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244일 차
시어머니가 한국에서 아이 옷을 좀 보내주시기로 했다. 보내주시는 김에 아이 속옷도 좀 부탁드렸고, 내 임부복도 시댁으로 주문해서 함께 보내주십사 요청드렸다. 우리가 옷 쇼핑을 많이 안 해봐서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여기서 옷 사는 건 은근 불편하다. 여기도 한국에서 옷 사던 유니클로/ 자라 다 있고, 여기도 아시안도 많이 살고 워낙 다양한 체형의 사람들이 있으니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예를 들어 얼마 전에는 아이가 입던 속옷이 작아져서 TJ MAX에 가서 속옷을 샀다. 한국에서 속옷 고르듯이 골반에 대어 보고 맞겠다 싶어서 샀는데 안 맞았다. 한국 속옷은 골반만 맞으면 됐는데, 여기서는 골반이 맞아도 허벅지가 끼였다. ‘기본적’인 체형이 달라서 그런 모양이다. 그리고 면의 질이나 신축성도 별로였다.
최근에는 내 임부복을 살 때 같은 불편함을 느꼈다. 한국에서는 워낙 긴치마를 많이 입으니, 첫째 임신 때는 중기 까지는 임부복이 아닌 일반 옷을 입었다. 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긴치마를 잘 안 입는다. 우리나라처럼 일상적으로 입을 만한 긴치마는 없고, 긴치마 하면 주로 ‘나 마음먹고 입고 나왔어’ 같은 느낌의 드레시한 옷들이 주류를 이룬다. 그러니 임부복을 찾아야 하는데 임부복은 레깅스가 많다. 여기 사람들은 워낙 일상에서 레깅스를 많이 신어서 그런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덥다. 이제 여름이 되어 갈수록 더 더울 텐데 원피스도 필요하다. 그래서 결국 이번에 아이 옷을 보내주시는 김에 부탁을 했다.
물론 아이 속옷도 내 임부복도 더 열심히 찾아보면 여기서도 살 수 있을 거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적당히 살 수 있는 물건을 여기서는 훨씬 더 많이 고민하고 찾아봐야 살 수 있다. 외국살이 한다는 건 그런 것 같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게 당연하지 않아 지는 것. 그래서 외국에서 살면 기본적인 에너지 소모가 더 많아지는 것 같다.
그래도 당연했던 것들이 더 기뻐지기도 한다. 이번에 온라인 아시안 마켓에 평이 좋은 참외가 들어왔길래 사봤더니 싱싱하고 맛있었다. 미국에서 이렇게 싱싱한 참외를 먹다니! 한 박스나 샀지만, 우리 가족 전부 ‘맛있다 맛있다’ 하면서 지겨운 줄도 모르고 먹고 있다. 한국이었으면 아마 한두 번 먹고 나면 감흥이 가셔서 남은 참외들은 냉장고에서 오래 묵다가 친정 엄마가 왔을 때 버리느니 가져간다고 가져갔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느끼는 의외의 불편함과 일상의 고마움을 오래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