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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필수연구소 Oct 07. 2024

공연# 판소리 - 이자람의 노인과 바다

산티아고~ 산티아고~ 아직도 귓가가 울린다

최근에 판소리 공연을 우연치 않게 여러번 보게되었는데, 사실 춘향이나 흥부 이야기를 듣고 크게 공감하거나 감동하기는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오래된 우스겟소리들이라 이해도 잘 안가고, 크게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기도 해서, 그저 소리꾼의 기교를 감상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노인과 바다'를  이야기 하듯이 요즘말로 소리를 하니, 그 이야기에 푹 빠져든다. 산티아고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계획에는 없었다. 와이프님께서 갑자기 판소리 공연에 아직 자리가 남았다고 보자고 한다. 한참 북한산을 오르고 있던 터라, 그 시간에 집에 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지만, 집에 가는 지하철역에서 시간을 보니 딱 밥먹고 샤워하고 가면 될 시간이라, 그냥 예매를 했다. 4만원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가성비 중심의 여흥을 즐기고 필자에겐 꽤 비싼 가격이다. 와이프와 둘이 하면 8만원, 등산까지 하고 피곤한 몸으로 바로 공연을 보면 피곤하지 않을까? 판소리는 스케일도 작고 익숙하지도 않은데 괜찮으려나? 늦게 예매해서 별로 좋은 자리도 안남았는데.


이런 저런 핑계들이 들었지만, 언제나 할까 말까 할때는 하는게 좋을 때가 많아서, 그런 핑계들을 물리치고 그냥 예매를 한다. 예매를 하면 가는 것이다.


조촐한 무대이다. 북하나 돗자리 하나. 화려한 무대 장치, 많은 인원도 없다. 이 무대에 소리꾼과 고수 한명. 그리고 조명과 연기뿐이다.

하지만 충분했다.


이자람 판소리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판소리로 하는 공연인데, 판소리답게 사이사이 웃긴 이야기도 많고, 관객과의 대화도 많다. 그러면서도 이야기를 진지하게 이어간다.


고기를 잡는 단단한 어부의 마음

몇 일 밤을 청새치와 싸우는 그 긴장감

왜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고기와 싸우는가?

그리고 드디어 잡은 청새치~, 그리고 이놈의 상어들!

들으면서 같이 지쳐서 쓰려진다.


나는 타고난 어부다!

나는 너를 왜 죽여야 할까?

나는 왜 판소리를 계속 할까?


산티아고의 마음인지 이자람의 마음인지, 모두의 마음인지.. 그것들이 섞인 소리가 목청껏 터져나온다

주인공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판소리보다 적합한 형식이 있을까!


마지막에 끝나는 인사에 모두에게서 자연스럽게 감동의 박수들이 흘러나온다


옛날에 판소리는 관객들에게 이런 느낌이었겠구나. 인기있을 수 밖에 없었겠구나.

웃기고, 슬프고, 통쾌하고 하는..

대부분 관객들이 판소리에 익숙하지 않는 관객임이 분명함에도, 모두 감동한 표정들이 역력하다.


TIP#1

2019년에 초연되어 꽤 오래동안 진행되는 공연이니 기회가 된다면 한 번은 꼭 보시기를 강추합니다. 어디선가 공연소식이 들려온다면 그냥 예매하고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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