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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필수연구소 Dec 16. 2024

팔도유람# 해외편 : 베트남 푸꾸옥

이 여행 가야하나? 하지만 언제나 여행은 옳다

114년만의 폭설로 공항이 마비되고, 정보없이 예약한 베트남 저가항공사는 정시 출발율 10% 이라는 후기가 보이고, 갑자기 환율은 급등하고 있고, 아이들은 감기에 걸려서 컨디션이 안좋고, 회사는 내년도 사업계획으로 바쁘고, 이맘 때면 끝날 줄 알았던 프로젝트는 꼬여서 지연 직전이고, 세 달 전 별 생각없이 충동적으로 예약한 과거의 내가 조금 원망스럽기도 하고... 꾸역 꾸역 푸꾸옥 가는 비행기를 타게되었다 


11월말

11월에 여행가는 것을 좋아한다. 여름 휴가가 끝나고 12월이 시작되기전에 틈새 시장 같은 비수기 느낌이 있어서, 왠지 조금 저렴할 것 같기도 하고, 사람도 없을 것 같은 확인되지 않은 느낌 때문이다. 

이번에도 '애들 더 크기 전에 해외 여행갑시다.' 이야기가 나와, 학사일정을 보고 기말고사 끝나는 시점을 맞춰 날을 잡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11월에 이렇게 폭설이 내리리라고는)


푸꾸옥

동남아라도 미세하게 우기와 건기가 다르다. 해당 날짜에 '날씨'를 고려하니 몇 가지 후보군이 있었는데, 베트남의 푸꾸옥이 건기가 시작되면서 날씨도 적당히 더워서 수영도 할 수 있는 날씨였다. 그리고 숙소 가격을 보니, 규모가 제법 커보이는 리조트들이 적당한 가격대로 보여서 푸꾸옥을 가기로 한다. 


숙소 : 모벤픽, 베스트 웨스턴 프리미어

4박이라는 일정이라 한군데 있어도 되는데, 아쉬운 선택이 될 수 있어서 2박씩 나눠서 북부와 아래 중부에서 머물기로 한다. 어차피 관광은 계획에 없어서 숙소 자체가 쾌적했으면 하고, 숙소 밖에 간단한 구경거리 정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첫 번째 숙소는 '모벤픽' 이라는 곳을 잡았고, 두번째는 베스트 웨스턴 프리미어라는 수영장이 크고, 새로 생긴 상권처럼 보이는 소나시라는 곳에 위치해 야시장도 열린다고 하여 아래쪽으로 잡았다. 취소 / 환불 불가 가격이랑 정상가격 차이가 많이 나서 못 먹어도 고라는 마음으로 취소 불가 숙소를 예약했다


그렇게 한 이틀 사이에 여행을 후루룩 예약해 놓고 기억속에서 잊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여행 날짜가 다가왔다.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출발 이틀 전부터 폭설이 내렸고, 모든 항공편이 결항되었고, 그 여파가 여행출발 당일까지 연결되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것이라 유난히 신경이 쓰이고 복잡했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마음이 편해져 예정된 지연이라 집에서 한숨자다가 천천히 나갔고, 미리 예약해둔 셔틀은 그냥 Grab 택시 불러서 타고 가면 되었다. 그냥 최적화 하려는 목적을 버리게되었고, 흘러가게 두기로 했다. 


사실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다 (돈이 조금 더 들어갈뿐)


그렇게 기대없이 간 여행이라 그런지, 날씨도 따뜻하고, 온도차가 거의 없는 날씨의 구름과 하늘은 1024에서 12K 화면을 보는 것처럼 해상도가 올라가고, 같은 태양인데도 푸꾸옥의 석양은 더 차분하다. 


