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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Nov 25. 2019

美 서부여행 9박10일 뽀개기 #1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감사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

 우연히 들려온
중국 남방항공 특가 소식

금요일 오후 반차를 내고 설레는 마음을 부여잡고 LA행 중국 남방항공을 타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 비록 날씨는 겨울비가 온 후라 쌀쌀했지만 마음속은 따뜻하기만 하다.


이번 여행의 시작도 역시 아내 덕택에 가능했다. 우연히 듣게 된 중국 남방항공의 미국 편 비행기 삯 특가 소식이 우리 이번 여행의 시발점이었다. 아내에게 들은 비행기 삯은 그야말로 '서프라이즈'.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보통 한국에서 미국 LA로 가는 비행기 삯은 인당 아무리 싸게 해도 최소 80만 원 정도다. 물론 비싼 비행기 삯은 150만 원 이상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미국 여행은 사실 꿈도 꾸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특가 덕택에 미국 여행에서 비행기 삯을 절반 정도에 구할 수 있었고, 난 아내의 말을 듣자마자 '콜'을 외쳤다. 무조건 가자고 했다. '이번 아니면 언제 가보겠냐'는 생각에서였다.


우리의 미국 LA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리고 아내의 꼼꼼한 여행 계획 덕택에 정말 최적화된 동선으로 여행을 편하게(?) 다닌 것 같다. 이렇게 글로 남기는 것 역시 아내의 엄청난 수고로움이 담긴 여행 일정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에서다.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은 7일 차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날이다. 7일 차에서 언급하겠지만 LA 중심가에 있는 밀레니엄 빌트모어 호텔 객실 내 마련된 서재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내 삶의 동반자인 스마트폰과 내가 늘 챙겨 다니는 무선 키보드...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늘 내게 감동을 줬던 호텔에서 제공해주는 아메리카노 다크 로스팅 커피... 이렇게 호텔에 머무르며 글을 쓰고 있으니 너무도 행복하다. 평생 이렇게 여행 다니며 글 쓰며 남은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도 많다. 그중에 하나는 와인과 유럽사를 좋아하니 이민 가서 가이드를 하며 사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도 진지하게 해보기도 했다. 언젠가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꿈을 꾸지 못하는 날이 온다면... 어쩌면... 한국을 떠날 수도...... 그때가 온다면... 더 깊게 고민해봐야겠다.

거듭 강조하지만 미국 서부 LA 여행은 볼거리가 참 많은 곳이다. 그만큼 이동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한다. 우리 가족에게 이번에 주어진 시간은 단 9일이다. 비행기에서만 왕복 32시간 가량 보내니 약 8일 정도 여행이 가능하다. 아내의 일정표는 이 시간을 쪼개고 쪼갠 가장 효율적인 동선이라고 자신한다.


진심으로 아내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고생해준 덕택에 우리 가족은 즐겁고 행복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순간을 기억 속에 남길 수 있었다.

우리가 집에서 나와 비행기를 타러 가는 날 비가 왔다....
장거리 비행 시 필수사항
'두둑이 먹어두기'

우리가 이번에 특가로 잡은 비행기는 중국 남방항공 비행기로, 중국 선양을 경유해 LA공항에 도착하는 여정이다.


비행기를 타기 전 공항 지하 식당가에서 아내는 김치찌개를, 아들은 스팸, 계란말이 등으로 배를 채웠다. 나도 김치찌개를 먹었으나 배가 부르지 않아, 공항 라운지로 향했다. 신한카드를 가지고 있어 무료인 '마티나 라운지'로 들어갔다. 떡볶이에 양념 치킨에 콜라 등을 배 터지게 먹었다. 그렇게 먹고 난 뒤에 게이트로 향했다.


