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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희 Mar 03. 2024

#1. 결과 못지 않게 과정도 중요하기에.

-빛나는 결과를 위해 묵묵히 쌓아올린 과정도 소중하니까.

바깥에서 놀고 싶다는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 갔다.

아이는 최근에 다이X에서 사준 장난감 비행기 모형을 손에 들었다.

아이는 무척 설레고 신난 표정이었다.

고작 2천원에 불과한 장난감을 손에 쥔 아이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아이를 보자, 

문득

아이가 무척 부러워졌다.


고작 2천원에는 

행복해질 수 없게 되어버린

내 자신의 삶이 애처롭게 느껴져서일까.


아니라면

살면서 지독하게 더러운 때가 묻어버린

내 삶이

아이의 순수하고 투명한 삶과

극명하게 대비되어서

부끄러워서 그랬던 것일까.



내 상념은 뒤로 한 채,

아이는 밝은 얼굴로 비행기를 던진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아이가 힘없게 던진 비행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에

고꾸라지고 만다.


그렇다고 해서

그걸 지켜보는 아이의 표정에

실망한 기색이 어리는 건 아니다.


그렇게

두어차례 비행기를 던지기를 반복하던 아이가

내게 다가와서

나더러 비행기를 한 번 던져보라고 말한다.


나는

별생각없이

손에 비행기를 든 채

하늘을 향해

던졌다.


그러자

비행기가

아이가 던졌을 때보다

아주 조금은 길게

허공을 부유하다가

완만하게 곡선을 그리고는

유유히

놀이터 바닥에

사뿐

착지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의 눈빛은

흥미와 즐거움으로

잔뜩 빛이 났다.


그런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노라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엔

비행기가 하늘을 날다가

언젠가는

땅에 착륙하겠지만


착륙했다는 사실도 

물론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하고 의미있는 건

비행기가

공중에서 어떤 궤적을 그리면서

날아올랐는지가 아닐까.


비록

몇 초에 불과한 짧은 비행이었지만

비행기의 몸체가 그려낸

완만하면서도 굴곡진 곡선을 지켜보는 건

내겐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똑같이 하늘을 날다가

언젠가

바닥으로 내려앉을 운명이더라도

어떤 모습으로

하늘을 날았는지도

중요하지 아닐까.


의지와 상관없이

이 세상에 태어나

주어진 대로 삶을 살아가다

언젠가는 다시 죽게 될 인간도

그들이 살아가는 동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갔는지가

중요한 건 아닐까.


새삼

그간 결과만 보며

모든 것들을 판단했던

내 스스로를

잠시 돌이켜보게 되었다.


그리고

단순하지만 중요한 진리를

새삼 체감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 않게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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