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을 좋아한다는 게 조금씩 시시한 일이 되어갔고
열다섯 번째 편지
좋아하던 가수 앨범 나왔더라.
요즘은 앨범을 발매한다는 게 예전만치 큰 소식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그런지 신곡이 나온줄도 모르고 있었어.
사실 이 가수 음악을 듣는 것부터가 진짜 오랜만이야.
언제부터인가, 누가 물어본다면 응 좋아하지, 하는 정도로 대답하고 마는 가수가 되었나봐.
그들말고도 신경 쓰고 집중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져버렸거든.
그리고 연예인을 좋아한다는 게 조금씩 시시한 일이 되어갔고.
지금도 좋아하는 배우나 가수들이 있지, 물론.
말은 이렇게하지만 엄청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ㅋㅋ
근데 괜히 여러 생각이 든다.
그때는 막, 앨범 발매일 디데이 걸어놓고 하루하루가 얼마나 설렜는지.
매일 조금씩 흘러나오는 힌트들을 짜맞춰 보면서 괜히 진정한 팬이 됐다는 이상한 도취감도 느끼고
발매일부터는 동네 음반매장마다 전화를 걸어 음반이 남아있는지 확인하고는
혹시나 다 팔릴까봐 부랴부랴 뛰어가고는 했다.
그때 앨범은 참 실했는데 말이야.
이 가수는 또 이상한 고집이 있어서... 알지?
전체 콘셉트에 자켓 사진, 가사 하나하나에 장치가 정말정말 많았거든.
그거 하나씩 맞춰가는 재미.
꽉꽉 눌러담은 2CD의 곡을 아껴가며 듣는 즐거움.
앨범을 하도 들어서 길거리에서 한 곡이 끝나면, 절로 음반에 담긴 다음 곡의 전주를 흥얼거리는 나.
어렵고 긴 가사를 리듬까지 타며 따라부르게 된 나.
그때 내 삶에는 그런 장면들이 있었다.
십수년이 지났네.
이 사람들도 많이 바뀌었는데, 색은 여전한게 너무 고맙고 반가워.
이제는 CD마냥 손에 잡을수도 없는 음원, 예전에 비하면 1/3로 줄어든 곡의 수와 노래길이.
덕질에 쉽게 돈을 쓸 수 있게 된 대신
기다리느라 애가 타고 갖지 못해 안절한 마음은 더 이상 가질 수 없게 됐나봐.
참, 괜히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