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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홍 Nov 19. 2021

은행나무

늦가을 은행나무잎 침대에 누워...

늦가을 햇살 아래...

영원한 황금빛으로 빛나는,

입 딱 벌어지게 만드는 그 자태는

이 세상의 경계를 넘어섰다.


봄날엔 가벼 흩날리는 벚꽃 눈발이라면

가을엔 투욱툭 허물을 벗는 노오란 은행잎 눈발이다.


가을이 익을 대로 익어 그 무게를 벗어버리는 날

은행나무 아래 가만히 누워 눈을 감는다.


사르륵 사르르륵 툭

지난봄 벚꽃잎의 가벼움에,

지난여름 눈부셨던 신록의 무게를 더해

머리, 얼굴, 가슴, 배, 팔과 다리에 쉼 없이 와닿는

노오란 은행잎의 허물 벗는 소리


사르락 사르락 사르르락 투둑

어느 순간 마음 가득 은행잎 떨어지는 소리로 가득 차올라 찰랑거리면

나도 모르게 번쩍! 눈을 떠본다.


그리고 보았다.

시간이 멈춘 듯 공중에 멈춘 노오란 은행잎 사이사이 텅 비어있던 대기가

황금가루를 뿌린 듯 온통 노란빛으로 가득 차 있음을...


1년에 한 번은 꼭!

황금 은행잎 침대에 누워 은행나무 이야기를 들으러 간다.  


바람 춤을 추며 쌓이고 쌓여

층층이 두께를 더한 황금 은행잎 침대에 누워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시간들을 투욱 내려놓고

허물 벗은 은행나무를 오래오래 올려다본다.


텅텅 비어버려 쓸쓸하기도...

무게를 떨어 버린 홀가분함으로 자유하기도...


뿌리의 본질에 집중하며 또 다른 봄을 준비하는 은행나무는

자신의 허물 옷을 베고 누운 또 하나의 은행잎이 된 나를

그 커다란 품으로 안아주며

소리 없이 그의 이야기를 들려주리라.

사진 by낭군

#은행나무 #은행나무침대 #가을 #벚꽃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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