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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o Dec 26. 2020

글로 돈을 버는 사람이 되었다

작가가 되고 싶었다. 정확히는 글로 먹고 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렇게 말하면 지인들은 여가시간에 글을 쓰면 되지 않냐고 물었다. 그저 열심히 쓰다 보니 작가가 된 사람도 많다며 나를 격려했다. 그러나 필사적으로 작가가 되려 노력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라면으로 끼니를 떼우고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고, 프로 작가가 되는 날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스스로 그 정도의 열정이 있냐고 생각하면 그렇지 않았다. 그저 열심히 하면 어쩌다 작가가 된다고 믿을 정도로 스스로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글로 먹고 살고 싶었지만, 좋은 작품들을 보면 ‘내가 감히 어떻게’라는 생각이 든다. 진심으로 나같은 건 작가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종종 글을 잘 쓴다는 칭찬을 듣지만, 그 칭찬은 나보다 더 훌륭하신 분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면서 저렇게 따스한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저런 감각과 재능을 가진 사람들만 작가가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감히 내가 작가가 될 리 없었다. 그래도 여전히 글로 먹고 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쩌다 보니 전도사가 되었다. 신학을 전공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과제는 레포트 형식이 많았고, 기존 신학에 자신의 생각을 접목시켜 발전시키는 형식이 많았다. 4년 동안 신학 과제를 했는데, 4년 동안 글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5살부터 전도사를 시작해서 26살에 그만두었다. 2년 동안 매주 설교를 썼다. 설교라고 하니 거창해보이지만, 쉽게 말하면 설교도 한 편의 에세이다. 성경 말씀에 여러 해석과 내 생각을 녹여 글로 만든다. 대학 시절에는 3년 동안 교내 방송국 PD로 활동했으니, 5년 동안 쉬지 않고 글을 썼다.

그러다보니 제법 읽을 만한 수준은 되었나 보다. 종종 잘 쓴다는 소리를 들었다. 스스로는 갈 길이 멀다고 생각했지만, 그러면서도 글로 먹고 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글(설교)로 돈을 벌고 있다는 생각을 하진 못했다. 27살이 되어 돌아보니 쉬지 않고 글을 써 왔으며, 그 글로 돈도 조금 벌었다. 그 후로는 컨텐츠마케터로 일했다. 블로그나 SNS에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어서 올렸다. 일 덕분에 요령이 생겨 개인 블로그와 글 쓰는 SNS계정과 유튜브 계정도 만들었다. 지금은 브런치에도 글을 연재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나를 작가라고 부른다.

언제부터 작가로 불리게 되었는지, 어느 순간부터 글로 돈을 벌기 시작했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그저 내 글을 많은 사람들이 봐주면 좋겠다는 생각 하나만 가지고 있었다. 그 신념을 가지고 글을 계속 써내렸고, SNS에도 올려보고 브런치에도 올려 봤다. 내 글을 출판해준다는 기회도 있기에 신청도 했다. 그 덕분에 지금도 글을 쓰고 있으며, 앞으로도 무언가를 계속 써내려갈 것 같다. 물론 아직도 나는 스스로를 작가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작가는 이것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 돈을 버는 수준 정도는 된 것 같다. 앞으로도 글로 돈을 벌게 되겠지, 그러다보면 진짜 작가가 될지도 모른다.

내 글을 읽은 지인은 ‘잘 쓴다. 더 하면 작가가 될 수도 있겠다’라고 이야기했다. 내겐 너무 막연한 일이었다. 내가 한 거라곤 정말 그저 글을 쓴 것 밖에는 없다. 물론 글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은 덕분이다. 10년 전만 해도 내가 블로그에 글을 올릴지, 브런치를 통해서 출판의 기회를 얻을지 알지 못했다. 마케터가 되어 매일 글을 비롯한 창작 활동을 해야 하는지도 전혀 몰랐다. 그저 목표로를 놓지 않았을 뿐인데, 그 목표에 삶이 조금씩 가까워졌다.

꿈을 계속 그리는 사람은 그 꿈과 닮는다고 했던가. 물론 내가 생각했던 ‘글’은 지금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나는 순수 예술을 하고 싶었고, 지금은 제법 상업적인 목적을 띄고 있다. 그러나 어쨌든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다. 무언가를 창작하고 사람들이 그것을 본다. 중학생 때부터 가졌던 꿈이 10년 정도 지나서 조금씩 꽃이 피기 시작했다. 노력의 결실은 언제가 될지 모른다. 1년 후일지도 모르며, 어쩌면 한동안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 한 가지는 분명하다. 미래를 그리지 않은 사람에게는 절대 꿈꾸던 미래가 오지 않는다. 내가 꿈꾸는 미래는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나를 찾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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