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방송법 26년, 무너진 미디어 공공성의 보루

- 2000년 이후 한국 공영방송의 구조적 붕괴 과정 -

by 최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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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0년 통합방송법 – 공영방송의 법적 공백이 시작되다


1-1. 한국방송공사법의 소멸과 공적책무 연결고리의 단절


2000년 1월 12일, 방송법·종합유선방송법·유선방송관리법·한국방송공사법 4개 법률을 통합한 이른바 '통합방송법(법률 제6139호)'이 제정되었다. 표면적으로는 디지털 시대에 대응한 규제 통합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공영방송의 법적 지위에 치명적 공백을 남겼다. 가장 큰 문제는 독립법으로 존재했던 「한국방송공사법」이 통합방송법 제4장(제43~56조/현행 개정방송법은 제43조~68조로 확대)으로 편입되면서, KBS의 설립 목적·재원·공적책무 간의 유기적 연결고리가 법적으로 단절되었다는 점이다.

통합방송법 제43조는 여전히 "한국방송공사는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공익성을 실현"해야 한다고 명시하지만, 정작 '공영방송(public service broadcasting)'이라는 개념 자체가 법 전문(全文)에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MBC·EBS 역시 법적 정의는 '특수법인 방송사업자'일뿐이며, 민간방송사와 동일한 '방송사업자' 범주로 묶인다. 이는 BBC의 Royal Charter, 독일의 Rundfunkstaatsvertrag, 일본의 방송법이 공영방송의 특수한 지위를 별도 장(章)으로 규정하는 것과 극명히 대조된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제64조(수신료/현행은 '텔레비전 수상기의 등록과 수신료 납부'로 바뀜) 규정의 부실함이다. "텔레비전방송 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수신료를 납부하여야 한다"고만 명시할 뿐, 수신료를 왜 내는가(공적책무 이행 대가), 수신료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구체적 목표 설정), 납부 거부 시 제재는 무엇인가(집행력 확보)에 대한 규정이 전무하다. 독일의 Rundfunkbeitrag는 '민주주의 기본 질서 유지를 위한 기여금(Beitrag)'으로 법률에 명시되어 있고, 영국의 Licence Fee는 BBC Charter와 직접 연동되어 Charter Review 때마다 조정 근거가 재설정된다. 반면 한국은 수신료를 "방통위가 고시로 정하는 요금"으로 격하시켜, 수신료와 공적책무의 법적 상호의존성을 애초부터 설계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00년 이후 26년간 KBS는 "수신료를 받으니 공적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규범적 책무와, "공적책무를 다하지 못하니 수신료를 올릴 수 없다"는 정치적 압박 사이에서 영구적 딜레마에 빠졌다. 2007년·2010년·2014년·2021년 네 차례의 수신료 인상 시도가 모두 좌절된 것은 단지 여론이나 정치권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부터 법제도가 수신료-책무-감독의 선순환 고리를 설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2. 공·민영 이원체계의 모호성: '공익성'과 '공공성'의 혼용


통합방송법은 제5조에서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공익성"을 규정하지만, 이는 지상파 방송사 전체에 적용되는 일반 원칙이지 공영방송만의 특수한 의무가 아니다. 즉 KBS·SBS·MBC 모두 동일한 '공익성' 의무를 지며, 공영방송의 차별적 지위(universality, impartiality, independence)를 법률 차원에서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다. 이는 영국의 Communications Act 2003이 BBC를 별도의 'Public Service Broadcaster'로 분류하고, 독일의 Medienstaatsvertrag가 ARD·ZDF를 '민주주의 기본 질서 보장 기관(Grundversorgung)'으로 규정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접근이다.


이러한 법적 모호성은 두 가지 결과를 낳았다. 첫째, KBS는 시청률 경쟁에서 민영방송과 동일 선상에 놓이면서도, 수신료 수혜 독점으로 인해 '특권적 방송사'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둘째, 공영방송의 공적책무(public service mandate)가 법률상 '선언적 규정'에 그쳐,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영진이 책무 해석을 자의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이후 KBS 경영진이 "재미있는 방송이 공영방송"이라는 논리로 오락프로그램 비중을 확대한 것, 2017년 이후 일부 경영진이 "공정성=좌우 균형"으로 협소하게 해석한 것 모두 법률적 근거 부재가 낳은 파행이었다. 공공성의 핵심인 '편집권의 독립'과 '제작의 자율성'이 구체적인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일반 방송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치적 풍파에 휩쓸린 것이다.



