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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꾸미 Mar 07. 2022

에세이에 첫 악플이 달렸다.

1인 기업이 진짜 1인 기업이 아니었다

사실 난 어렸을 때 일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내 불안의 대부분은 이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 무의식에서 기인하지 않았나 싶다. 어머니는 나에게 거는 기대가 크셨다. 난 어릴 때부터 보습학원에 많이 다녔는데 갈 때마다 어머니는 선생님들께 나를 영재로 소개하곤 하셨다. 막상 선생님들이 나를 보면 내가 영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곧잘 알아차리셨다. 어머니는 내가 반에서 좋은 등수를 맞기를 바라셔서 늘 시험을 보면 맞은 것보다 틀린 부분에 집중하셨다.


나에게 성적에 대한 고민은 단지 좋은 점수를 받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가졌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우리 가족은 내가 어렸을 때 아주 가난했다. 아버지가 손을 댄 사업마다 다 실패를 하셨고 어머니는 24시 식당에서 밤새 설거지를 하셨다. 집안이 많이 힘들 때는 빚쟁이들이 쫓아오기도 했고 나 혼자서 집을 지켜야 하는 때가 많았다. 부모님은 경제적인 문제로 여러 번 이혼에 대해 이야기하셨고 내가 열 살 때에 어머니가 엄마랑 아빠 중에 누구랑 살 거냐고 물으셨던 기억이 여태까지 생생하다. 나는 부모님이 다투시는 게 내가 힘이 없고 공부를 잘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런 가정 상황도 있었고 우리 어머니의 개인 성향상 안정에 대한 욕구가 크고 가정을 위한 희생정신이 워낙 큰 분이셨다. 엄마는 가끔 나에게 당신의 인생은 이미 끝났고 너희들을 위해서 사는 것이라고 말씀하곤 하셨다. 내가 첫 취업을 할 때에도 어머니는 “평생직장”이라는 말을 많이 하셨다. 나는 그런 어머니를 실망시켜드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나는 엄마의 그런 모습이 일종의 가스 라이팅이라는 것을 오은영 박사님의 프로그램을 보면서 깨닫게 되었다. 엄마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 자식에게 본인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요구했고 나는 내가 바라는 것보다 부모님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나의 아버지는 지극히 가부장적인 분이셨고 감정적으로 공감할 줄 모르는 분이셨다. 내게 힘든 일이 있을 때 아버지는 늘 해결만 하려고 하셨고 때때로 당신의 자식을 귀찮아하기도 하셨다. 그런 아버지에게 나는 어떤 말도 하지 못했었고 지금도 아버지와 감정적인 교류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사실 지금도 아버지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타인에게 내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도 어려웠고 상대방이 내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줄 것이라는 신뢰감도 느끼지 못했었다. 또 특별히 상하관계에서 혼날까 봐 지나치게 두렵고 긴장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동안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연애, 진로, 직장생활, 대인관계 등 다양한 부분의 원인이 이런 가정사에 있었다는 것을 30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회사를 나오고 나서 방황을 하며 지금 브런치 글을 쓰고 있다. 다시 회사를 갈지, 아니면 새로운 길이 어떻게 열릴지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고 이런 나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고 위로를 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일 것이다.


그렇게 글을 쓰던 브런치에서 갑작스럽게 조회수가 폭발했다. 자고 일어나 보니 조회수는 2000명, 4,000명을 넘어서 7,000명이 되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아마 다음 커뮤니티 어딘가에 내 글이 소개된 모양이다. 불특정 다수가 나의 글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문득 두렵기도 하면서도 이런저런 댓글들이 달렸는데 좋은 글도 있는 반면 우려하던 악플도 달렸다. 순간 너무 당황스러워서 댓글을 지우고 싶었지만 그런 기능이 브런치 없는 것 같았다. 어쩌지? 댓글 허용 기능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나의 퇴사 이유 중 하나가 타인에게 비난을 받는 일이 힘들어서였는데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도 그런 일을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프리 워커, 디지털 노매드, 유튜버, 인플루언서나 연예인들이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갑자기 존경스러워졌다. 우울한 마음에 몇몇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고 그들은 열심히 나를 위로해주었다. 그러나 그런 말들이 하나도 힘이 나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아무리 사랑한다고 말해도 그게 믿기지 않아서 혼자 외로워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마음이란 이상하다. 타인이 어떻게 해준다고 하더라도 내 마음은 오직 나만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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