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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즈 Oct 26. 2020

우리의 DNA에는 아프리카가 있을까?

사무소에서 근무하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인턴은 20명쯤 겪은 것 같고, 코디네이터, 봉사단, 출장 전문가, 기업인, 공무원 등등 수천 명을 만난 것 같다. 


사무소에서 같이 근무한 한국 직원들에게 가끔씩 그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의 DNA에는 남들과 다른 무언가가 있어서, 그게 우리를 아프리카로 이끌었다고. 

여행이 아니라 6개월 이상 1년, 2년, 3년을 근무하러 서아프리카의 아비장까지 온 건,

왠만한 사람들인 쉽게 하지 못하고 하려고도 하지 않는 일이고, 그걸 선택하고 실행한 우리에게는 남들과 다른 무언가가 유전자 안에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어떤 인턴은 카톡 프로필에 '아프리카 청춘이다'라는 글귀를 새겨 넣었다. 


열악한 환경과, 짜증나는 일처리의 연속에 마땅히 쉴만한 것도 없는 이곳에서 우린 무얼 바라고 온 것일까. 

무엇이 우리를 여기까지 이끌어 온걸까 생각했다. 


아프리카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거창한 의지도, 삶의 괴로움과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 앞에서 좌절하고 지치고, 소리지르고, 털썩 주저않아서 흐려진 눈으로 맥주 한 잔을 마시켜 한 숨을 짓는다. 


늘 그렇지만 오늘도 내일도 일은 잘 안될 것이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 것이고, 요청한 내용은 회신이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여기에 있는 걸까? 


함께 근무하던 사람들에게 가끔식 '여기서 평생 살라면 살 수 있겠어요?' 라고 묻곤 했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이라고도 했고, 

나는 힘들지만 이정도면 오랫동안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오늘 둘째 아이는 갑자기 '나 있었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로 가고 싶어'란다. 


우리의 유전자에는 아프리카가 있었고, 그 유전자는 자식들에게 유전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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