2. 정치후견주의의 덫 – KBS 거버넌스의 구조적 취약성


2-1. KBS 사장임기가 증명하는 정치후견주의(Political Clientelism)


최선욱의 2021년 논문「공영방송 이사와 사장 임명의 제도변화와 정치적 취약성」에 따르면, KBS 사장의 평균 재임기간은 BBC·NHK보다 현저히 짧으며, 특히 2008년 이후 평균 재임기간은 약 2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통령 단임제 정권교체 주기(60개월)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로, KBS 사장이 정치적 후원자(patron)의 임기와 연동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짧은 재임기간뿐만 그 불규칙성에도 있다. BBC 사장은 10년 단위 Charter Review 주기와 연동되어 장기 전략을 수립할 수 있고, NHK 회장은 3년 임기이지만 연임이 일반적이어서 평균 5~6년 재직한다.

반면 KBS는 1999년 이후 사장 중 상당수가 3년 임기를 완수하지 못했거나, 중도 사퇴·해임·임기 단축 사례가 반복되었다. 이는 사장이 '전문경영인'이 아니라 '정치후견인(political patron)'의 피후견인(client)으로 기능하며, 후견인의 정치적 부침에 따라 자리를 함께 잃는 구조임을 의미한다.


2-2. 이사회 구성의 정치화: 여야 몫 나누기의 고착화


지난 방송법 제46조(이사회의 설치 및 구성)에 따르면, KBS 이사회는 이사 11명으로 구성되며,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였다. 법률상 추천권은 전적으로 방통위에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관행적으로 여권 7명, 야권 4명(또는 과거 6:5)의 비율로 추천권을 나눠 갖는 '정치적 후견주의'가 고착화되어 있었던 셈이다.

그 결과 2002년 노무현 정부 이후 KBS 이사회는 사실상 정치권의 영향력 각축장이 되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집권 직후 이사 다수를 교체하며 정연주 사장 해임을 압박했고, 2014년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보도 논란 등으로 길환영 사장 해임안을 가결시켰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고대영 사장의 해임 이후 양승동 사장 체제를 출범시켰고, 2023년 윤석열 정부는 김의철 사장 해임을 추진한 뒤 박민 사장을 임명했다. 매 정권교체 때마다 이사회가 '선(先) 사장 교체, 후(後) 경영 정상화'를 외치며 사장을 축출하는 일이 반복되었고, 이는 KBS 경영의 예측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이사회가 실질적 경영 감독 기능을 상실한 채, 사장 선임·해임이라는 인사권 행사에만 집중했다는 점이다. 영국 BBC의 경우, 과거 BBC Trust(2017년 이전)가 매년 수백 페이지 분량의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고, 칙허장 갱신 심사(Charter Review) 때마다 국민 수십만 건의 의견을 수렴하며, 독립적인 시청자 고충처리 체계(Complaints Framework)를 운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BC Trust는 독립적으로 BBC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2017년 4월 칙허장(Charter) 개정으로 폐지되었고, 현재는 경영과 감독을 통합한 BBC 이사회(Board) 체제로 운영되며, 규제 기능은 외부 기구인 오프콤(Ofcom)으로 이관되었다. 반면 KBS 이사회는 사장 선임 면접 때만 언론에 노출되고, 이사회 회의록은 공개되지 않으며, 정기적인 경영평가 결과도 요식행위에 그친다. 이는 이사회가 '정치 대리인'으로 기능하며, 공영방송을 국민 대신 감독한다는 본래 설계 의도가 완전히 퇴색했음을 보여준다.


2-3. 사장 선임 과정의 정치화: 주요 사례


*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 이후 역대 KBS 사장

2000년 이후 역대 kbs사장.png

흥미로운 것은 매번 '공정성 회복'이 최우선 공약으로 제시되었다는 점이다. 보수 정권 때는 "좌편향 청산"을, 진보 정권 때는 "우편향 청산"을 내걸었고, 양측 모두 "편성 규약 개정" "인사 혁신" "구조조정"을 공약했다. 그러나 정작 재정 건전화·콘텐츠 경쟁력·디지털 전환이라는 구조적 과제는 후순위로 밀렸다. 이는 KBS 사장직이 '공영방송 CEO'가 아니라 '정치적 메시지 전달자'로 소비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사장이 바뀔 때마다 전임 경영진의 전략은 폐기되고 새로운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하는 '코드 인사'가 반복되면서 조직의 역량은 내재화되지 못하고 휘발되었다. 2026년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경영 안정성 부족은 이러한 정치후견주의의 장기적 누적 효과라 할 수 있다.


2-4. 정치후견주의, 재정위기를 심화시킨 메커니즘


정치후견주의는 수신료 인상 실패와 직결되었다. 2007년·2011년·2014년·2021년 네 차례의 수신료 인상 시도가 좌절된 배경에는, 여야 모두 수신료 인상을 '정치적 부담'으로 인식하며 KBS 개혁을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정작 사장이 바뀔 때마다 개혁 약속이 리셋되는 악순환이 있었다.

