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단 한 번도 계획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인정받는 삶'을 위해 달려왔고, 육아 역시 내 통제 안에서 완벽하게 해내고 싶었다. 첫째가 태어나고 5개월, 나는 나만의 완벽한 육아 스케줄표를 신뢰하며 안온한 집안에 머물고 있었다. 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가장 방심한 순간에 예측 불허의 변화구를 던진다.
"11주네요. 아이 팔다리가 벌써 움직여요."
이사한 지 한 달, 이제 막 짐 정리를 끝내고 숨을 돌리려던 찰나에 들려온 둘째 소식. 축복이라 말하기엔 너무나 서슬 퍼런 두 줄 앞에서 나는 기쁨 대신 좌절을, 감사 대신 통곡을 선택했다.
4개월 만에 다시 찾아온 입덧, 5개월 된 아이를 등에 업고 배 속의 아이를 지켜내야 했던 그 지독하고도 찬란했던 ‘연년생 서막’은 그렇게 무례하게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연년생은 쌍둥이보다 힘들지만, 나중엔 둘이 친구처럼 지내니 얼마나 좋으냐고. 하지만 그 '나중'이 오기까지 엄마의 영혼은 몇 번이나 탈곡되고, 자존감은 바닥을 친다.
완벽하고 싶었던 '인정중독' 엄마는 매일 아침 떡진 머리와 눈물 범벅인 얼굴로 거울 앞에 서야만 했다.
그러다 어느 육아 웹툰에서 이런 고백을 보았다. 평소 집순이였던 작가가 아이를 위해 주말마다 밖으로 나가는 자신을 보며 깨달은 점이었다.
"내가 아이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있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아이가 나를 세상 밖으로 꺼내준 거였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멈춰 섰다. 나 역시 그랬다. 혼자였다면 절대 가보지 않았을 곳들, 겪지 않았을 소란들, 그리고 마주하지 않았을 나의 바닥과 낯선 감정들.
12개월 차이로 들이닥친 두 아이는 나를 집 안에 가두는 감옥이 아니라, 오히려 '인정'이라는 좁은 틀 속에 갇혀 살던 나를 세상 밖으로 등 떠미는 구원자였다.
이 기록은 단순히 '힘든 육아'에 대한 징징거림이 아니다. 열두 달 차이로 태어난 4살, 3살 두 자매와 함께 울고 웃으며, 아이들만큼이나 훌쩍 자라버린 한 여자의 치열한 성장기다. 완벽이라는 허울을 벗어던지고 떡진 머리로 아이들과 세상을 누비는 지금, 나는 예전보다 훨씬 더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느낀다.
'엉망진창인 오늘' 속에서도 기어코 행복의 조각을 찾아내고야 마는 회복의 기록이기도 하다.
어쩌다 연년생 엄마가 되어 매일이 우당탕탕인 당신에게, 그리고 예상치 못한 삶의 변화구 앞에 주저앉은 당신에게 이 이야기를 건넨다.
완벽한 엄마라는 허울을 벗어던지고, 12개월 차이 두 아이의 손을 잡은 채 맨발로 세상에 뛰어든 나의 가장 치열하고 솔직한 기록을 이제 시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