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제대 후, 23살에 처음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의 작은 은행에서 인턴십을 한 적이 있다. 미국과 한국은 여러 측면에서 달랐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점심시간 문화' 였다.
한국에서는 점심시간이 되면 다 같이 우르르 나가 식당에서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며, 커피까지 마시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풀코스'를 밟는게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훨씬 자유로워졌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조금 다른 모습을 발견했다. 많은 직원들이 도시락을 싸 와서 자리에서 먹거나, break room에서 노트북으로 업무를 하면서 식사를 해결했다. 점심시간을 정해진 틀에 맞추기보다 각자 업무 일정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하는 분위기였다.
이 근본적인 차이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를 고민해 보았을 때, 회사가 직원들의 성과나 역량을 무엇으로 평가하느냐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무 시간과 점심시간을 칼같이 지키고, 정해진 quota를 채우며, 밥 먹고 제시간에 돌아와 책상에 제때 앉아있는지, 출퇴근 도장이 찍혀있냐 아니냐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맡은 업무의 성과와 결과만을 판단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 그 차이가 아닐까 싶다.
한국도 스타트업이나 사기업을 중심으로 '성과 중심의 임직원 평가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어떠한 결과와 성과를 만들었고, 그게 회사에 어떠한 기여를 했으며, 부족한 점은 무엇이었으며,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다르게 해야하는지를 논의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공공기관이나 전통적인 기업에서는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 관리' 가 인사팀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 것으로 알고 있다. 8시 59분즘 엘리베이터를 타면 9시 땡 하기 전에 지문 도장을 찍기 위해서 발을 동동 구르거나, 뛰어가는 분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더 오래 일하면 당연히 더 많은,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그걸 강제하는 문화와, 개인의 자율에 맡기는 문화는 분명 차이가 있다. 회사의 조직 문화,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We measure results, not hours.”
(우리는 시간을 측정하지 않는다. 결과를 측정한다.)
얼마 전 구글의 사내 문화를 보여주는 한 이미지를 우연히 봤다. 참 어려운 문제라서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쉽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팀을 운영하고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는 입장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볼 만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