2011년 국회 논의 당시, 민주당은 "추적 60분 4대강 편을 불방시킨 KBS에 수신료를 올려줄 수 없다"라며 반대했고, 한나라당은 "백선엽 특집 방영은 공정성을 회복한 증거"라며 찬성했다. 즉 수신료가 KBS의 재정 안정이 아니라 특정 보도에 대한 '정치적 보상이나 징벌'의 도구로 전락하면서 합리적 논의가 실종되었다. 2021년 시도 때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왜 하필 지금?"이라는 여론 악화와, "잘하면 올려줄게" vs "올려주면 잘할게"라는 닭-달걀 논쟁이 재연되며 무산되었다.

결국 1981년 월 2,500원으로 책정된 수신료는 2026년 현재까지 45년간 동결된 채 화석화(化石化)되었다. 세계 주요 공영방송사들의 수신료와 같은 공적재원 규모는 독일의 방송분담금(Rundfunkbeitrag)이 월 18.36유로(약 27,000원), 영국의 수신료(Licence Fee)는 월 14.12파운드(약 24,000원), 이웃 국가 일본조차 지상파 계약기준으로만 1,100엔(약 10,000원)으로 우리와는 4배에서 9배까지 현격한 차이가 난다.


* 세계 주요국의 수신료 금액(2026년 기준)

각국 수신료 금액2.png


KBS는 수신료가 동결되면서 광고수익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으며(2002년은 KBS가 역대 가장 높은 광고수익을 기록한 해로 전체 예산 1조 2,933억 원 중 광고수익이 7,331억 원으로 전체 56.7%를 차지했다. 당시 수신료 수입은 4,845억 원으로 37.5%) 이는 공영방송이 시청률 경쟁에 매몰되는 악순환을 낳았다.



3. 디지털 전환 정책의 실패 - 플랫폼 경쟁력의 상실


3-1. 디지털 전환 정책의 기술 중심적 한계 (1997~2017)


한국의 지상파 디지털 전환은 1997년 정통부가 전송방식(ATSC)을 확정하며 시작되었다. 당시 전송방식 선택을 두고 미국식 ATSC와 유럽식 DVB-T 간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ATSC는 고화질 고정수신에 유리한 반면 이동수신에 취약했고, DVB-T는 이동수신과 다채널 서비스에 강점이 있었다. 정부는 미국과의 통상 관계와 삼성·LG 등 국내 가전업체의 대미 수출을 고려해 ATSC를 채택했다.

그러나 이 선택은 스마트폰·태블릿 시대에 이동형 지상파 수신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결과를 낳았고, 결국 전송방식 논란은 '기술 선택'의 문제를 넘어 '플랫폼 경쟁력 상실'의 출발점이 되었다. 1999년 '디지털 지상파 TV 조기방송 종합계획', 2001년 '지상파 TV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종합계획'이 수립되었고, 2008년 「디지털전환특별법」 제정을 거쳐 2012년 12월 31일 아날로그 송출이 종료되었다. 표면적으로는 '성공적 전환'으로 평가되지만, 실제로는 국민에게 디지털 전환의 편익을 전달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던 정책이었다.

한국의 지상파 디지털 전환은 1997년 정통부가 전송방식(ATSC)을 확정하며 시작되었다. 1999년 '디지털 지상파 TV 조기방송 종합계획', 2001년 '지상파 TV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종합계획'이 수립되었고, 2008년 「디지털전환특별법」 제정을 거쳐 2012년 12월 31일 아날로그 송출이 종료되었다. 표면적으로는 '성공적 전환'으로 평가되지만, 실제로는 국민에게 디지털 전환의 편익을 전달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던 정책이었다.


3-2. 지상파 직접수신율의 급락: 90%에서 9%로


2000년대 초반 90% 이상이던 지상파 직접수신율은 2024년 기준 9%(UHD 수신율은 1%대)까지 폭락했다. 이는 단순히 유료방송(케이블·IPTV) 가입자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디지털 전환 정책 자체가 국민을 유료방송으로 내몬 결과였다.

당시 디지털 전환을 주도했던 방통위는 디지털 전환을 홍보하며 "2012년 12월 31일 이후 아날로그 TV로는 방송을 볼 수 없다"는 공포 마케팅을 전개했다. 디지털 전환을 홍보하기 위해 설립된 지상파 방송사들이 출연해 설립한 DTV KOREA조차 전면 자막 광고로 디지털 전환을 위한 조치하지 않으면 TV를 볼 수 없다며 시청자들을 압박하는 한편 DTV 안테나 보급과 저소득층을 위한 디지털 셋톱박스 보급을 주도했지만, 결과적으로 다수 국민은 "차라리 케이블이나 IPTV에 가입하는 게 낫다"는 판단 하에 유료방송으로 이동하고 말았다. 결국 지상파 방송은 자체 플랫폼을 유료방송사업자에게 내어주면서 플랫폼 전장에서 이탈하고 말았다.


