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도 아이도 아닌 나이
올해로 서른이 되었다.
어린 시절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나이 서른.
내가 벌써 서른이라니.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데.
지금 어린이들이 내 나이를 듣는다면 나를 어른이라고 생각하겠지. 내가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이제는 안다. 서른은 고작 서른 일뿐 어른이 아니다.
적어도 나는 아직 그런 것 같다.
어린 시절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나이인 서른이 된 나는 아직까지도
진로를 고민하고, 미래를 걱정하고, 세상을 배우고 있다.
나의 서른은 약간의 혼란과 깨달음이 혼재하는 것 같다.
26살에 공무원에 임용되어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제 공무원 4년 차.
직장인 3년 차 즈음 이직에 대한 욕구가 가장 크다고 하던데,
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직의 욕구는 항상 있어왔다.
다만 신규 때와 차이가 있다면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이제는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그러기 위해서는 뭘 해야 하는지 조금씩 더 알아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나의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것.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하루 종일 일하고도 퇴근한 후 책상에 앉을 수 있는 힘이 조금은 남아있다는 것이다.
신규 때는 일에 적응하기 바빠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시달리고 나면
집에 돌아와 다른 것을 할 힘이 하나도 안 남아 있었다.
그저 얼른 씻고, 저녁을 챙겨 먹고, 그대로 침대에 눕는 수밖에.
물론 지난 하반기 인사이동으로 새로운 일을 배우느라 지금도 애를 많이 쓰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전과 비교해보면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지금도 여전히 피곤하지만
그래도 퇴근 후 책상에 앉을 수 있는 힘이 조금은 남았다.
아니 어쩌면 정신력 인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은 이곳에 가만히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
미래를 바꾸려면 지금 움직여야 한다는 각성.
고민만 하다간 답이 없다는 깨달음.
답답함에 길을 찾던 혼란했던 시간들.
그 시간들이 누적되어 드디어 나를 움직이게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나의 서른은 스스로에 대해, 세상에 대해 이전보다 더욱 알게 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한 발씩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여정에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른, 어른도 아이도 아닌 나이.
자기 자신을 알아가기 딱 좋은 나이.
본인이 원하는 것을 점차 분명하게 알아가는 나이.
때로는 어린아이처럼 겁 없이 도전하고,
때로는 어른처럼 진지하게 인생을 대하며
한층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길.
해피 뉴 이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