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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희 Mar 08. 2024

인생은 기대를 충족시키느냐, 실망시키느냐의 줄다리기이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자유.

요새 들어서 느끼는 것들이 있다.

그간 인생을 살아오면서 내게 주어졌던 삶의 성장과정 중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내게 걸어온 나름의 기대가 있었다.

나는 그 기대에 부응하기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발버둥을 쳐댔다.

그런 과정 중에서 칭찬을 받고 뿌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인생을 무척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교를 가고

인생에서 첫 좌절을 겪었지만

그걸 잘 극복하고 무사히 취직을 하고

막상 취직했지만 그 일이 내 적성과 맞지 않다는 데서

1차로 멘탈이 붕괴되었고

자연스레 연애를 즐기면서

내게 다가오는 이성의 나에 대한 기대를

적절치 충족시키기도 하고 실망시키기도 하면서

그렇게 관계를 맺었다가 끊어가면서

내 삶을 지금까지 이어왔다.


연애에서 결혼에 이르는 과정에는

순수한 내 의지가 아닌 더욱 많은 사람들의 '무수한 기대'가 개입됐다.

나는 내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내가 주체인 것처럼 모든 것을 계획하고 준비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불쑥불쑥 불청객처럼 끼어드는,

(그러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내 의지와는 다른 이들의 기대와 은근한 압박을 느끼면서

난생 처음으로 타인의 나에 대한 기대가

이토록 신경에 거슬리고 버겁고 심지어 불쾌하기까지 할 수 있다는 걸 몸소 체감했다.


그 뒤로 결혼생활이 이어졌다.

나와 오빠 사이의 관계는 좋았으나,

역시 결혼으로 인해 맺게 된

수많은 인간관계들과

그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 것들을 충족시켜나가는 과정에서

나는 내 영혼과 인내심이 서서히 갈려나가는 걸 맛보았고,

심지어 내 편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모친조차

온전히 내 감정을 이해해주기보다는

나를 향한 그들의 기대에 내가 부응하는 것이 옳다는 식으로 말을 하며

안 그래도 출산과 육아로 피곤에 찌든 나를 벼랑 끝까지 몰아세웠을 때,

그리고 인생의 반려라고 믿었던 남편조차 정말로 '남의 편'인 것처럼 굴면서

내 감정과 처지에 온전히 공감해주지 않았을 때

그때는

정말로 모든 것을 때려치우고 싶다는

다소 과격한 생각까지 하기에 이르렀었다.


물론 그 모든 일들이

지금은 덤덤하게 떠올릴 수 있는 과거가 되었지만,

그 일련의 일들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

아마도

나는

나를 향한 타인의 기대를

내가 완벽히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

내 한계와 바운더리에 대해서

보다 확고하게 틀을 세워나가게 됐다고나 할까?

그렇게 된 것 같다.


사실 그간 내가 진리이자 철칙이라고 믿어왔던

그 전제,

나를 향한 그들의

거부할 길 없는 중압감이 가득 담긴 기대치


그것을 무너뜨리기 시작한 순간,

역설적으로

과거의 나는 사라지고

새롭게 단단해지고 굳건해진 내가

올바로 서기 시작했다.


과거의 나는

겁쟁이, 쫄보에 남의 눈치를 보며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켰는지 여부에 전전긍긍하며

내 감정을 타인에게 맡긴 채

내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비록 아직까지는,

날 향한 소중한 사람들의 기대를 무너뜨리는 일이

마냥 쉬운 일만은 아니다.

불편하다.


하지만

그 기대들을 내가 다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그리고

내가 억지로 그 기대를 이루기 위해

내 의지와 생각이 아닌데 억지로 그것을 위해 일하다가

불쾌한 기분과 감정이 들기 전에

내 스스로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확실히 선을 긋는다.


확실히 긋는 게 정없는 행동처럼 여겨진다고 생각이 들면

적당히

서서히 거리를 둔다.

일명 소극적 회피이다.


때로는 살아보니

대놓고 싫은 소리를 하거나

똑 부러지게 의견을 말하는 것보다

조용히

그저 아무말 없이

멀찍이 떨어져서

전보다 다소 한 걸음 뒤에서

상황을 관망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더라.


인생을 살아보니

그렇게

나 아닌 타인의 기대로부터

내 스스로를 속박시키지 않고

자유롭게 만들 방법을

나름대로 터득하게 되었다.


물론 나도

마냥 내가 편한대로만 살겠다는 건 결코 아니다.


다만

내 행동의 모든 결정에 있어서

가장 핵심은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스스로가 그 행위로 만족해서,

또는

내가 그걸 행함으로써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처럼

내가 스스로 판단해서 가치있다고 여기는 일을 하고 싶다.


남이 내 삶을 쥐고 멋대로 휘두르는 게 아니라

내 생각대로 내 삶을 살아나가고 싶다.


속담도 있지 않은가.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


그러니

남의 시선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져도 괜찮지 않을까.


설령

남들이 나한테 비난의 말을 좀 하면 어떤가?


나는

내 자신을 믿고 사랑해주면

그걸로 족하지 아니한가.


문득

여기까지 글을 장황하게 쓰고 보니

고등학교 시절

윤리와 사상 시간에 배웠던

노자, 장자, 무위자연 이런 단어들이

간간이 떠오른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자연의 본성을 거스르지 않고,

내가 바라는 대로

물 흐르는 대로

바람 흘러가는 대로

발걸음 옮겨가면서

가끔은 크게 숨도 들이켜보면서

여유자적하게 주위를 둘러보면서

내 삶도 돌이켜보면서

그렇게

마음이 여유롭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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