3-3. 정책 실패의 구조적 원인: 방통위의 플랫폼 중립 정책


디지털 전환 실패의 근본 원인은 방통위가 유료방송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상파 직접수신을 적극 지원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방통위는 유료방송 가입자에게는 "이미 디지털 기기를 보유한 것으로 간주"하여 별도 지원을 하지 않았고, DTV KOREA는 지상파 플랫폼 홍보가 아니라 '아날로그 송출 종료 안내'에만 집중했다. 이는 영국이 Freeview를 통해 무료 디지털 지상파를 적극 보급하고, 독일이 DVB-T2로 지상파 경쟁력을 강화한 것과 대조된다.

더욱이 지상파 방송사들은 디지털 송출 인프라 구축 비용을 독자적으로 부담해야 했다. KBS는 2000년대 전국 송신소 디지털 장비 교체에 수천억 원을 투입했고, 이는 이후 재정위기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 정부는 "디지털 전환은 방송사가 할 일"이라며 재정 지원을 최소화했고, 결과적으로 기술전환 비용을 KBS가 떠안으며 공적책무 이행을 위한 콘텐츠 투자는 후순위로 밀렸다.

2017년 세계 최초로 개시된 지상파 UHD 방송은 플랫폼 경쟁력을 회복할 마지막 기회로 여겨졌다. 그러나 정부의 UHD 도입 정책 방안은 시장의 추이를 완전히 오판했다. 2019년이면 UHD TV 보급률이 절반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실상은 훨씬 저조했으며, 시청자들은 이미 UHD 화질보다는 OTT가 제공하는 편의성에 매료되어 있었다. 결정적으로 지상파 UHD 방송을 직접 수신할 수 있는 안테나 인프라 구축이 미비했고, 이는 결국 막대한 투자비만 낭비한 채 '보는 사람 없는 프리미엄 방송'이라는 비아냥을 듣게 만들었다.

게다가 디지털 전환으로 확보된 주파수 대역(일명 '디지털 배당금')은 당초 다채널·고화질 방송에 활용될 예정이었으나, 실제로는 이동통신사에 할당되어 LTE 확대에 사용되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UHD 직접수신은 수신기 보급률이 낮아 사실상 실패했고, 결국 디지털 전환으로 확보한 주파수 이득을 공영방송이 전혀 활용하지 못한 채 통신사만 수혜를 입었다. 이로써 지상파 방송사들은 더 이상 대중과 직접 만나는 '플랫폼 사업자'가 아니라, 거대 통신사와 글로벌 플랫폼에 콘텐츠를 납품하는 '콘텐츠 공급자'로 전락하게 된다.



4. 종합편성채널의 출범과 플랫폼 시장의 왜곡


4-1. 2009년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승인: 비대칭 규제의 시작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신문법·방송법 개정을 통해 신문사의 방송 겸영을 허용했고, 2011년 12월 TV조선·JTBC·채널A·MBN 4개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했다. 종편 도입의 명분은 '언론의 다양성 확대'였지만, 실제로는 지상파 독과점 해소와 미디어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미디어 공공성을 망각한 정책 목표를 내걸고 있었다.

이는 종편의 특혜에 집중되었다. 종편은 ① 의무 재송신 대상에 포함(Must-Carry), ② 광고총량제에서 지상파보다 유리한 규제 적용, ③ 사업자 재승인 시 완화된 평가 기준, ④ 1사1렙 허용으로 광고 독점 강화 등의 혜택을 받았다. 반면 KBS·MBC는 외주제작 의무비율·재방송 제한·광고시간 규제 등 기존 규제가 그대로 유지되었고, 결과적으로 종편은 규제 특혜를 받으며 시청률을 확대하고, 지상파는 역차별 속에서 경쟁력을 잃게 되었다.


4-2. IPTV의 득세와 플랫폼 지배력 상실


2007년 IPTV법 통과 이후, 2008년 SK브로드밴드(現 SKT)·KT·LG유플러스가 IPTV 시장에 진입했다. IPTV는 EPG(전자 프로그램 가이드) 배치를 통신사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었고, 지상파 채널은 초기에는 1~10번 영역에 배치되었으나 이후 종편·케이블 채널과 섞여 배치되며 시청자 접근성을 잃었다.

영국이 2024년 Media Act를 통해 Prominence 규정(BBC iPlayer 등 PSB 서비스가 OTT 플랫폼에서 우선 노출)을 도입한 것과 달리, 한국은 2026년 현재까지도 IPTV EPG 배치를 통신사 자율에 맡기고 있다. 결과적으로 KBS 1TV·2TV는 삼성 TV·LG TV의 OTT 앱 타일에서도, SKT·KT IPTV에서도 Netflix·YouTube와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며, 시청자 접근성에서 완전히 밀려 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시청자의 91%는 케이블·IPTV·OTT를 통해 KBS를 시청하게 되었으며, KBS는 이들 플랫폼에 종속된 역전된 구조에 놓이게 되었다. 문제는 플랫폼 사업자(SKT·KT·LG U+)가 KBS 콘텐츠로 수익을 올리더라도, KBS는 플랫폼 수익을 충분히 배분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영국은 Must Offer/Must Carry 규정으로 PSB와 플랫폼 간 대등한 협상력을 보장하고, 독일은 방송분담금(Rundfunkbeitrag) 형태로 수신료를 규정하면서 플랫폼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전 가구가 수신료를 부담하게 함으로써 공영방송의 재정건전성을 지킬 수 있었다. 반면 한국은 플랫폼 사업자가 지상파 콘텐츠를 활용하며 수익을 올리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이로 인해 정당한 콘텐츠 투자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된 KBS의 재정난은 더욱 심화되었다.