금요일 저녁 8시 40분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2시간여 뒤에 중국 선양에 도착했다. 선양에서의 입국심사는 굉장히 까다로웠다. 예전 베이징 여행 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패키지여행이어서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으나...... 이번에 중국 입국 심사에 걸린 시간만 1시간 반 가량 됐다. 단순히 경유하는 것이었음에도 그들은 우리를 굉장히 꼼꼼하게 살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우리는 겨우 선양 공항에 입국하게 됐고, 이제 다시 출국 수속을 밟게 됐다. 미리 인천공항에서 공항 티켓은 미리 밟은 받은 상황이어서 짐만 보내면 됐다. 또다시 출국 심사장..... 몸수색이 살벌하다. 물론 우리는 무사히 통과했다. 누군가에게는 저렴한 비용에 따른 감내해야 하는 절차일 수 있겠으나, 누군가에게는 저렴하게 산 비행기 삯 이상의 스트레스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기업인이 되어서 일까. 중국 남방항공 경영자 및 직원들에게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항공사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장기적 우호 고객 확보를 위해 특가 프로모션을 아무리 진행한다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정부에서 도와주지 않는다면 결국 마케팅 프로모션 비용은 버려지는 돈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에서다. 어쩌면 오히려 중국 경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더 커지지는 않을지....


우리는 LA공항으로 출발하는 중국 남방항공이 있는 30번 게이트로 이동했다. 벌써 피곤이 몰려왔다. 그렇게 배 터지게 먹었음에도 입국과 출국 심사를 받다 보니 배가 다 꺼져버린 탓이다.


게다가 중국 선양을 거쳐 LA로 가는 비행기는 출발 시간이 새벽 1시 20분이었다. 이쯤 되면 야식이 땡기는 시간이기도 하다. 난 아들 마실 물을 찾아 30번 게이트 주변을 살폈다. 그러다 발견했다. 바로 식수대 옆에 편의점에서 봤던 사발면 용 뜨거운 물이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미국에서 먹으려고 준비했던 사발면을 꺼냈다. 다행히 기내용 캐리어 안에 사발면을 담아놨다.


혹시나 해서 주위를 살펴보니 사발면을 챙겨 먹는 이들이 보였다. 우리도 사발면을 먹으며 지루한 비행기 출발 시간을 기다렸다. 사발면 하나가 주는 행복이 이렇게 컸단 말인가....

LA 공항으로 출발

드디어 중국 남방항공 비행기를 타고 LA공항으로 출발이다. 중국 남방항공 비행기에 대한 느낌은 '쾌적함'이다. 저렴해서 노후한 비행기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새 비행기 같았다. 기내 와이파이도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고, 좌석 등받이 쪽에 장착된 모니터도 새것 같았다.

약 13시간 동안의 장거리 비행 승객을 위해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준비돼 있었다. 할리우드 영화부터 중국 영화, 애니메이션 등뿐 아니라, TV, 게임 등도 있다.

비수기여서 그런지... 내 옆에 앉은 중국인 아줌마는 로또를 맞았다. 비행기 좌석은 2-4-2구조로 배치돼있다. 아내와 아들은 창가 쪽 자리를 앉고 난 가운데 복도 쪽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내 옆 아줌마의 그 옆자리 2 좌석에 아무도 없었다. 그 아줌마는 누워서 영화를 보며 LA공항까지 갔다. 정말 부러웠다....


서비스도 좋았다. 비행기가 LA공항에 도착할 즈음이 되자, 승무원 한 분이 기내 어린이 승객들을 찾아다니며 선물을 주셨다. 아들은 뜻밖의 선물에 중국 남방항공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게 됐다.

중국 남방항공을 경험하기 전에는 걱정이 컸다. 티웨이 항공 등 저가항공을 이용 후 느낀 불안함이 있어서였다. 하지만 경험해보고 확신하게 됐다. 우리가 탄 중국 남방항공은 저가 항공이 아니라, 중국 남방항공이라는 이름을 알리기 위해 프로모션을 진행했고 우리는 정말 운이 좋아 절반 가격으로 비행기 삯을 구매한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LA공항 도착

LA공항에서도 입국 심사를 받고 나오니 1시간 반여가 훌쩍 흘러있었다. 기다림에 익숙해지라고 하나님께서 내게 준 선물(?)이라 여기기로 했다.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다 감사함으로 받아들여야 우리 가족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 내가 더 많이 움직여야 하고, 내가 더 많이 웃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가족이 한 번 더 웃을 것이다. 내가 더 많이 노력해야 이번 가족 여행도 행복한 마음 가득 안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고 믿는다.

