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맑아졌어
눈을 뜨고 싶지 않아
시계를 보지 않아도 느낌이 와
지금은 아마 새벽일 거야
실눈을 뜨니 어둠이 기다리고 있어
머리맡 휴대전화 속 디지털시계는
새벽 3시 57분
거봐 안 봐도 안다고 했잖아
잠을 청해야 해
아직 일어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야
생각이 머릿속을 다 채우기 전에
다시 잠들어야 해
눈을 감고 숫자를 세
양이든 고양이든 강아지든 셀 수 있다면
뭐든 떠올려
다시 잠들어야 해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궁금증이 일어
그냥 일어날까
갈등이 일어
글렀어
머릿속에 생각들로 가득 찼어
의식은 더 또렸해졌어
몸이 마음을 원망해
또 하루를 이겨내려면 푹 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게 하니
휴대전화 속 디지털시계는
5시 57분을 가리키고 있어
일어날 시간이야
이상하지
이제 좀 졸려
1분이 1년이었으면 좋겠어
이대로 영영 깨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몸과 마음이 한마음이 됐어
하지만 일어나야 할 시간이야
세상은 참 아이러니 해
서로를 원망하다가도 마음이 맞는 때가 오면
늘 이렇게 돌아서야 하니 말야
세상살이가 어렵다는 건 이래서겠지
내 몸과 마음도 제대로 가누기 힘든데
사람들 사이에서 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