5. 글로벌 OTT 충격과 규제 사각지대


5-1. 2016년 Netflix 진입과 한국 시장의 구조 변화


2016년 1월 Netflix가 한국 시장에 본격 진입한 이후, 한국 영상 콘텐츠 시장은 근본적으로 재편되었다. Netflix는 초기 3년간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킹덤>(2019), <오징어 게임>(2021), <지옥>(2021), <더 글로리>(2022) 등 글로벌 히트작을 연이어 선보였고, 2024년 기준 한국 OTT 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문제는 Netflix가 방송법·전기통신사업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점이다.

Netflix는 ① 콘텐츠 사전심의 의무 없음, ② 국내 제작 의무 없음(외주제작 의무비율 규제 비적용), ③ 광고 총량제 비적용, ④ 보편적 시청권 보장 의무 없음(장애인 자막·해설방송 의무 없음), ⑤ Network Usage Fee 논란(SK·KT와 망 사용료 분쟁)에서도 법적 책임 회피 등 사실상 무규제 상태에서 영업했다.

반면 KBS는 ① 외주제작 35% 이상 의무, ② 재방송 편성 비율 제한, ③ 광고 시간제한, ④ 장애인 방송 100% 의무, ⑤ 재난방송 의무 등 중첩된 규제 속에서 경쟁해야 했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OTT와 국내 공영방송 간 비대칭 규제가 극대화되었다.


5-2. 2020년 이후 Disney+·Amazon Prime·Apple TV+ 진입


2021년 Disney+ 출범, 2022년 Apple TV+ 한국 진출, 2023년 Amazon Prime Video 확대 등으로 글로벌 OTT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들은 모두 한국 법인 없이 해외 서버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한국 정부의 직접 규제를 회피했다. 방통위는 2025년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제공사업자(Online Video Service Provider, OVSP)' 개념을 도입해 규제를 시도했지만, Netflix 등은 "우리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일 뿐 방송사업자가 아니다"며 반발했고, 법적 공방은 2026년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5-3. Network Usage Fee 논란: 공영방송의 이중 부담


2020년 SK브로드밴드가 Netflix를 상대로 제기한 망 사용료 소송은, 글로벌 OTT가 한국 통신망을 무임승차한다는 논란을 촉발했다. Netflix는 2021년 SK에 패소했지만, 이후 Cloudflare 등 CDN(Content Delivery Network)을 통해 트래픽을 우회하며 망 사용료 부담을 최소화했다. 반면 KBS는 자체 OTT '마이케이(myK)'를 운영하며 SK·KT·LG U+ 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상황이다.

즉, KBS는 ① 지상파 직접수신이 9%로 축소되어 IPTV·OTT에 의존하고, ② 자체 OTT를 운영하려면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야 하며, ③ 글로벌 OTT는 규제 회피로 비용 부담 없이 경쟁하는 삼중고 구조에 놓였다. 이는 공영방송이 디지털 전환 비용과 플랫폼 비용을 이중으로 부담하며, 재정이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을 낳았다.



6. 재정위기의 누적과 2025~2026년의 대혼란


6-1. 수신료 동결 45년의 파괴적 결과


1981년 월 2,500원으로 책정된 KBS 수신료는 2026년 현재까지 45년간 동결되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약 8배 상승했고, 명목 GDP는 40배 증가했다. 만약 물가연동제를 적용했다면 2026년 수신료는 최소 20,000원이어야 하지만, 한국의 정치권은 수신료를 공영방송 길들이기의 볼모로 삼아 인상 논의를 번번이 무산시켜 버렸다.

수신료 동결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TV 2개 채널, 라디오 7개 채널과 국제방송까지 감당해야 했던 KBS로서는 광고수익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고, 이는 지속적인 공영방송의 정체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2008년 종편의 출범과 함께 광고시장이 쪼개지며, KBS의 광고수익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2024년 기준 KBS의 광고수익은 1,967억 원으로 전체 방송광고시장(약 3조 원)의 6.5%에 불과하며, 이는 종편 4사 합계보다 적은 수준이다. KBS는 광고시장에서 민영방송·종편채널에도 밀리며, 항상적인 재정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6-2. 윤석열 정부의 수신료-전기료 분리징수의 여파


