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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o Dec 06. 2020

아쉽게도 인생은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니다

확실히 신학에 재능이 있었다. 질문들이 참신했으며, 논리적인 답을 제시하곤 했다. 하나님은 동물들도 구원 하신다라는 말에, ‘동물들은 어떻게 본인의 죄를 용서 받느냐? 기도를 하느냐?’라는 질문은 지금 생각해도 참 좋은 질문이었다. 전도사는 매주 설교를 하는 사람이고, 신학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공부를 좋아했고, 앞에 서는 것도 곧 잘했다. 강연에도 소질이 없어서 앞에 몇 명이 있든 당당하게 말했다. 오히려 사람이 많을수록 기세가 오르는 스타일이었다. 신학을 전공해서 먹고 살기 어려운 형편이지만, 전도사 시절을 후회하진 않는다. 그 시절 나는 분명히 빛났으니까.

오늘은 전도사를 그만 둔 계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우선 세상과 교회의 괴리감에 대해서만 다루겠다. 교회와 세상은 그저 언어가 다를 뿐, 같은 사고를 한다고 생각했었다. 세상도 분명 사랑과 평화를 노래한다. 편생 물질보다 삶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배웠으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고 믿었다. 종종 언론에서 자신을 희생한 의인들이 조명되기 때문이었다.

신학을 그만두고는 우선 책모임을 시작했다. 신학 서적 이외에 다양한 책을 읽고 싶었고, 이 기회에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자 했다. 모임에서 받은 질문 하나가 아직까지 가슴에 남는다. ‘물질과 선 중 무엇을 택하겠는가?’ 놀랍게도 10명 중 선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나를 포함해 2명 뿐이었다. 나머지 8명에 대해서 비난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삶이 너무 퍽퍽한 것이다. 삶이 퍽퍽해서 누군가를 도울 정신이 없다. 당장 먹을 밥이 없는데 선이니 가치니,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때부터 전도사라는 직업에 점점 회의감을 느꼈다. 신학은 분명 세상이 원하는 답을 제시해준다고 믿었다. 사람들도 분명 사랑과 본질에 관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조금 유별날 뿐이었다. 사람들은 선한 영향력보다 고급 호텔에서의 하루를 꿈 꾼다. 교회에 대한 회의감도 그때부터 느꼈다. 뭐랄까. 결국 자위처럼 느껴졌다. 자신들의 주장을 고집하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교회에 대한 비판은 그들에게 고난에 불과하다. 잘 견뎌내면 구원에 이른다고 믿는다.

참 이상한 일이다. 예수는 분명 세상이 듣고 싶어하는 메시지를 전해줬다. 그의 말은 세상에게 필요한 말임과 동시에, 세상이 듣고 싶은 말이었다.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교회는 그저 자기들끼리 모이기 바쁘다. 오죽하면 인맥을 만들려면 교회를 가라는 말이 있을까. 이 이야기는 비단 교회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세상이 참 각박하다. 남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 자신의 생각과 조금만 다르면 틀린 생각으로 치부한다. 그렇게 연예인 한명, 유명인 한 명 골로 보내기 너무 쉬운 세상이다.

왜 이렇게 화가 나 있을까. 요즘 세상에 대한 내 질문이다. 어딘가 화가 나 있다. 따뜻한 집에서 세 끼 꼬박 챙겨 먹으면서 금수저들을 부러워하고, 아르바이트 한 번 해 본 적 없으면서 스스로가 가난하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수틀리면 욕이 튀어 나오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일베니 메갈이니 몰아가기 바쁘다. 물론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 역시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잘난 것 하나 없이 그저 까내리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굳이 스스로를 변호하자면, 나는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

‘사람이 사람 미워하는 거 아니다.’ 내 인생의 모토다. 같이 사는 세상인데 대뜸 의심부터 하면 어떻게 살자는 말인가. 적대하고 경계하고, 에너지가 너무 아깝다. 경계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만, 가끔은 머리보다 가슴으로 살아야 할 때가 있다. 나는 사람을 너무 잘 믿어서 가끔 바보 소리를 듣는다. 기대가 있는 만큼 실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랑을 노래하는 이유는, 삶이 너무 퍽퍽하기 때문이다.

세상이 이렇게까지 화가 난 데는 분명 이유가 있겠지. 본인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일까.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하고 싶어서일까. 이유가 무엇이든 혐오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랑받고 싶다면 사랑해야 하며, 믿음을 얻고 싶다면 먼저 믿어야 한다. 물론 나 역시 모든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노력이라도 하는 건 분명 차이가 있다.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꾸기란 어렵다. 그래도 본인 스스로는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조금만 부드러워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퍽퍽한 세상이 조금은 살만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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