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부터(2019년 10월 기준) 경영전문대학원(MBA)를 다니면서 첫 번째 중간고사를 봤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4과목 중 3과목을 봤고 그 중 2과목은 그래도 B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머지 1과목은 잘 모르겠다...솔직히 되게 못본거같다. 사실 시험을 잘보고 못보고가 이 얘기의 결론은 아니지만 시험이라는 특성이 있어서 간단하게나마 이야기하고 넘어간다.
이번 학기에는 마케팅, 재무회계, 경영정보시스템 그리고 전략적 브랜드관리를 듣는다. 업무에 도움이 되는지는...솔직히 잘 모르겠다. 더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회사 업무 자체에는 좀 방해가된다. 평소에는 괜찮지만 시험기간에는 회사에도 집중하기 힘들고 대학원에도 집중하기 어려운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많이왔다. 그래서 회사에서 실수도 하고...여러가지로 좋지 못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닌데...잠도 부족하고...이게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닌데...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하고 있나....잘나가는 사람들처럼 회사에서 보내줘서 가는 것도 아니고...그런데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니...그래도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경영/마케팅에 대한 업무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게 대학원에서 무엇을 배워서는 아니다. 다만 수업시간에 똑같은 내용을 배우고 다른 사람들이 그 개념에 대한 질문은 자기가 하고 있는 업무에 적용해서 물어보는 모습들을 보면서 느껴진다. 그 산업의 특징과 해당 분야에서 최소 5년 이상은 일했던 사람들이 바라보는 것들이...내 분야만 생각했을때는 상상도 해볼 수 없는 그런 것들이 있다. 예를들면...대금 지급을 선적지 기준으로 할지...도착지 기준으로 할지에 대한 기준이 산업마다 어떻게 다르고 기업의 투자에 있어 신규사업 개발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재무적 관점에서 어떻게 접근하고 재고자산의 관리를 실무에서 처리하는 방법들은 듣다보면..정말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이 세상 전체에서 바라봤을 때 정말 일부에 불과했구나...이런 것들을 알아가면서...겸손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부작용도 많이 있다. 어떤 부작용이냐면....내가 있는 이 분야가...되게 작게 느껴진다. 내가 잘 알아서 작다고 느끼는게 아니라..그냥 이 산업 자체가...남들은 업무에서 스포츠 관련한 업무를 진행해도 골프장 매각에 대한 수익성 검토를 통해 인수를 추진하는 회사에 예상 수익률과 매입 시 예상되는 문제점들에 대해 자문하는 일을 하는데...나는 내년 사업계획서 제출해달라고...얘기를 하고 또 해서 간신히 받은 사업계획서 보면...내가 그렇게나 많이 만들어서 줬던 양식도 정말이지 1도 참고하지 않은듯한 신개념 사업계획서와...1억도 안되는 세부예산 집행계획도 계산이 틀려있어서...이거 이거 계산 틀렸다...말이나 해주고 있는 내 자신이 되게 작게 느껴진다. 그냥 업무의 특성이 달라서 그렇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은 그렇게 느끼지 못한다.
얼마전 외부 업체와 신규 서비스를 런칭했다. 해당 업무에 대한 제휴 논의부터 기획/개발/런칭/홍보 업무별 일정 잡아서 단계별로 맞춰가며 했던 그런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들이 안되는 이 사람들과...마주 앉아서 소통이니 뭐니 하며 자기 하고싶은 말만 3시간 넘게하고 밥까지 먹고 가더니 돌아가서 불쾌했고 갑질했다고 말이나 하는....그럼 사람들과 함께 있는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진다.
내가 있는 이곳이 지금의 나를 나타내는 것인데...난 딱 이런 수준인가? 싶은 생각이든다. 물론 회사라는 것이 완벽할수는 없을 것이다. 나도 얼마전에 말도 안되는 예산 집행 계산 실수로 회사에서 오전내내 회의하면서 그 대안을 찾느라 고생했기에...아직 부족하지만...그래도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 싶을때가 많다.
오늘도 그렇다...그렇게 몇 주간 사업계획서 보채고 보채서 받았더니 양식도 하나도 안맞고 계산조차 틀려있는 이 사람들이....소통이 안된다 하여 일요일 아침 7시 기차를 타고 가고 그들이 하는 대회에 찾아가고 있는 내 자신이...너무 창피하다. 진짜 가면 소통이고 뭐고 사업계획서 양식이랑 계산이나 좀 맞춰주세요...하고 싶지만...그러면 안되겠지....
아무튼 MBA를 다니면서 힘든것도 있지만 분명히 얻는 것들도있다. 다만 이것이 한 학기에 9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가면서 할만한 일인지에 대해서는...의문이 드는게 사실이지만....그래도...뭔가 있겠지....뭐라도 좋은게 있겠지...어차피 시작한 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