2023년 7월, 윤석열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1994년 이후 30년간 유지되어 온 수신료-전기료 통합징수 체계를 무너뜨리고 분리징수를 강행했다. 정부는 수신료 납부 선택권 보장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실질적으로는 공영방송의 재정적 기반을 흔들어 정치적으로 '길들이기'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언론계와 학계의 강력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분리징수가 전면 시행된 약 1년 4개월의 기간은 KBS에게 재정적·운영적 대혼란의 시기였다. 징수 효율성이 급감하면서 2024년 수신료 수입은 6,516억 원으로 떨어졌으며, 이는 전년 대비 약 335억 원이 증발한 수치였다. 통합징수 당시 6.7% 수준이던 위탁 징수 비용은 분리징수 이후 지로 발행 및 우편 발송비 등 추가 비용이 신설되면서 최대 14.3%까지 치솟았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행정적 낭비가 현실화된 것이다.

다행히 이러한 파행적 상황은 2025년 들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2025년 4월 17일, 국회는 야권 주도로 수신료 통합징수의 법적 근거를 명시한 방송법 개정안을 재의결 끝에 통과시켰다. 이는 시행령이라는 편법적 수단으로 공영방송의 재원을 압박하던 정부의 시도를 입법권으로 저지하고 공영방송의 재정적 독립성을 합법적으로 '원상복귀'시킨 결정이었다.

6개월의 유예 및 준비 기간을 거쳐, 2025년 10월 23일부터 수신료 통합징수가 공식적으로 재개되었다. 2026년 2월 현재, KBS는 통합징수 정상화를 기점으로 '제2의 창사'를 선언하며, 대하사극 <대왕 문무> 제작과 K-팝 공연 정례화 등 공영성 강화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분리징수 시도는 공영방송에 심각한 재무적 타격을 입혔으나, 동시에 역설적으로 수신료 징수 방식이 정권의 자의적 판단이 아닌 법률로써 보장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었다. 공영방송을 정치적 전리품으로 소비하려는 시도가 입법과 시민의 지지 앞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은 한국 미디어 민주주의가 얻은 뼈아픈 교훈이다.


6-3. OTT와 AI 충격의 가속화


방송통신위원회의 「2025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10대부터 40대까지의 OTT 이용률은 96% 이상에 달하며, 특히 스마트폰을 통한 주된 소비 콘텐츠로 숏폼(41.8%)이 TV를 압도하고 있다. 10대의 지상파 실시간 시청률은 1년 만에 69.9%에서 53.8%로 폭락했으며, 주당 TV 시청 시간은 3시간 미만으로 조사되어 사실상 공영방송 플랫폼은 '디지털 불능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2024년 이후 빠르게 제작현장에 도입되기 시작한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단순한 도구의 변화를 넘어 제작비 구조와 유통 패러다임 자체를 해체하고 있다. 넷플릭스(Netflix)는 AI를 활용한 현지화(자막·더빙) 공정 효율화를 통해 관련 비용을 최대 30% 절감했으며, 이를 통해 비영어권 콘텐츠의 글로벌 동시 출시 주기를 절반으로 단축시켰다. 유튜브(YouTube) 또한 매일 800억 개 이상의 사용자 시청 신호를 딥러닝 기술로 분석하여, 전체 시청 시간의 70%를 알고리즘 추천으로 창출하며 시청자를 플랫폼을 벗어나지 못하게 잡아두고 있다.

KBS 박장범 사장은 2026년 신년사를 통해 "AI 전사적 확산의 원년"을 선포하고 'AI 방송혁신단'과 각 부서별 'AI 챔프(Champ)' 40~80명을 양성하겠다는 대규모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실제 현장에서의 체감도는 낮다. 박 사장 스스로도 신년사에서 인정했듯, KBS 내부에는 여전히 냉소주의와 진영 논리, 그리고 경직된 군대식 서열 문화가 지배적이며, 이는 젊은 제작진의 창의적인 AI 실험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 중심에는 윤석열 정권에서 사장으로 임명된 박장범 사장체제에 대한 불신과 올해 하반기로 예고된 새로운 미디어 거버넌스의 개혁에서 비롯된 조직 안정성에 대한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월 국내 지상파 방송사 수장들은 일제히 2026년을 'AI 전환'을 통한 조직의 생존과 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선포하며 조직의 AX에 사활을 걸고 있다. MBC는 "AI를 콘텐츠 본연의 창의성을 증폭시키는 '스토리텔링의 동반자'로 정의"하고, 디지털 제작 워크플로우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겠다고 밝혔으며, SBS는 "AI 제작 시스템 구축을 통한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강조하며, 제작 효율화를 넘어 수익 모델과 직결된 실용적 AI 이식을 강조했다. EBS 또한 "방송 플랫폼을 넘어선 'AI 교육 플랫폼'으로의 완전한 전환"을 선언하며, 개인화된 학습 서비스를 통해 공영 교육 방송의 정체성을 에듀테크로 진화시키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지배구조의 불안정성이야말로 공영방송의 실존적 위기의 중심에 있다는 점이 뼈아프다.