우버 타고
할리우드로 가즈아~~!!!

공항터미널로 나오면 우버(Uber), 또는 LAXit이라고 크게 적힌 버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버스를 따라가다 보면 '우버', '우버'라고 큰 소리로 안내해주는 분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초록색 조끼를 입고 있다.


우버 승차장으로 우리를 데려다주는 버스는 수시로 오고 갔다. 우버 조끼를 입은 모든 분들은 친절했다. 대형 캐리어를 든 승객이 버스에 타려고 하면 안내해주시는 분이 버스 내 마련된 3층 선반에 캐리어를 옮겨주셨다.

우버 택시를 타고 호텔로 이동

사실 한국에서는 우버를 이용해 본 적이 없었기에.... 어리바리할 수밖에 없었다. 장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하지만 기우였다. 한글로 된 우버 앱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우버 승차장으로 이동하면서 우버 앱을 실행하니 친절하게도 우버 승차장에 대한 한글 안내 페이지에 대한 링크가 나왔다. 우버를 이용하려면 어느 승차장에 서 있으면 되는지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되어 있었다.

카카오 택시처럼 혹시나 우버 차량이 승차거부나 콜 매칭이 안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공항에서는 매칭 되는 시스템이 아니었다


우버 승차장에는 이미 수십대의 우버 드라이버가 자신의 차량을 승차장에 대기하고 있었다. 공항에서 우버 앱을 실행하고 목적지를 입력하면 PIN 넘버가 화면에 나오는데 대기하고 있는 우버 드라이버에 짐을 싣고 PIN 넘버를 운전자 분이 자신의 앱에 입력하면 자동으로 길안내가 시작되는 방식이다.


나는 신용카드를 통한 자동결제로 진행했다. 후기를 보니 현금 결제 시에는 팁을 요구하는 등 서로 불편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는 글을 봐서다. 우버 앱에 신용카드를 등록해서 이용하면 그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공항에서 할리우드까지
할인받아 24.99달러

우버 앱을 실행하니 30일 사용 가능한 할인 쿠폰(24.99달러)을 구매하겠느냐는 팝업이 떴다. 구매하니 공항에서 할리우드까지 31.78달러인데 할인받아 24.99달러 올 수 있었다.


한국에 오기 전 공항에서 할리우드까지 택시비를 알아봤었다. 50달러였다. 우버 덕택에 반값에 온 셈이다.


할리우드 중심가에 있는 숙소 도착

공항에서 50분쯤 걸려 도착한 우리의 숙소. 비행기 안에서 8시간 넘게 잤지만 역시나 피곤하다. 이래서 여독이라는 단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하니 밤 11시가 넘었다. 내가 묵은 숙소 바로 옆에는 인 앤 아웃 햄버거 가게가 있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새벽 1시 반까지 영업이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그냥 포기했다.


너무 늦은 시간이기도 했고, 내일 아침 조식을 맛있게 먹고 싶은 마음에서다. 이번 여행을 오기 전에 LA 동향을 좀 알아보니 요즘 LA에는 차량 강도가 급증했다는 얘기가 들렸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차를 렌트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이것이 컸다.

힘든 하루의 마무리

별로 한 것도 없이 하루가 지났다. 한 것이라고는 이동이 전부였다. 숙소에 도착하니 몸이 나른해져 온다. 미국이 춥다는 얘기만 하도 들어서 혼자서 내복에, 캐시미어 니트에, 카디건에 패딩조끼에, 구스다운 아웃터까지 껴입고 왔는데... 여기 사람들 옷차림은 무지 가볍다.... 반팔티도 있다.......


그러면 어떠랴. 나는 관광객인걸... 숙소가 깔끔하니 마음에 든다. 이제 오늘 여정을 마무리하고 잠을 청하려 한다. 내일 아침 조식이 기대된다. 아....... 내 삶의 첫 미국 여행... LA에서의 하루가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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