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사회에 필요한 교사로서의 역량이란?
나는 올해로 경력 14년차의 초등교사이다.
어쩌다보니 이렇게나 훌쩍 경력을 쌓게 되었지만, 사실 아직도 나는 내가 교사로서 채워나가야 할 점들이 많다고 여기고 있다.
그런 나인데...
어째서 과학 기술의 발달은 내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도통 주지 않는 걸까.
3년간의 긴 육아휴직을 마친 뒤 복귀한 내 앞에 툭 하고 떨어진 것은 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AIDT였다.
복직하고 나서는 정말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텐션이 솟구쳐올라서 내 끓어오르는 열정을 지렛대삼아 반 아이들에게 신나게 AIDT를 적용한 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기왕 에듀테크 쪽에 발을 담갔으니 더욱 열심히 하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쳐서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교실혁명선도교사 연수도 신청해버렸다!
나름 열심히 하고 보니, 학교에 계시던 에듀테크 쪽에 있어서 고인물(능력자) 선생님과도 같이 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디지털 새싹 강사도 하게 되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마치 줄줄이사탕처럼 한 개가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내고 계속해서 실타래처럼 엮여져 나갔던 것 같다.
문득 올 한 해 나의 교직살이를 돌이켜보면서 생각해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앞으로 AI가 점령하게 될 미래 사회에서 교사는 어떤 방식으로 존재해야 할까 싶었다.
지금이야 AI가 폭발적으로 한창 지식을 습득하고 있을 시기이니 약간의 과도기적 상태라고 볼 수 있겠지만 AI의 모든 학습이 끝난 뒤에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정말 어린 시절에 봤던 그로테스크하고 암울한 SF영화의 한 장면처럼 AI에게 모든 일거수일투족, 심지어 생각과 사고까지 점령당하는 인간으로 살아가게 되는 건 아닐까.
문득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물론 내 생각은 그저 기우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앞으로 나보다 더 많은 나날을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과연 어떤 식으로 미래를 살아갈 태도를 키워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단지 AI를 활용하는 방법만 알려주면 그걸로 되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그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결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를 잃지 않고 자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인간으로서의 단단한 자긍심과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길러줘야 하는 걸까.
더는 인간을 인간이 가르치지 않고 AI가 교사의 역할을 대체하게 된다고 한다면, 과연 AI는 인간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인간으로서 다른 사람을, 그리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고 아끼고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자신의 장점과 가치를 찾아나가는 법을 AI 교사가 알려줄 수 있을까.
부당함에 항의하는 법, 감정이 상했을 때 이를 잘 다스리는 법, 다른 사람들고 조화롭게 어울려살기 위해 필요한 배려와 마음가짐에 대해 AI교사는 온전히 그 내용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
먼 훗날, 인간이 물리적 존재로서의 육체를 잃어버리고 그의 그간의 모든 경험과 기억과 지식들이 데이터화되어서 다른 AI의 뇌에 이식되어버린다고 한다면 과연 그건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말 다양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끝도 명확한 해답도 없을 질문에 대해서 생각하던 도중에 나는 무한한 질문의 고리에서 벗어났다.
인간은 미래를 알 수 없다.
그리고 다가올 미래가 어떤 모습이든, 나는 지금 현재 아이들이 행복하게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사회의 변화와 곁들여서 가르쳐주면 된다.
아이들에게 알려줄 것들 중에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코 인간이길 포기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인간이 인간 외의 다른 존재로 대체될 수 있다고 해도 인간의 생명에 대한 존중과 가치를 잊어버려선 안 된다.
제 아무리 인간같은 AI가 존재한다고 해도 그건 인간이 아니다.
혹여 그것들이 인간의 자유의지를 억압한다면, 과감히 그 틀을 깨고 나올 수 있는 도전적이고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