 가는 그런 이야기를 가볍고 재밌게 보여주는 연극이다
내용보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연극 배우들의 발성과 몸짓들, 과장되지만 익숙한 표현들, 그 연극만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 느낌들..
그리고 막이 바뀔때. 잠시 무대가, 전체가 어두어지고, 다시 조명이 쫙 들어올 때
그래, 맞다 연극은 '막' 이 있었다.
모든 것이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진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시간이 흘러서 다른 곳이 되어있다.
16부작 드라마를 보다가
3시간 짜리 SF 영화를 보다가
한 막 한 막 사이에 농축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연극을 보니 다시 새롭다. 문화인이 된 느낌도 있어서 뿌듯하기까지 하다.
연국 배우들이 직접 나와 포토타임을 갖는다.
"배우로서 살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멘트가 아련하다.
오랜만에 주말에 대학로의 작은 연극들이나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