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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만장자 홍사장 Dec 15. 2018

나는 시간당 얼마일까?

그냥 내가 바뀌면 될 것을..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선배라는 명목으로 후배들에게 이런 말들을 쉽게 내뱉는다.


"너는 이렇게 일하고도 월급을 받으면 회사에 미안하지도 않니?"


 이 말을 들은 후배 입장에서는 왜 미안해해야 하는지 당체 이해할 수가 없는 노릇일 것이다. 주어진 시간에 주어진 업무를 딱딱 맞춰서 하는 것만으로도 성에 차지 않아 계약서에 들어 있지도 않은 오만가지 일을 시키면서도 월급을 단 1도 더 주지 않는 것도 참고 있는 것일텐데 말이다.


 우리는 회사에서 일하고 그 일한 시간만큼 월급이란 보상을 받는다. 직장인이라는 말은 하지만 사실상 예전의 노역인과 다를 바가 없다. 땅을 가진 대감들은 마루청에 앉아 담배를 피며 풍월을 읊고 있을 때 땅이 없어 삯을 받아 하루를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꾸역꾸역 밭에 가서 노역을 해야 했다. 노역인들이 땡볕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받아가는 일당에 비해, 시원한 그늘 밑에서 논어를 읽고 더 큰 세상을 그리는 대감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얼마나 될까? 따지고 보면 지금의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회사에 출근하여 하루 8시간 이상 열심히 일하여 월급을 받아 갈 때, 우리를 고용한 그들은 얼만큼의 돈을 벌어갈까?


 나는 요즘 이런저런 생각에 사로잡혀 회사에서 엉덩이를 붙이고 있기 어렵다. 회사에 충성하고 있는 8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시점부터 말이다. 나란 존재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나라는 놈은 과연 어디까지 갈수 있을지 그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었다. 이 조직 안에서 평가 받는 그런 숫자놀이 말고, 연초마다 일방적으로 통보되는 연봉통지서 말고 온전히 나로써 평가 받고 싶었다. 과연 나는 내 능력에 맞는 시급을 받고 있는 건가? 나란 사람을 신호등으로 표현한다면 초록색일까? 빨간색일까? 라는 걱정을 하기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최대한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을 얼마나 될까?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고민들이 머릿속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니 마음속에서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분주히 움직인다.


' 8시간이란 시간동안 오직 나만을 위한 일을 한다면 과연 시간 당 얼마큼의 행복을 벌어들일 수 있을까?'


 굳이 돈으로 환산할 필요가 없이 행복이란 기준에서만 생각해도 ‘나만을 위한 일‘을 선택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이미 내가 고용인이 아닌 노역인임을 알아챈 이상 여기서 더 높은 곳을 향할 필요도 없고 더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게 되었는데 말이다. 이제는 스스로의 판단만이 남아 있을 것이다. 회사라는 조직 속에서 노역을 하며 행복을 찾을 것인지, 드넓은 세상으로 뛰쳐나가 내 스스로 내가 원하는 행복을 찾아낼 것인지 말이다.


 와이프는 10년차가 넘은 공무원이다. 육아휴직을 많이 써서 실제 근속년수는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연차로는 12년차 정도 되었다. 사람들은 공무원이라고 하면 느릿느릿하고 무능력하고 게으름을 상상하지만 와이프를 지켜봐 왔던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와이프가 민원들과 어려운 상황을 겪고 상처를 받으며 힘들어하는 모습에 안쓰럽고 때론 화가 나기도 했다. 나라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던져놓고 그것을 보호해준다면 연금이란 족쇄를 걸어놓고 나랏일을 실컷 부려먹는 일꾼이 바로 공무원 아닌가 싶다. 지금은 미비하지만 노후에 연금으로 돌려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지금 힘들어도 버텨봐 라고 한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다. 우리는 그것보다 훨씬 더 우수하고 역량이 뛰어난데 말이다.  와이프는 지난 한해 자신의 연봉의 몇 배가 넘는 돈을 투자로 벌어들였다. 육아 휴직으로 회사에 발이 묶여 있지 않다보니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의 성과가 돈이라는 것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렇다고 하루 8시간에 매달렸던 것도 아니다. 가족들을 위해 자신의 역할은 다 하면서 짬을 내어 시간을 할애했던 것들의 성과인 것이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와이프가 벌어들인 수입이 시간당 얼마가 될지 궁금하다.

 

 이렇듯 모든 것이 시간에 묶여 있는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굳이 내가 일한 시간만큼 보상을 받을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나는 획일적으로 시간에 따른 성과를 엔 분에 일을 하여 나눠주는 이러한 체계가 싫다. 10시간을 꼬박 일해서 10만원을 받는 것이 아닌, 1시간만 일해서 성과를 내면 10만원 받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에 발이 묶여 있으면 안될 것이라 생각했다. 시간과 보상을 분리하기 위해서는 나와 조직을 분리시키는 일이 더욱 우선적으로 필요했다. 


 하지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미 시간에 따른 보상 체계에 깊숙이 빠져 있는지라 족쇄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푸는 작업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가족들의 의료비, 연금, 건강보험료들과 아이들의 학자금등 내가 버티고만 있어도 받을 수 있는 혜택들은 너무나도 많아 그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가 없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신뢰가 있지 않다면 금방 무너지거나 좌절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실행할 것이다. 너무 많은 족쇄가 시작조차 하지 못하게 두려움을 가져다주지만, 그래도 하나씩 하나씩 풀다보면 어느새 두 손 두 발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고, 그때가 되면 내가 가고 싶은 곳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를 찾게 될 것이라 나는 믿기 때문이다.


나는 일한 시간만큼 돈을 받는 사람이 아닌, 나는 일한 성과만큼 돈을 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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