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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준 May 12. 2023

마늘쫑과 통마늘 같은 인생

이것저것 시도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좋은 것이다.


이번주 내내 아삭하고 달큰한 마늘쫑이 식탁 위에 올라왔다. 삼겹살처럼 기름진 고기를 먹을 때 상추에 싸먹듯 생으로 쌈장에 찍어 먹어도 알싸한 맛이 좋지만, 한 번 뜨거운 물에 데쳐 양념과 함께 무쳐 반찬으로 먹어도 그 달달한 맛에 자꾸만 손이 간다.


마늘쫑은 마늘을 크고 튼실하게 키우기 위해 솎아내는 마늘의 꽃줄기라고 한다. 마늘쫑에 꽃이 피면 마늘의 영양분이 꽃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땅 속 마늘이 부실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마늘의 꽃줄기인 마늘쫑을 뽑는 것이다.


최근에 존경하는 은사님께 추천받은 읽었던 책의 내용이 떠올랐다. "원씽(The One Thing)"이라는 책인데, 가장 중요한 한 가지에 우선순위를 두고, 그것에 집중하고 파고들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요즘 크게 삶, 인간관계, 커리어 등에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부터 올해, 이번주, 오늘 내 하루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잘 고려해보려 노력한다. 내 마늘을 실하게 키워내기 위해 솎아내야 할 마늘쫑을 찾는 것이다.


인생을 산다는 건, 시소 가운데서 버티고 버티며 비현실적인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한쪽에 온 힘을 쏟아붓고 때로는 또 다른 한쪽에 온 힘을 쏟아부어야 함을 느낀다. 네버랜드에나 존재하는 "영원히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다가는 내 마늘은 통마늘이 아닌 쪽마늘이 되어버릴테니 말이다.


이것저것 시도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좋은 것이다. 마늘쫑은 봄이면 꼭 먹어야 할만큼 이로운 채소이다. 단지 제 때에 솎아내기만 하면 된다. 때가 되면 한 쪽에 집중하는 것이다. 다른 한 쪽에 들인 시간과 에너지를 아까워하지도, 손실비용이 두려워 망설일 필요도 없다. 그 모든 경험들은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마늘쫑처럼 영양가 높고 맛도 좋은 내 삶의 자산이 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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