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기록해야 하는 것들.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다짐이다.
내가 쓰는 이야기들은 가까운 과거의 이야기에서부터 먼 과거에까지 이르는 이야기들로 대부분은 지난날의 기억들이다.
이 이야기들을 꼭 글로 써내야만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부채감을 가지고 있다.
과거의 고통과 상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는 왜 그렇게도 강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고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있는 나를 재촉하는 것일까.
과거의 사건과 기억이라는 것은 어찌 되었건 그 어느 것 하나 바꿀 수 없는 것일 터인데 그 공간과 기억 속으로 다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다시 나의 감정을 정리해 보고 그 안에서 느꼈던 그 어떠한 감정들을 정의해 놓아야 한다는 생각들. 그래야만 그 상처들이 그냥 단순한 상처만이 아닌 지금의 나를 이루기 위한 필연적인 것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겠지. 어느 장소엔가에 나만이 주어 모을 수 있는 마이크로 단위의 금가루들이 속절없이 흐른 시간들 속에서도 아무런 미동도 없이 그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사정없이 흩어져 있는 그곳으로 걸어 들어가 그것들을 꼭 주어 모아 글로 써주지 않아서는 안되고 의미를 부여받지 않고 써지지 않고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듯이 그저 놓여 있을 것만 같은 나의 기억들. 아프지만 나의 것인. 모두 잘 엮고 모아 보면 그 자체가 일면 나 자신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나의 이야기.
우울은 예고 없이 가만히 숨을 쉬고 있다가도 들숨 날숨처럼 자연스럽게 오고 가곤 한다.
가끔은 이제 다시 살고 싶으려면 애를 써야 하겠구나... 하는 마음에 속절없이 당하고 그럴 때면 또다시 그만큼 두려워 떤다.
가만히. 들여다본다. 요즘엔 적절한 단어를 찾아내는 일도 고역이다. 최대한 정확한 언어를 찾아내고 싶다. 머릿속에 남아있던 나의 언어들을 잊지 않으려고 나름 애를 쓰고 있다. 더 애를 써야 쓸 수 있을까?
아니. 아니. 쑥스러움을 참고. 완벽한 단어를 찾아 내지 못해 내 마음에 차지 않을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참고 써야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