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는 ‘고유명사 오십’이 서툰 ‘보통명사 오십’을 찾아간 까닭은?
서두르는 ‘고유명사 오십’이 서툰 ‘보통명사 오십’을 찾아간 까닭은?
두통약은 보통명사다. 타이레놀은 고유명사다. 약국에 가면 두통약 달라고 하지 않고 타이레놀 달라고 한다. 두통약 보통명사는 고유명사 타이레놀이 되었다. 고유명사의 보통명사가 기업경영이 추구하는 궁극의 목표 중의 하나다. 마찬가지로 복사기는 보통명사다. 제록스는 고유명사다. 보통명사 복사기는 고유명사 제록스가 되었다. 이제 복사기라는 보통명사는 제록스라는 고유명사가 차지하게 되었다. 검색엔진은 보통명사다. 구글은 고유명사다. 보통명사 검색엔진은 고유명사 구글이 되었다. 이제 검색은 ‘구글링’ 또는 ‘구글하다’라는 말로 대체되고 있다. 한 회사의 고유한 사명(社名)이 해당 분야의 사명(使命)을 수행하면서 모든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된 보통명사가 되었다.
이런 기업의 경영논리가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람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개성이나 고유한 재능을 지니고 태어난다. “사람은 고유명사로 태어나 보통명사로 살아간다”(98쪽). 오은 시인의 《없음의 대명사》 시집에 나오는 ‘그’라는 시의 일부 구절이다. 대체 불가능한 고유한 존재로 태어났지만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아직 내 속에 있을까/아니면 사라졌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나는 없어졌고 어느 순간부터 다른 사람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내 머릿속 생각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의 생각이 들어와 주인행세를 하기 시작했고, 내가 추구하는 꿈과 욕망은 다른 사람의 꿈과 욕망을 모방해서 보여주려는 가식적 노력일 뿐이다.
보통명사로 살아온 오십이 고유명사로 살아갈 오십에게 말했다. 나도 처음에는 나답게 살아가려고 노력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내 안에 남이 들어와 그 사람이 시키는 대로 살다 보니 오십을 넘겼다고. 후반전은 보통명사로 살아온 지난 오십에서 벗어나 고유명사로 살아갈 오십으로 변신하는 전환점이라고 아울러서 한 말씀 전해줘다. 고유명사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럽다’는 말은 지워버리고 ‘~답다’라는 말에 어울리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유영만 스럽다’는 말은 누군가를 흉내 내다 아류작으로 전락한 상태지만 ‘유영만답다’라는 말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영만의 대체불가능한 고유함이 드러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는 남의 인생을 살아왔지만, 지금부터는 나의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게 보통명사로 살아온 오십이 뒤늦게 깨닫고 전해주는 인생 교훈이다.
누구나 공유하는 보통명사가 고유명사로 바뀌려면 나만의 독특한 체험적 사연이 결부되고 그 체험적 사연을 해석하는 공부가 필요하다. 보통명사가 고유명사로 바뀌는 순간은 보통명사로 통용되던 개념에 한 개인의 신념이 반영될 때다. 그 순간 누구나 만날 수 있는 국어사전의 보통명사가 아니라 나의 특수한 체험적 사연과 사유체계가 스며드는 고유한 개념이다. 스치면 인연이지만 스미면 연인이 된다. 마찬가지로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보통명사에는 나만의 고유한 신념이 추가되지 않는다. 하지만 하나의 보통명사에 해당하는 특정 개념을 직접 몸으로 겪어보는 순간 나의 사랑과 열정이 스며들어 독특한 사유체계로 물들기 시작한다.
고유명사로 태어난 삶을 살다 보면 어느 사이 보통명사로 되는 일은 일상다반사다. 문제는 보통명사가 이제 상태가 악화되어 일상과 거리가 멀어진 추상명사로 바뀌는 경우에 있다. 보통명사는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먹고 산다. 하지만 추상명사는 일상에서 비상하는 상상력을 먹어본 지 오래된 관념의 결정체가 많다. 사랑, 행복, 열정, 도전, 신뢰, 공감과 같은 추상명사가 구체적인 일상에서 매일 실천되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 언어가 되지 못하고 다짐이나 결심 상태로 머무르기 시작하면서 삶의 위기가 몰려오기 시작한다. 세상의 모든 추상명사도 본래는 동사로 살던 명사였다. 예를 들면 사랑이라는 추상명사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모든 시간에 서로가 서로에게 보여주는 모든 동작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물 한 컵 나눠주거나 먹고 싶은 밥 한 끼 사주는 행동도 사랑이라는 추상명사를 동사화시키는 구체적인 동작이다. 사전에 나와 있는 모든 추상명사를 동사화시키는 경험의 깊이와 넓이가 오십 후반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고유한 스토리로 축적되는 결정적인 동인(動因)이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드는 방법 중의 하나는 모든 추상명사를 동사로 바꿔 살아가면서 경험하고 깨달은 점을 기록하는 것이다.
