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가
열여섯 번째 편지
그날 여기서 누군가를 기다리던 네 모습이 떠올라서, 이곳에 메모를 남겨.
맞지? 누군가를 기다리던 거.
처음부터 짐작하고 있었지만 소리내어 물어본 적은 없어.
그렇다는 대답은 듣기 싫었고, 아니라는 대답에는 괜히 심통 부리게 될까 봐.
직원이 나를 기억하는 눈치인 것 같은데, 목발을 짚고 있는 내가 불쌍해보였는지 흘끗거리기만할 뿐 별다른 말이 없다. 정말 웃기는 사람으로 보이겠지. 저번엔 수조를 깨더니, 이번엔 어디서 무슨 행패를 부리고 오셨나? 아마 속으로는 이렇게 비꼬고 있을 거야.
내가 일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병원에 다녀갔다는 얘기 들었어.
왜, 왜 다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대체 어디야 지금?
너를 만났던 기억은 선명한데 너의 흔적이 어디에도 없다는 게 이상해.
어떻게 단 며칠 사이에, 한 사람이 그렇게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가 있지?
나홀로 꿈꾸고 있던 사람 같아.
여태 잠들어있다 며칠 전에야 회복한 것처럼, 세상 어디에도 당신이 없어. 다들 관심조차 없지.
무슨 이야기든, 만나서 하자.
무슨 생각이든 내게도 나눠 줘.
부서진 조각상도 매끈하게 붙인 당신이잖아.
내 다리도 당신이 있어야 그렇게 붙을 수 있을 것 같아.
제발, 다시 나타나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