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넌 도대체 누구냐.
이쯤 되자 이제 나로서도 강렬한 의문이 생겼다.
분명 좋든 싫든 앞으로 나를 포함한 모든 인류의 삶에 AI가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한데, 그렇다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두 손 두 발 다 놓고 있어야 할까?
결코 아닐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과연 AI라는 것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그 근원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놀랍게도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은 2000년대가 되기 전부터 존재하고 있긴 했다.
사실 인공지능이라는 건 말 그대로 인간 수준의 지능을 다른 물체가 구현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컴퓨터의 CPU 칩이라든지, 슈퍼컴퓨터 등도 인공지능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인공지능이 인류의 사회에 거대한 파문을 일으키게 된 건, 글로벌 IT기업인 알파벳의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알파고'때문이었다.
세기의 바둑 천재 이세돌을 불계승으로 이겨버린 '알파고'의 존재에 사람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아무리 그래도 이런 엄청난 두뇌 회전과 몇 수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직관과 감을 한낱 기계가 따라잡다니!'
나도 그 시절, 그렇게 생각하며 전율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로부터 머지 않아 무척 빠른 속도로 AI기술이 발달하기에 이르렀고 급기야 무인자율주행자동차부터 시작해서 빅데이터를 가지고 엄청난 속도로 인간의 방식대로 학습하는 각종 AI들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저게 뭔가 싶은 미심쩍은 눈빛으로 쳐다보던 사람들은 어느새 자연스럽게 AI 기술을 슬슬 자신들의 삶 속에서 활용하고 있다.
AI의 등장에 위기감을 느낀 할리우드의 영화 극작가와 소설가들이 들고 일어났지만, 너무나 거대한 폭풍같은 AI의 발전과 상업화를 막기엔 역부족인 듯 하다.
상황이 이쯤 되자, 나도 창작자 중 한 사람으로서 위기의식이 들기 시작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솔직히 일개 사람 중 한 명인 내가 거대한 글로벌 기업이 야심차게 준비한 거대한 프로젝트를 막을 힘 따위 있을 리 만무하다.
게다가 이미 개발된 기술은 없애려고 해도 아예 없앤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은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이미 존재하는 AI를 잘 배워두고, 그에 대처할 나만의 필승법이자 패를 만들어두는 거다.
그러면 얼마든지 AI를 필요한 분야에 잘 활용하면서도 AI가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을 것 같으면 녀석의 도발을 멈출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 나는 AI를 깊이 알아두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엔 모르는 게 많더라도 하나 둘씩 알아가면 될 일이다.
어차피 AI를 만든 건 인간이 아니던가.
나도 인간이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무모한(?) 패기와 자신감이야말로 AI로선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는 인간이 지닌 특별한 감정 가운데 하나일 테니 나는 AI보다 앞서있는 셈이다.
이런 정신승리를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러고 보니 내가 다소 비합리적인 측면도 갖고 있지만 지극히 보통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