7. OTT와 AI 시대에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 미디어 공공성, 미디어 민주주의


7-1. 알고리즘의 지배와 공적 광장의 해체


알고리즘이 뉴스 소비의 필터가 된 오늘날, 시청자는 자신이 보고 싶은 정보만을 소비하는 '확증 편향'의 함정에 빠져 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추천 엔진은 상업적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극적이고 파편화된 정보를 우선 노출하며, 이는 사회 공동체의 합의를 도출해야 할 '공적 광장'을 해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공영방송은 시장의 논리가 아닌 '민주적 가치'에 기반한 정보를 제공하는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한다. 2024년 유럽연합(EU)이 제정한 '유럽미디어자유법(EMFA)'은 공영방송이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독립하여 다원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음을 명문화했다. 한국의 미디어 정책 역시 단순히 시청률이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넘어, 공영방송이 어떻게 파편화된 시민들을 연결하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7-2. AI 시대의 미디어 주권과 데이터 공공성


생성형 AI는 콘텐츠 제작의 혁명을 불러왔지만, 동시에 저작권 침해와 가짜뉴스의 대량 생산이라는 위험을 수반한다. 공영방송은 지난 수십 년간 축적한 방대한 고품질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시대의 '검증된 지식의 창고'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글로벌 빅테크가 제공하는 AI가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왜곡하지 않도록, 공적 가치가 반영된 한국형 미디어 AI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시민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 공공성'의 실현이 필요하다.

2026년 1월 20일 국가 AI전략위원회와 한국방송협회의 맞손은 이러한 미디어 주권 수호의 시작점이다. KBS가 추진하는 AI 방송 혁신은 단순한 제작비 절감이 아니라, 어떻게 AI를 활용해 더 깊이 있는 탐사 보도를 수행하고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아낼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며, 그 도구를 부리는 목적은 여전히 '공적 가치'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7-3. 보편적 서비스의 재정의: 플랫폼에서 '콘텐츠 주권'으로


직접수신율 9%라는 수치는 더 이상 TV 전파만으로 공영방송의 임무를 다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제 보편적 서비스는 '전파의 도달'이 아니라 '공적 콘텐츠의 발견'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스마트 TV, 모바일,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등 시청자가 있는 모든 플랫폼에서 공영방송의 콘텐츠가 우선적으로 노출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기술적 장치가 시급하다.

영국과 유럽이 추진하는 '현저성(Prominence)' 규제는 상업적 플랫폼 안에서도 공영방송의 공적 가치가 가시화되도록 하는 현대적 보편 서비스의 실천이다. 한국 또한 유료방송과 글로벌 플랫폼에 종속된 지상파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플랫폼 사업자의 알고리즘 중립성을 감시하고 공적 콘텐츠의 우선 노출권을 법제화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7-4. 무너진 미디어 공공성의 보루를 지키기 위한 '한국방송공사법'


지난 26년 KBS의 역사는 2000년 통합방송법이 설계한 '공영방송의 법적 공백'이 어떻게 정치적 간섭과 재정적 붕괴로 이어졌는지를 증명하는 뼈아픈 기록이다. 45년의 수신료 동결과 분리징수 파동은 공영방송 KBS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민낯이었다.

많은 시청자들은 지난 26년 동안 KBS가 한국 방송산업과 대중문화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잘 알지 못한다. 누구도 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브런치 연재를 시작하면서 썼던 소개글을 다시 인용해볼까 한다.


"드라마 '미생', '응답하라 1988'의 신원호 PD, '미스터 선샤인', '도깨비'의 이응복 PD, 작년 전 세계 넷플릭스팬들에게 '한식'의 수준을 알린 '흑백요리사'의 윤현준 PD, 그리고 '1박 2일', '꽃보다' 시리즈의 나영석 PD와 '유퀴즈' 김민석 PD는 모두 KBS출신입니다. 국민스타 유재석 또한 KBS에서 배출했지요. '인간극장'에서 '일요스페셜', '역사스페셜', '환경스페셜'까지 KBS는 다큐의 명가이기도 했습니다. KBS는 개그맨뿐만 아니라 탤런트와 성우까지 공채로 뽑아 한국대중문화의 저변을 넓혔었고, 수많은 민방과 케이블·위성방송·종편채널이 생겨날 때마다 KBS는 아낌없이 내부자원들을 나눠주었습니다. 여러분의 수신료 2,500원은 그렇게 한국 대중문화를 키우는 종잣돈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KBS는 정치적 공정성 논란, 디지털 전환 실패의 후폭풍으로 존폐의 위기에 내몰려있습니다. KBS는 이제 그 역할을 다한 걸까요?"


