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장기 숙소로 이동하다
14년 만에 이사를 하면서 몇 주간 '놀지'를 못 했다. 힘들거나 바쁜 일이 있던 것도 아닌데, 이사라는 빅 이벤트에 기가 빨려 다른 놀이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뭐 만사가 귀찮을 때는 그냥 뒹굴거려도 좋다. 뒹굴거리며 올림픽을 보다가 아직도 정리안된 방에서 이제야 컴퓨터를 켭니다.
인생은 여행이니, 지구별 여행이니 이런 이야기를 하지만
여행이라면 모름지기 '새로운 장소', 특히 '새로운 숙소'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사는 작은 여행이랑 비슷하다.
이번 이사 여행의 숙소는 꽤 만족스럽다
취사 가능한 부엌과 세탁 시설, 각자 쉴 수 있는 방이있다. 넷플릭스가 무료이고 컴퓨터도 제공된다.
거실에는 거대한 탁자가 있어서 음식을 시켜먹거나 차를 마시기 좋다
주변에 상가나 음식점이 없는 것은 아쉽다. 장을 보려면 마트를 가서 사오거나 배달을 시켜 먹게 된다. 작은 편의점이 하나 있는데, 편의점 도시락을 자주 사서 먹는다.
걸어서 산책할 수 있는 산책로 옆에는 작은 천이 흐른다.
처음에는 낯 설었던 동네가
하루, 이틀
일주, 이주
지나면서 익숙해진다.
최적의 경로들도 알게된다. 조금씩 더 넓은 범위를 산책해서 넓혀 나가게 된다.
주변에 시간을 보낼만한 좋은 카페가 없지만, 그냥 숙소에서 차를 마시기로 한다.
이사 초기의 숙소는 깨끗해서 (짐들이 쌓여 올려지지 않아서)
아무것도 없는 식탁, 아무것도 없는 테이블을 유지한다. 그러면 앉아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산 뷰라 큰 창에는 산이 보인다. 비가오거나 눈이 오면 새롭게 바뀌는 산을 볼 수 있을거 같다. 이사 여행은 언제가 끝일까? 테이블에 안치운 물건들이 쌓아 올라가기 시작하면 끝일까? 봄여름가을겨울을 모두 경험하면 끝이 나는 것일까?
그것이 또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다. 계속 새로운 여행을 찾아 나설 것이라. 그래도 14년만의 이사는 여행만큼이사 새로운 자극을 주기엔 충분 했다.
TIP#1
사실, 이사는 빡십니다. 이사를 덜 빡시게 하려면 물건들을 사지 맙시다.
TIP#2
이사를 가려는 곳에 주차장에 차들이 모두 빠졌는지 꼭 미리 확인합시다. 장기 해외를 나간 사람이 주차를 해두면 사다리차를 못 올릴 수도 있습니다. 정말 대책이 없습니다.
TIP#3
에어콘, 전화기, 인터넷, 가스설치는 이사 당일 처리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냥 여유를 가지고 다음날이나 다다음날 천천히 불러서 하나씩 처리합시다. 하루에 모두 마무리하고 깔끔히 쉬어야 하는 욕심은 애초에 버립니다.
TIP#4
집을 사서 이사를 자주 다니지 맙시다. 이사 여행따위 다니지 말고, 안정된 주거에 여행은 휴양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