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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Sep 08. 2015

#17. 내 인생을 바꿔 준 축복할머니

할머님 감사합니다. 전 할머님 축복 덕분에 이만큼 성장했습니다.

구정 연휴를 앞둔 불금

2011년 1월 21일 금요일 밤 10시 30분쯤.


퇴근이 늦었다. 매서운 추위를 피해 역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날도 글쓰기 나머지 공부를 하고 퇴근하던 길이었다. 글쓰기 지진아였던 내게 나머지 공부는 선택 아닌 필수였다.


이날은 유독 평온했던 날로 기억한다. 거리는 한산했다. 취객들도 많지 않았다. 그저 잔뜩 몸을 웅크리고 거리를 스쳐지나 가는 이들 뿐이었다. 나 역시 그랬다. 빨리 집에 가서 따뜻한 물로 샤워하 고 싶었다.


거부할 수 없는 마음의 미세한 떨림

할머니 한 분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초콜릿을 팔고 있었다. 한 손에는 검은 비닐봉지가, 다른 한 손에는 손바닥만한 초콜릿이 들려져 있었다. 맨손이었다. 칼바람이 부는 날씨였음에도 할머니는 두터운 외투도 입지 않고 계셨다.


할머니는 지나가는 내게도 초콜릿을 사 달라고 했다. 속삭이듯이...


길거리에서 초콜릿을 파는 것이 많이 서툴러 보였다. 수줍게 도움을 요청하는 말씀과 행동에서 난 왠지모를 가슴 저림을 . 


한평생  거짓말하지 않고, 그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왔을 것 같 분이란 직감이 다.  추운 겨울에 거리로  사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구정을 앞둔 시점이기도 했으니...


무심코 그냥 지나쳤음에도 할머니의 이미지  가슴속 깊이 새겨졌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결국 10미터를 더 가지 못하고 발걸음을 멈췄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자꾸 눈시울이 붉어졌다. 엄마가 미치도록 보고 .


꼭 도와드려야 해

마음이 말했다. 지갑을 꺼냈다. 지갑 속은 텅텅 비어 있었다. 사실 그럴만했다. 당시 내 월급은 100만 원이 조금 넘었다. 매월 돌아오는 카드빚을 감당하기에도 벅찬 시기였다.


빈 지갑을 확인했으면 '어쩔 수 없'라며 단념할 수 있었을 텐데, 이날은 그렇지 않았다. 마음은 줄기차게 내게 요구했다. 도와드려야 한다고. 추위에 떠는 할머니를 두고 그냥 갈 수 없다고. 난 뭐라도 해야 마음이 진정될 것 같았다.


'사실 내게 만원은 있으나마나 한 돈이잖아. 1만 원 없다고 내 삶은 달라지는 게 없어. 하지만 저 할머니께 지금 1만 원은 따뜻한 한 끼의 식사가 될 수도 있고, 혹시 알아? 집에 손자들이 있다면 구정 선물을 사줄 수 있을지...  추위 나오신 이유가 분명 있으실거야...'


ATM 기기를 찾으러 주위를 다녔. 마침  ATM기기가 보였다. 수수 따윈  않았다. 


할머니 어디 가셨지?

1 원을 인출한  할머니를 봤던 으로 다시 뛰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순간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 나의 망설임 때문에 할머니가 벌써 자리를 옮기신 것은 아닌지, 아니면 그냥 집으로 가신 건 아닌지 후.


차근차근 주위를 살폈다. 마음이 좀 안정이 되자 할머니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는 조금 아래쪽으로 내려가 계셨다. 아까 전 보다 사람들이 많아져서 눈에 안보였던 것이었다. 다행이라 생각했다.


일단 할머니가 계신 곳으로 걸어갔다. 어떻게 드려야할  막막했다. 나도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할머니께 돈을 드리지 못하고 주위를 맴돌았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다... 당시 사스마리 경험이 있었다면 그냥 돌격해서 드리고 갔을 텐데 당시 난 너무나도 수줍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구나

그때 깨달았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익숙하지 않은 것을 한다는 것에는 늘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렇게 주위를 서성이며 시간을 허비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너무 추웠다. 


용기를 냈다. 그리고 무작정 할머니께로 다가가 돈 만원을 손에 건네 드렸다. 그리고 속삭였다.


"할머니 추운데 이만 들어가셔서 따뜻한 밥이라도 챙겨 드세요"라고...


할머니 ㅠ_ㅠ

헉! 근데 할머니께서는 정말 엄청난 돈을 받은 것처럼 손사래를 치시며 받지 못하셨다.


"저희 어머니가 생각나서 드리는 거예요. 추운데 어서 들어가셔서 따뜻한 방에서 몸좀 녹이세요"라고 말하며  만원을 할머니 손에 쥐어드렸다.


할머니는 내게 검은 비닐봉지를 주시며 초콜릿을 가져가라고 하셨다.


난 할머니께 웃으며 "아니에요 전 괜찮습니다. 할머니 곧 새해인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눈물이 보이지 않게 눈에 힘을 꽉 주며 말했다.


 그걸  수 없었다.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곤 뒤돌아서며 발걸음을 다시 역으로 옮겼다. 서둘렀다. 할머니가 돈을 돌려주시면 안되니까.


총각, 축복 받을 거에요

등 뒤에서 할머니의 커다란 음성이 내 귀에 들여왔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축복받 거예요. 축복받 거예"


할머니는 내게 거듭해서 큰 소리로 축복해주셨다. 주위에 지나가는 이들이 다 쳐다볼 정도로 아주 큰 소리로 축복해주셨다. 난 아직도  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축복의 대가가 내게 너무도 컸기에 후회가 든다.  그때 왜 1만 원만 찾았을까. 할머니께서 내게 해주신 축복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었는데...


난 왜 그렇게 인색했을까. 기왕 찾아서 드리는 거 좀 더 챙겨드릴걸이라고...


에필로그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의 감동... 이 이야기를 쓰는 지금도 마음의 울림은 생생합니다. 별 이야기 아닌 것 같지만 전 이 글을 쓰면서도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전 믿습니다. 진심은 마음을 움직인다고. 진심을 말할 땐 논리도 필요 없습니다. 구구절절할 이유도 필요 없습니다. 그저 단 한마디만으로도 상대방에게 전달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할머니께서 제게 해주신 축복은 지금 생각해도 참 행복합니다. 진심으로 받은 축복에 제가  그분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는 것이 그분의 축복 덕분 아닐까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감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할머님 잘 계시죠? 할머님 축복 덕분에 저도 대한민국 기자로 이만큼 성장했습니다. 할머니가 주셨던 감동 평생 가슴에 담고 살겠습니다. 할머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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