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쓰는 시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inter flush Oct 28. 2024

행복의 덫

행복해지기 위해 시간을 다투며 열심히 사는 몇몇의 삶을 들여다보니, 행복이란 모두에게 같은 의미로 다가오진 않을 터인데 그 기준은 얼추 비슷비슷해 보였다. 우선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견이 없었다. 삶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것과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져 보았으나 바쁘다 보니 취미나 좋아하는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답이 돌아오는 걸 보니 행복과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겠단 짐작이 들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추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른 채 일단 돈을 많이 벌어 놓고 그다음 생각해 봐야겠단 엄청난 오류는 수돗물을 틀어놓고 줄줄 새는지도 모른 채 지내는 것처럼 현재의 시간을 다 놓치고 사는 것이다. 저어갈 노 없이 배에 올라타 목적지 없이 배회하듯 바다 위에 표류하는 것과도 같은 일. 행복을 위해 열심히 달린 바쁜 그 하루가 과연 자신의 행복 지도 어딘가에 들어 있기는 한 걸까? 자신의 행복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잊은 채 전력질주하는 경주마가 되어 앞만 보고 달린다면 그 속도에 놓친 무수한 것들, 가령 들판의 꽃향기와 파란 하늘과 구름, 마주치는 이들과의 정다운 미소, 손에 쥐고 맡아보는 흙내음과 날아가는 새의 고혹한 날갯짓, 피부에 닿는 살랑이는 바람의 감촉등 지나친 풍경들에 스며있는 행복한 순간들을 모두 놓쳐 버리는 것이다. 행복에 도달하기 위해 빼곡히 세운 계획들 중 내 영혼을 기쁘게 하는 게 과연 몇 가지가 되는지, 있기는 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을 필요가 있다. 무엇이 나를 설레게 하고 만족감을 가져다주는가. 누군가의 눈을 채우기 위해 나를 가꾸고 있지는 않은지,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나를 혹사시키고 있진 않은지, '누군가'라는 잣대에서 해방되지 않는 한 행복은 내게 스며들지 못하고 밀려 나가는 썰물처럼 내게서 멀어지기만 할  뿐이다. 내 행복의 잣대를 타인의 기준 위에 세우고 나를 보는 시선들에 잔뜩 신경을 곤두세워 눈치를 보며 살고 있을지도, 늘 자신을 비교 대상의 자리에 올려놓고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의 파도를 타며 불현듯 올라오는 수치심에 화끈거리는 마음 뒤로 숨어버리고 있을지도, 행복하려고 열심히 살지만 그 '열심히'가 내 행복을 위한 삶의 태도가 아니라는 걸 깨달을 수 있을 때 행복은 비로소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릴지 모른다. 그러니 그 작은 두드림에 귀 기울이기 위해 우린 좀 더 천천히 느리게 나를 향해 찾아오는 행복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감정의 늪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