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235일 차
부분 일식으로 하루 종일 뉴욕이 들썩들썩했다. 소셜 미디어에는 계속해서 일식 관련 포스팅이 올라오고, 단체 채팅창도 시끄럽고, 거리에는 일식 선글라스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가게 앞에 장사진을 이뤘다. 우리는 아마존에서 미리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도서관들에서 많이 일식 선글라스를 나눠줬었는지 도서관마다 ‘배포 종료’ 안내를 내걸어 놓기도 했다.
하필이면 부분 일식이 일어나는 3시 25분이 수업 시간이라, 대학원에 와서 처음으로 수업을 쨌다. (중간에 나갔다.) 교수가 조금 일찍 마쳐준다고는 했지만, 딸내미와 남편이 학교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남편이 내내 언제 오냐고 메시지를 보냈다 ㅎㅎ
남편은 개기 일식도 아닌데 굳이 선글라스를 사야 되냐고 그러더니만 (개당 2불밖에 안 한다 ㅋㅋ) 신나서 내내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딸내미는 30분쯤 잘 보더니 일식 자체에는 흥미가 떨어져서 요즘 한창 빠진 과학자 놀이를 하며 주변의 돌을 끌어다 모았다.
가장 일식이 많이 진행되었을 때는 85-90% 정도 해가 가렸는데, 해가 가리니 낮인데도 어둑어둑해지고 기온이 내려가서 신기했다. 화산폭발로 먼지가 태양을 가렸을 때가 이런 느낌이었을까. 공룡들이 이렇게 죽었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 ㅎㅎ
정말 오랜만에 날씨가 좋았고, 학교의 모든 학생들이 다 캠퍼스 중앙으로 모여들어 축제 같았다. 음식을 가지고 와서 먹으면서 보는 아이들도 있었고, 드러누워서 감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이도 일식보다도 그런 분위기가 좋은지 잘 놀았다.
축제에 왔는데 굳이 돌아다닐 필요 없이 편하게 앉아서 즐길 수 있는 느낌이었다. 부분 일식을 보려고 생각은 했지만, 생각지 못하게 가족 피크닉을 했다.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