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생 독박 육아, 나를 살린 생존 습관

by 지안

연년생 독박 육아는 매일이 전시 상황이다. 큰애 기저귀를 갈고 돌아서면 둘째가 울고, 둘째를 달래다 보면 거실은 이미 폭격 맞은 듯 엉망이 되어 있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나면 내가 오늘 밥을 먹었는지, 머리는 감았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나를 퇴사가 아닌 지속 가능한 육아로 이끌어준, 그야말로 나를 살린 생존 습관 3가지를 소개한다.


1. 고립된 섬의 유일한 주파수, 라디오

아이들을 가정보육할 당시 종일 집에 있으면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섬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 어른의 대화가 그리워 미칠 것 같을 때, 나는 라디오를 켰다. 이른 아침에는 '굿모닝FM 테이입니다'를 들으며 아이들의 아침 전쟁을 치러낼 에너지를 얻었고, 때로는 EBS 중국어 채널을 틀어놓고 공부를 하며 굳어가는 뇌를 깨웠다.


정오에는 '정오의 희망곡'의 저세상 텐션에 기운을 내고, 오후 두 시에는 '두시만세'의 유쾌한 수다에 깔깔거리다 보면 육아의 피로가 잠시 잊혔다.


심리학적으로 라디오는 사회적 실재감을 제공한다. 누군가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고립감에서 오는 우울감을 방어해 준다. 또한, 공부나 정보 습득은 엄마라는 역할 외에 성장하는 나를 확인시켜 주어 자존감을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뇌는 이처럼 다중 작업을 할 때 오히려 스트레스에서 잠시 분리되기도 하며, 라디오의 실시간 대화는 사회적 지지를 받는 것과 유사한 뇌 반응을 이끌어낸다.


2. 20분의 아로마 테라피, 향기 샤워

아이 둘을 씻기고 나면 정작 내 몸 하나 씻을 기운조차 남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피곤해도 나만을 위한 향기 샤워 시간을 사수했다. 욕실 가득 내가 좋아하는 향의 바디워시 거품을 내어 그 향기에 온전히 집중했다.


이 습관이 나를 살린 근거는 분명하다. 후각은 우리 뇌의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변연계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된 감각이라고 한다. 좋은 향기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즉각적으로 낮추고,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를 돕는다니 내가 좋아하는 향으로 샤워 하는 시간을 채우는 건 분명 힐링이다.


감정 조절이 안 될 때 가장 빠른 해결책은 감각을 바꾸는 것이다. 아로마 테라피는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잡아주며, 땀과 눈물로 얼룩진 하루를 향기로운 거품으로 씻어내는 그 20분은 단순한 세정이 아니라 흐트러진 마음을 정돈하는 거룩한 의식이었다.


3. 기록의 힘, 휴대폰 메모장

육아는 소모적이다.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내 인생이 사라지는 것 같은 허무함이 밀려온다. 그때 나를 구원한 건 메모장이었다. 3화에서 적었던 '수면 교육 중단' 같은 육아 철학부터, 힘들 때 내면의 감정, 아이의 찰나 같은 예쁜 짓까지 틈틈이 적었다.


글쓰기는 객관화의 힘을 갖는다. 내 감정을 글로 옮기는 순간, 나는 감정에 함몰된 당사자가 아니라 내 삶을 관찰하는 작가가 된다. 부정적인 감정을 글로 써서 밖으로 내보내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외재화'라고 하는데, 이는 심리적 압박감을 50% 이상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한 기록은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정확히 알게 해주는 메타인지를 높여준다.


이 기록들은 나중에 다시 읽었을 때 "나는 매일 성장하고 있었구나"라는 확신을 주었고, 나를 단순한 양육자에서 내 삶의 주인으로 되돌려 놓았다.



첫째, 청각적 자극을 활용하자. 독박 육아 중인 부모에게 라디오는 가장 저렴하고 효과적인 심리 상담가가 될 수 있다. 교육자 역시 업무 중 뇌의 전두엽을 자극할 수 있는 유익한 콘텐츠를 접함으로써 육아와 업무로 인한 인지 기능 저하(베이비 브레인)를 예방할 수 있다.


둘째, 즉각적인 이완을 위해 감각을 전환하자. 육아 중 분노가 치밀거나 무력감이 들 때, 좋아하는 향기를 맡는 것은 뇌의 편도체를 안정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좋아하는 향의 디퓨저를 두거나 핸드크림을 바르는 것만으로도 감정 노동의 피로를 줄일 수 있다.


셋째, 나를 객관화하는 기록의 습관을 갖자. 부모가 자신의 상태를 기록으로 객관화할 때, 비로소 아이의 행동도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육아 일기는 아이의 성장 기록이기도 하지만, 양육자의 치료 기록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지 말자.


넷째, 자기 돌봄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다. 양육자가 행복해야 아이의 정서적 안전기지도 단단해진다. "나를 챙길 시간이 어디 있어"라고 말하기보다, 단 5분이라도 나를 살리는 감각적 즐거움을 찾는 것이 최고의 육아 전략이다.


연년생 육아는 여전히 힘들다. 하지만 나를 돌보는 이 작은 습관들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아이들의 미소 앞에서 진심으로 웃어줄 수 있다. 육아는 결국 아이를 키우는 일이기도 하지만, 나를 잃지 않는 법을 처절하게 배워가는 과정이기도 하니까.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의 [육아 생존 습관]도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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