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지도,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교사의 역할.
교사는 과연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이 질문에 대해 사람들은 어느 정도 나름의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나도 교사가 되기 전에 막연히 가졌던 교사의 업무에 대한 이미지가 있었다.
워낙에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한국 사회에서 형성된 나름의 고착화된 이미지가 있다보니, 아무래도 교사들은 그 엄격한 잣대에 쉬이 어디 가서 교사라는 말을 잘 못 꺼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찌됐건 뭐니뭐니해도 교사는 첫째도 둘째도 학생들에게 배움을 전해주는 일이 가장 우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배움이라는 것은 단지 지식을 알려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학생들이 진정으로 학습 목표에 도달하게끔 하기 위해 교사는 나름대로 다양한(어찌보면 처절한?) 방법을 사용하여 학생들에게 전에 없던 새로운 지식 습득의 기쁨을 전해야 하는 숭고한 사명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과연 위와 같은 일을 한다는 게 쉬울까?
혹자는 쉽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저 얌전히 앉아있는 아이들을 상대로 마치 인강 강사가 차분하게 칠판에 공식을 써가면서 가르치듯 지식을 전해주면 될 일로 여긴다.
그런데 여기서 보통의 사람들은 모르는 리얼 교사의 애환이 시작된다.
일단 먼저, 학생들 모두가 다 바른 자세로 얌전히 앉아서 수업에 집중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누군가는 그럼 몇몇 집중하지 않는 학생은 놔두고 수업을 진행해도 되지 않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러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교사로서의 양심이 이를 쉬이 허락지 않는다.
결국 교사는 수업에 들어가기 전부터 수업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나름의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한다.
수업을 진행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더 남아있다.
똑같은 내용을 가르친다고 해서 모든 아이들이 다 같은 속도로 배우는 게 아니다!!!
그래서 요새 각 교육청마다 강조하는 것이 바로 수준별 개별화 맞춤 학습이다.
그리고 이런 것을 AI 기술이 접목된 에듀테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약 9개월간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을 진행해 온 교사로서, 저 문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모든 학생에게 맞는 맞춤형 학습 구현을 위해 에듀테크가 휘두르면 소원이 이루어지는 도깨비방망이처럼 매 수업시간마다 작동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제아무리 잘 구성된 에듀테크가 있다 하더라도 그걸 사용하는 교사와 받아들이는 학습자의 상황에 따라서 효과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과유불급이라는 말도 있듯이, 너무 과도한 디지털 기기의 노출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그리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수업을 진행해본 결과, 학생들은 인간적인(?) 아날로그적인 종이 학습지 방식을 더욱 선호하더라.
그 면밀한 이유를 들여다보면 각기 여러 사연이 있겠지만, 왠지 나는 이것인 것만 같다.
모든 것이 숫자 0과 1로 표현되는 디지털기기에선 인간다움을 느낄 수 없기 때문 아닐까.
에듀테크의 AI선생님은 학생이 푼 문제가 맞으면 맞았어요!라고 화면에 글씨를 띄우면서 축하해주지만 학생들에게는 저 문장이 가슴 깊이 와닿지 않는다.
아이들은 인간 교사에게서 '잘 했다, 노력했구나!' 라는 말을 듣고 싶어한다.
그건 어쩌면 당연하다.
인간은 인간과 소통을 필요로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인간 교사의 격려와 칭찬, 인정을 먹고 사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교과지도에 아무리 AI교사를 도입한다 해도 인간교사는 꼭 필요하다.
아이들의 올바른 정서 함양을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