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편향에 빠지지 않으려면 2
"듣고 싶은 거면 듣더라"
최근 스스로에게 충격을 먹은 일이 있었다.
지금 회사에는 올해 5월에 입사해서 8월까지 꽤 친하게 지낸 동료가 있었다. 동료는 2년 동안 이 회사를 다니고, 8월 21일로 퇴사했다. 수습기간인 나에게는 회사에 마음을 둘 누군가가 필요했다. 730일을 그곳에서 보낸 동료는 내게 장단점을 꽤 T처럼 말해줬다. 가감없었다. 내가 에너지가 부족할 때는 부정적 에너지에 기가 빨렸다. 그런 건 잘 거르면 된다고 생각했다.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친하게 지냈다.
그가 퇴사하기 1달 전, 자기 그만둘 거라고 이야기했다. 여기까진 진실이었다. 왜 그만두는지 이유를 그가 퇴사하기 하루 전까지 잘못 알고 있었다. 분명 서로 이야기나눌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계약이 끝나고 실업급여 받으려는 사람들 욕하고 그랬는데, 내가 이번에 그렇게 하네(웃음)."
그 말인즉, 2년 계약직이 끝나면 정규직으로 전환이 된다. 하지만 동료는 그걸 선택하지 않았다. 회사가 연봉인상을 피하기 위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회사가 연봉을 올려주기 싫어서, 사람을 소모품처럼 여기는 곳이라서 2년 동안 함께한 사람에게 몹쓸 짓을 했다고 여긴 것이다. 미쳤다.
50대 동료가 그 매니저는 왜 그만두냐고 이유를 물었을 때, 나는 바로 위에 언급한 대로 내 추측까지 더한 이야기를 전했다. 물론 연륜있는 그는 내 말을 참고만 했을 것이다. 종종 나에게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라며 내 스타일을 다 파악했다는 듯이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50대 동료와 나 그리고 퇴사예정인 그와 이렇게 셋이 만나 마지막 점심을 먹었다. 그때 알았다. 왜 그만두는지 명확한 이유를 인지했다. 내 커뮤니케이션의 오류를 인지하고 가슴으로 울림이 크게 왔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와 같지 않다. 단지 몸에 밴 습관대로 나는 충격받은 그 문장 "듣고 싶은 대로만 듣더라"는 타인의 말에 휘둘려서 2~3일을 보냈다. 그가 말한 게 그날은 진실일 수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좋고 싫음이 명확한 사람이 예전에는 편하고 좋았다. 내가 그런 성향이었기 때문이다.
도덕경을 읽고, 마음공부를 하면서 알았다. 좋고 싫음을 쉽게 판단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말이다. 최진석 교수와 디다봐학교 윤주은 대표의 강의를 들으면서 생각의 변화가 크다.
듣고 싶은 대로 듣고 판단하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확증편향이라는 용어로 정의했다. 확증편향의 오류에서 벗어나려면, 열린 사고가 중요하고 자신의 판단을 단번에 믿지 않고 의심해야 했다. 어떤 상황의 판단이 내려질 때 "이 판단이 진실인가?"라는 질문을 묻는 행위가 필요하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알아차려야 한다. 내가 어떤 상향의 사람인지 말이다. 끊임없이 타인을 의심할 에너지를 나 자신에게 돌려야 한다.
점점 누군가를 이끄는 자리로 간다. 그 자리에서 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내 생각을 전혀 보태지 않고 그대로 전하는 인간이라고 확신했다. 그동안 타인의 생각을 그대로 전달하지 않고 추측을 더해 망상처럼 부풀렸던 순간을 깊이 반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