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화는 한 번 보면 충분하지만, 어떤 영화는 계속 다시 보게 된다. 이미 줄거리를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내게 그런 영화는 "리틀 포레스트" 그리고 "어바웃 타임" 이다.
이 두 영화는 자극적이지 않다. 거대한 사건이 터지지도 않고, 극적인 반전도 없다. 대신 잔잔한 흐름 속에서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자연의 풍경, 일상의 작은 순간들, 그리고 담담한 대사들이 묘하게 마음을 정리해 준다.
우리는 흔히 영화는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창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로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가 주는 위로가 더 클 때가 있다.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나,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는 안정감. 일상에서는 늘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 속에서는 내가 아는 대로, 내가 기억하는 대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예상 가능한 흐름 속에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둘, 새로운 발견이 생긴다는 점. 처음 봤을 때는 놓쳤던 작은 장면들이 눈에 들어온다. 대사 한 줄, 캐릭터의 미묘한 표정, 배경 속 사소한 디테일까지. 같은 영화를 보면서도 매번 새로운 부분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셋, 그때 그때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점. 같은 장면을 보더라도,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예전에는 무심코 넘겼던 대사가 어느 날 문득 깊이 와닿기도 하고, 주인공의 감정이 나의 현재와 겹쳐지면서 더 몰입하게 되기도 한다.
새로운 영화를 찾아보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이미 봤던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이 더 큰 위안이 될 때가 있다. 처음 봤을 때보다 더 깊이 느껴지고, 더 편안하게 스며드는 영화. 그게 바로 우리가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찾는 이유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