보통명사로 서툴게 살아온 오십 전반전의 삶은 나름 치열하게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시간의 흐름에 맡겨놓고 뭔가 바뀌기를 기대했던 삶이었다. 시제로 말하면 오십 전반전의 삶의 단순 미래였다. 단순 미래는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변화되는 미래이고, 의지미래는 사람의 결심과 의지에 따라 변하는 미래다. 단순 미래와 의지미래는 누구에게나 똑 같이 주어져서 흘러가는 물리적 시간인 크로노스와 그 주어진 시간을 어떤 의미를 부여해서 다르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심리적으로 다르게 다가오는 시간인 카이로스에 각각 상응한다. 단순 미래는 나의 주관적 의지에 관계없이 때가 되면 다가오는 크로노스의 미래이고, 의지미래는 내가 어떤 결심과 결단을 하는지에 따라 다르게 변하는 카이로스의 미래다. 단순 미래로 살았던 보통명사 오십 전반전의 삶은 의지미래로 살아갈 고유명사 오십 후반전에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은 믿지 말라고 충고한다. 지금까지와 다른 삶을 살겠다는 결단과 의지가 뒤따르지 않는 이상 이 또한 지나가지 않고 이 또한 영원히 반복된다. 그게 바로 니체가 말하는 영원회귀다. 뭔가 다른 조치를 취하고 다르게 살지 않으면 지금 이 순간의 삶은 영원히 반복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절반의 인생을 서툴게 살아온 보통명사지만 남은 후반전만이라도 서두르지 않고 고유명사로 살아가기로 결단을 내린다. 고유명사로 살아가기로 결연하게 행동하는 순간이 오십 후반전의 반전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전반전을 보통명사로 살아온 서툰 오십이 앞으로 다르게 살아가려고 서두르는 오십에게 고유명사로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가장 나답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이라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 먼저 전반전을 살아본 보통명사 오십도 앞으로 후반전을 살아갈 고유명사 오십과 함께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동반자인 셈이다. 절반을 살아본 보통명사 오십과 절반을 살아갈 고유명사 오십은 결국 남은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동반인 셈이다. 절반은 그래서 언제나 동반이다. 먼저 살아본 보통명사 오십이 후반전을 살아갈 고유명사 오십을 기다리다 만난 우연한 마주침으로 깨우침을 전해주는 오십 수업의 대장정을 마무리할 시점이다. 전반전을 이미 뛰어보고 후반전을 달리는 오십이 후반전을 준비하는 또 다른 오십에게 내미는 손길에는 먼저 살아본 사람의 혜안과 안목의 지혜가 담겨 있다. 그 지혜의 오솔길에서 후반전 오십은 그 누구의 삶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고유명사로 살아가면 좋겠다.
오십 후반전을 고유명사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보통명사로 살아온 전반전의 삶의 방식을 절반으로 줄이고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만드는 의지미래의 삶을 두 배로 늘려야 한다. 의지미래가 바꿔가는 인생 후반전이야말로 인생 반전을 일으키는 절호의 시점이다. 삶의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하지만 아직 살아보지 못한 미스터리의 세계를 온몸으로 경험하고 음미하면서 나만의 작품을 완성하는 시기가 바로 오십 후반전이다. 인생 전반전이 먹구름으로 가려진 절망적인 삶이었다고 해도 지금부터라도 타성에 젖어 습관적으로 반복했던 무미건조한 삶에서 벗어나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미지의 세계로 뛰어드는 삶을 두 배로 늘린다면 전반전의 삶과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전반전은 누군가 만든 무대 위에서 ‘취직’ 인생을 살았다면, 후반전은 내 삶의 의미를 두배로 늘려주는 ‘취향’을 만끽하는 시기다. 취향에 취(醉)해야 원하는 것을 취(取)할 수 있다.
세바시 인생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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