비행기로 6시간만 날라오면, 이렇게 다른 세상이다. 지난번 진도를 6시간 운전해서 갔었는데, 그정도 시간이면 다른 계절을 만날 수 있는 세상이다. 호텔에서 다양한 음식을 시켜먹고, 바로 근처 음식점을 가거나 길에서 망고를 사먹는다. 깍아준 망고가 1kg에 2천원 정도 한다. 쌀국수는 물론 분짜, 반쎄오, 다양한 새우들, 오징어, 이것 저것 먹어본다. 어떤 것은 좀 비싸고, 어떤 것은 싸고 하는데, 그냥 한국에서 식사한다고 하면 비슷 비슷하다. 물가가 저렴한 지역의 여행은 상대적인 풍족함이 있어서 마음이 한결 편하다.



잠깐, 사파리나 놀이동산을 가볼까도 고민을 했지만, 에버랜드 사파리도 별로 안좋아하는 거 같아서, 꼭 여기 왔다고 해서 그런 곳을 가야할 필요는 없으니, 그냥 '아무것도 안하기로 한다'


이번 여행은 공항에서 이동할 때를 제외하고 정말 숙소 반경 1km 를 벗어나지 않았다. 리조트 수영장에서 가만히 누워서 있고, 먹고, 그림이나 좀 그리고, 자고, 먹고, 더우면 수영한번 하고... 뭔가 한 것 같기도 하지만, 


완벽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니, 엄청 운이 좋은 여행이 아닐 수 없다. 눈이 와서 많은 사람이 취소를 했는지 항공기가 널널해서 3칸씩 누워서 가기도 하고, (저가항공이라도 누워가면 1등석이지), 비행기표를 바꾸지 못해서 늦게 출발을 해도, 덕분에 시간이 붕 떴는데, 그 사이 아이들이랑 다 함께 마사지도 받을 수 있었고, 날씨도 도착한날 바로 화창해지더니 떠나기 직전부터 흐려지고 비가오고.. (이런 날씨요정이라니).



결국 언제나 돌아보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순간들이다. 어쩌면 평범한 오늘도 더할 나위 없는 날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잘~ 다녀왔다


P.S. 새벽에 한국에 도착해서 핸드폰을 켜니, '계엄이라니' 다시 돌아가야 하나 걱정을... 


TIP#1

어디 이동을 해야하거나 하면 Grab 이 아주 잘 잡힙니다. 잔돈이 생길 수 있으니, 해외결제되는 결제 카드를 먼저 등록해 두고 가세요. 


TIP#2

달러-한화 환률이 안좋아서, 예전처럼 꼭 달러로 바꾸고, 베트남돈을 다시 바꾸지 않아도 될거 같아요. 어딜가나 엄청난 한국 관광객들이 있기 때문에, 한화도 환전되는 곳도 많고, 환률도 계산해보니 비슷비슷 합니다. 몇 천원 최적화에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TIP#3

네이버 광고는 아닌데, 네이버 페이머니 카드 (초록색) 가 결제 수수료도 없고, 적립이벤트도 해서 아주 유용했습니다. 바로바로 통장에서 나가서 실제 환률도 계산하기 편해요. 네이버 페이머니카드 추천드립니다. 


TIP#4

SKT 사용자라면 Tmembership 할인이 되는 매장이 꽤 많습니다. 괜히 경기도 푸쿠옥시, 경기도 나트랑시라고 불리는게 아닌가 봅니다. SKT 멤버십 카드 앱을 보여주면 5~10% 할인해줍니다. 할인되는 매장들은 앱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TIP#5

항송사 사정에 의해 1~2시간 이상 출발 변경되면, 대체 항공편으로 티켓 교체시 수수료가 없습니다. 여행사나 항공사마다 시간 기준은 다를 수 있지만, 이런 천재지변으로 항공편이 애초에 변경되었다고 알림이 오면 대체 항공편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Trip.com 으로 예약했는데, 자동응답을 잘 뚫고 나가면 '사람'이 받는 단계까지 갈 수 있습니다. 의외로 CS는 친절하게 잘 설명해줍니다. 자동응답을 (한 5~7단계) 뚫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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