글로벌 OTT와 AI 알고리즘에 의한 확증 편향은 점점 더 개별화되고 파편화되어 가는 시청자들을 극단적인 분열과 갈등에 노출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의 극복을 위한 공동체 복원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잘 들리지 않는다. 공영미디어 KBS의 존재가치는 어쩌면 이런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더 빛날 수 있을지 모른다. 지금까지 KBS가 가장 잘해 온 전통과 공동체적 가치에 대한 존중과 수호 같은 것 말이다.

앞서 우리는 KBS가 원래 잘했던 일들을 왜 못하게 되었는지 어떤 문제들이 KBS의 발목을 잡아왔는지 살펴보았다. 그래서, 만약 KBS가 현재에도 여전히 그 존재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면, 우리는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 그것은 '공영미디어법(가칭, 이전 '한국방송공사법'처럼 KBS를 위한 독자적인 법)'이라고 믿는다. 이 법에는 공공가치에 복무하는 공영미디어의 정의를 명문화하고, 재원의 안정성을 보장하며, 거버넌스의 정치적 중립성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새로운 사회적 계약이 반드시 담겨야 한다.

이 법은 정권 교체 시기마다 반복되던 정치적 후견주의와 재정적 불안정성이라는 폐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어막으로 기술적 진보가 미디어 생태계를 뒤흔드는 대전환의 시기에, 그동안 우리가 허물고 있었던 미디어의 공공성과 민주주주의의 보루를 다시 세우는 가장 저렴하고 효율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이 공영미디어라는 보루는 수신료를 부담하는 시민들의 지지와 신뢰, 그리고 그 신뢰에 보답하고자 하는 KBS 구성원들의 치열한 전문가 정신과 책임의식,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합리적인 법제도에 뒷받침될 때 비로소 견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ㅇ>


** 이어지는 연재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공영방송 현장을 지켜 온 프로듀서의 시각에서 현실에 기반한 공영미디어의 비전과 개혁방안을 제시해보겠습니다.


참고문헌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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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법 (법률 제6139호, 2000.1.12. 제정)

지상파 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 (법률 제8713호, 2008.3.28. 제정)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 (대통령령 제33634호, 2023.7.12. 공포)

방송법 개정안 (법률 제20473호, 2024.10.22. 공포, 2025.4.23. 시행)

European Media Freedom Act (EMFA), Regulation (EU) 2024/1083. (2024.04.17)

UK Media Act 2024. (2024.05.24)

BBC Royal Charter (2017-2027) & Framework Agreement

German Medienstaatsvertrag (MStV) [독일 미디어주간협약]


2. 학술 논문 및 연구 보고서 (Academic Papers & Re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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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 (2026). <2025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 결과 요약 보고>.

국회입법조사처. (2025). <디지털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방송법 개정의 주요 쟁점과 과제>.

최세경, 노창희, 심영섭. (2025). <공영방송 재정 안정화와 전문가 감독 기구 설치에 관한 연구>.

황용석, 정재선 외. (2021).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시론적 연구. <방송통신연구>.

Ofcom (UK). (2026.01.14). <Update on implementing the Media Act 2024: Prominence and accessibility rules for connected TV platfor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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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l Market Research. (2025). <Global AI Video Dubbing Market Growth Analysis and Forecast 2025-2032>.

신삼수, 김동준 외. (2022). <공영방송 수신료 산정 및 검증 위원회 설치 방안 연구>.


3. 언론 기사 및 공식 발표 자료 (News & Official Statements)

박장범 KBS 사장. (2026.01.02). "2026년 신년사: AI는 KBS의 핵심 생존 전략이자 전사적 확산의 해".

연합뉴스. (2026.01.20). "국가AI전략위-한국방송협회, K-AI와 K-콘텐츠 상생 업무협약 체결".

KBS 뉴스. (2025.10.23). "TV 수신료 통합징수 오늘부터 재개... 수신료 가치 환원 본격화".

PD저널. (2025.04.17). "수신료 통합징수 법제화 완료... 국회 본회의 방송법 개정안 통과".

한국기자협회보. (2026.01.25). "KBS AI 방송혁신 성과와 향후 과제: 제작기술국 AI 프롬프터 도입 사례".

디지털데일리. (2025.10.23). "수신료 통합징수 재개... 1년 만에 정상화된 공영방송 재정 모델".

Taylor Wessing. (2024.05). <The European Media Freedom Act: New Safeguards for Media Pluralism and Editorial Independence>.

Polilingua. (2025.06). <Case Study: Netflix AI Dubbing Efficiency and Multilingual Localization Strategy>.

KBS 보도자료. (2026). <대하사극 ‘대왕 문무’ 제작 기획 및 2026년 하반기 편성 확정 안내>.

헌법재판소. (2024.05.30). <2023헌마852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제2항 일부개정령안 위헌확인 사건 결정문>.

매일경제. (2026.01.07). "방송협회 회장단, CES 2026 현장 참관... 미디어 AI 주권 확보 논의".

미디어오늘. (2021.01.28). "KBS 수신료 동결 40년... 주요국 수신료와의 격차 및 인상 무산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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