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직도 그의 발언은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냥 짐작만 할 뿐입니다
나는야 콜맨
신생매체는 내부 구성원과의 술자리가 많다. 구성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대표의 비전을 수시로 공유함으로써 구성원의 이탈을 막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구성원들끼리도 고민이 많다 보니 술자리를 통해 고민을 공유한다. 당연히 그 자리는 회사의 불만을 성토하는 자리가 되기 일쑤다.
난 귀여운(?) 막내였기에 여기저기서 찾는 선배들이 많았다. 동기가 없었으니 혼자서 방어전을 치러야만 했다.
이날도 그런 자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장소는 회사 인근 모처.
1차, 2차를 거쳐 3차까지 왔다. 시간은 12시가 넘어 1시가 다 돼갔다. 거리도 한산해졌다. 음식점들도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었다. 포장마차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포장마차로 발걸음을 향했다.
피했어야 했는데...
깡마른 체격에 눈매가 매우 날카로운 40대 중반의 남성과 너털웃음이 매력적인 팀장, 그리고 한 명... 은... 기억나지 않는다.
40대 중반 남성은 술을 오...래... 마시기로 유명했다. 당연히 마시는 양도 실로 엄청났다. 그것도 안주 없이... 굉장히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자기 자랑하는 것을 좋아했고, 평소 후배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기로 유명했다.
이날은 내가 그와 처음으로 술자리를 한 날이었다. 난 선배들이 그와 술자리 하기를 꺼린다는 것을 너무도... 너무나도... 늦게... 아주 많이 늦게... 알아버렸다...
선배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이 말이 튀어나왔다... 평소엔 부장이리고 불렀는데 술에 취해 나도 모르게...
그러자 불호령이 떨어졌다.
"야 너 나한테 선배라고 부르지 마. 니가 어떻게 내 후배야. 난 너를 후배로 인정하지 않아. 앞으로 선배라고 함부로 부르지 마"
"네..."
난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그 후 가시방석에 앉은 듯 술을 마셨다. 그의 눈치를 보며...
찍혔나...?
난 그날 이후 그가 했던 말의 의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다.
먼저 지난 6개월 동안 내 행실에 대해 되짚어봤다. 혹시 찍힐만한 경솔한 행동을 한 건 없었는지, 말실수한 건 없었는지 등을 살폈다.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땐 술 마시고도 말을 많이 하지 않았을 터였다... 회사 사람들뿐 아니라 대외적으로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내겐 낯설고 어려운 이들인 시기였다.
그럼 왜?
회사를 옮긴 후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그는 자신이 메이저(?) 출신이라는 자존감이 강했다. 자신은 어렵게 기자가 됐는데 여기 입사하는 애들은 쉽게 입사한 경우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자기처럼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았고 저널리즘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치부했을 수 있다'고...
에필로그
이번에도 조금 민감한 이야기입니다. 그렇다 보니 글을 쓰면서 고치고 쓰고 하기를 수차례, 아니 10번 이상 반복하곤 합니다. 오타는 죄송합니다. ㅠ_ㅠ 글의 내용 수위 조절을 하다 보면 늘 맞춤법은 뒷전이 되네요.
전 당시 이 회사에 들어간 게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제가 기자란 업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된 회사니까요. 여기에 입사하지 못했다면 전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 회사를 거쳐 들어간 회사도, 지금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운이 좋아서라고 생각합니다. 전 주변 분들에게 늘 말합니다. 전 생각보다 과대평가돼 있다고 말이죠. ^^;;
이번 편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은 단순합니다. 이전에도 한 번 언급했던 것 같은데요.
사람을 판단할 때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전 제가 다니던 매체가 신생매체였을 뿐입니다. 그 누구보다 고민하며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인격이 마이너는 아니었습니다.
군인이었을 때 누군가 제게 말했습니다. 제 계급이 이등병인 거지, 제 인격이 이등병은 아니라고 말이죠.
사실 아직도 그가 말한 "난 너를 후배로 생각하지 않아"라는 발언은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도대체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 그냥 짐작만 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