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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명동제이슨 Jan 31. 2018

공격이 강하면 지지 않지만
수비가 강하면 우승한다

평가전에도 연이은 수비 불안,  더이상 새로운 실험은 무리

현재 우리나라는 피파 랭킹 59위로, 축구 강국이 아니다. 2002년의 4강은 거의 20년 전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말 그대로 4강 '신화'다.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매 경기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축구 강국으로 더 높이 솟아 올라가기 위해서는, 실패 후 엄격한 자기 성찰이 있어야 한다. 문제를 답습하는 현재의 모습에서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최근 신태용호는 1월 터키 전지훈련 중 몰도바, 자메이카와  A매치 평가전을 치뤘다. 피파에서 공인한 A매치 데이에 열린 경기들도 아니거니와, 많은 선수들이 개인 및 소속팀 사정 때문에 불참했다. 신태용 감독이 8월 말 부임한 이후 만나온 선수들의 구성에는 당연한 차이가 있겠지만, 국내팀 위주로 경기를 했던 동아시안컵의 구성원과는 크게 차이가 없어 이번 전훈에서도 어느정도 결과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었다.

슈팅 2번에 2실점한 대한민국(출처: 연합뉴스)

두 경기는 1:0 그리고 2:2로 졸전이었다. 특히 몰도바와의 경기에서는 승리했지만 피파랭킹 166위의 국가를 상대로 거둔 결과는 겨우 1득점이었으며, 자메이카의 경기에서는 상대에게 허용한 슈팅 두방이 그대로 실점으로 이어졌다. 특히 자메이카와의 경기에서 23개의 슈팅을 퍼붓고도 2득점에 그친 대한민국은 수비 실수가 더해서 빛 바랜 무승부를 거두게 되었다.


대한민국 공격진엔 손흥민이라는 월드스타가 존재하기에 조금 더 나아질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문제는 언제나 그랬듯이 수비다. 신태용호가 시작한 뒤 치른 11경기 동안 수비조합은 단 한 번도 같지 않았다. 지난 5경기에서 보여준 수비 조합 또한 항상 달랐지만, 왼쪽 풀백 김진수와 센터백 장현수가 5경기 중 4경기로 자리를 잡은 모습이었다. 여전히 최적의 조합을 찾고 있는 수비진이지만, 현재 월드컵 개막 전까지 치룰 A매치가 겨우 5경기 정도 남은 시점에서 플랜A를 맞춰 최대한 호흡을 맞출 기회를 주지 않고 계속 실험정신을 발휘해 혼란만 야기하는 현재의 모습은 다소 아쉽다. 누구나 뉴페이스를 바라지만 개막이 약 5달도 남지 않은 현재, 그러한 모습은 과욕에 가깝다. 성남 감독 시절 신 감독이 애용하던 변형 백3 전술과 현재 대한민국 대표팀의 기본 틀인 백4 전술을 모두 사용하고 싶고, 그 다양성으로 전술적 선택 폭을 넓히고 싶은 것은 공감하지만 베스트 전력의 틀을 잡아야하는 현 시점은, 다양성을 실험하기에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

장현수(출처: KFA)

그런데 대부분의 실수가 센터백에서 나온 것은 큰 문제다. 지난 동아시안컵에서 나왔던 장현수의 헤딩볼 처리 문제점이 이번 자메이카 전에서도 어김없이 나와 상대에게 쉽게 공격 기회를 내줬다. 또한 자메이카 공격진이 2득점한 장면 모두에서 중앙 수비진의 공간이 모두 열린 채 중거리 슛으로 실점했다는 것은 중앙 수비진 간의 간격 조절에도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경기에서 드러나는 중앙 수비진의 혼란과 조직력의 문제는 선수개인의 실수로 드러난다. 10월에 치른 문제의 러시아전에서 김주영의 2번의 자책골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또한 이어진 모로코전에서 장현수의 어설픈 위치선정도 실점으로 이어졌다. 11월 콜롬비아전은 승리하긴 했지만 사파타에게 헤더 실점을 할 당시 골키퍼 김승규를 제외한 전체 수비수들은 먼산을 봤고, 같은 A매치 기간에 치러진 세르비아전 또한 좋은 경기력 속 1:1 무승부를 거두긴 했으나 상대 역습 상황에서 김영권이 수비 위치를 지키지 못하고 전진수비를 한 탓에 실점했다. 12월 동아시안컵에서 중국에게 내준 충격의 두 골은 권경원과 장현수가 한 선수에 치중한 나머지 세컨볼 처리를 하지 못한 것, 그리고 권경원이 상대가 쇄도하는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 종합적으로 이뤄져 발생했다. 일본전 또한 4:1 승리했지만 그 1실점이 주지 않아도 될 페널티킥이었다. 


현대 축구에서 수비수들의 빌드업 능력이 강조됨에 따라 수비력과 패싱력을 같이 중요시하는 풍토가 만연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비수들의 제일되는 가치는 아무래도 수비력이다. 해외축구에서 바르셀로나와 맨시티가 패싱력을 기반으로 한 빌드업 플레이를 강조하고, 그것이 화려하다 못해 강력하다보니 한국 축구도 언젠가부터 무차별적으로 모방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세계 최고의 수비수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완벽한 수비력을 기반으로 한 패스 플레이 장착이지, 패스를 기반으로 한 수비력 장착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선수가 모든 기량을 갖출 수 없다. 그간 한국 축구가 센터백 조합, 수비 조합을 가져갈 때 모두가 특성이 다른 선수들로 채웠다는 사실에 주목해보자. 2002년 홍명보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가능할 정도로 좋은 슈팅 능력과 패싱 능력을 갖췄었다. 하지만 영원한 리베로라는 별명에는 맞지 않게 걸출한 몸싸움과 태클 능력을 갖춘 선수는 아니다. 커버링 능력으로 좋은 수비력을 보였지만 피지컬로 압도하는 터프함은 없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2002년 최고의 수비진을 이뤘던 이유는 콧뼈가 나가도록 거칠게 밀어부친 김태영이라는 걸출한 파이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장현수, 권경원 모두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의 센터백이다. 상당한 패싱력을 가졌고 멀티 플레이가 가능한 선수들임에는 분명하나, 전문 수비수들에 비해서는 안정된 수비 능력이 부족하다. 어설프게 '빌드업이 되는 수비수'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하면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은 백4의 베스트 멤버를 확정해야한다.(연합뉴스)

지금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다. 다양한 조합, 빌드업에 대한 유혹 모두 긴 준비기간이 보장되었을 때 생각해 볼 가치이다. 기술적인 부분이 부족하면 2002년에 그랬듯 상대가 자기 플레이를 못하도록 방해를 하는 악착같은 수비가 필요하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그리고 플랜A에 대한 결단을 하자. 수비가 안정되면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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