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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Jan 16. 2022

아들 덕택에 첫 스케이트

아들이 스케이트를 배우기 시작해 다녀온 샤넬 아이스링크

좌석이 얼마 없으니 서둘러야 해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서 잠시 쉬고 있던 내게 반가운 아내의 카톡 메시지가 왔다. 예매를 해달라는 짧은 메시지 뒤에는 링크 주소가 더해졌다. "좌석이 얼마 없으니 서둘러야 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빨리 서둘러야 한다!!!'


이 한 문장에 뭔지 몰랐지만 손은 눈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빠르게 파란색 줄로 표시된 URL 주소를 눌렀고... 반짝반짝 수많은 별들 속에서 매혹적인 자태를 드러내며 초승달 달 위에 기댄 모델 이미지가 나를 반겼다. 'CHANEL'이란 하얀 글자와 함께.

'이건 무엇일까'란 호기심도 잠깐 들었지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러다 예매 미션에 실패하면 큰일 나니 생각은 잠시 뒤로 미루고 예매를 빠르게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아무 생각 없이 예약하기를 따라 하고 안내에 따라 앱을 설치하고 나니 무사히 예약을 마칠 수 있었다.

오잉?!
이런 게 있었구나!!!

예약을 마치고 나니 이제 좀 마음속 여유가 생겨 차근차근 살펴봤다.


그랬다. 오늘 내게 주어진 미션은 샤넬이 잠실 롯데월드타워 근처에 야외 스케이트장을 설치하고 운영 중이니 예매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아들은 요즘 스케이트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배움이 있다면 실전이 필요한 법이니 아들을 위해 아내가 깜짝 선물을 준비한 것이다


덕분에 나도 난생처음으로 스케이트를 타볼 기회를 얻게 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작은 마음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두려움과 설렘이었다. 어린아이 같은 자아가 보내는 미동이랄까...


아들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해봤다. 늘 혼자서 배우기만 하던 스케이트였는데, 아빠랑 함께 스케이트를 그것도 야외 아이스링크에서 탄다고 생각하면 너무 셀레고 기쁠 것 같았다. 사실 나도 모르게 기대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으니 말이다.


'실내 아이스링크에서 배우던 아들에게 야외 스케이트장은 얼마나 설렐까'


예약을 마치고 내 머릿속에는 어릴 적 보기만 했던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장 속에서 즐겁게 스케이트를 즐기던 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릴 적 스케이트를 타던 이들이 많이 부러웠었나 보구나...'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아내에게 늘 감사하다.

D-Day!!!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났다. 아들도 그랬다.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가려면 서둘러야 한다. 기본적으로 교통체증이 심한 곳이어서 자칫하면 늦을 수 있어서다. 1시간 30분 전에 출발했지만 역시나... 빠듯하게 도착했다. 역시 잠실 롯데월드는 차를 가지고 가기엔 버거운 지역이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지하 주차장에 이클이를 주차하고 아들과 함께 1층 샤넬 야외 아이스링크가 마련된 곳을 찾아 달렸다. 아내는 우리의 또 하나의 가족인 '우니'와 인근 산책을 하고, 나는 아들과 스케이트를 타는 것으로 R&R(책임과 권한) 업무분장도 마쳤다.


사실 잠심 롯데월드타워를 온 적이 거의 없다 보니 한참을 헤맸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이기도 하고 워낙 공간이 넓기도 해서다. 전투적으로 주변 롯데월드타워를 지켜주시는 분들께 물어물어, 샤넬이 마련해 놓은 실외 아이스링크장에 늦지 않게 도착했다.

N°5 홀리데이 리미티드 에디션

쓰윽하고 살펴보니 이곳은 샤넬 뷰티 브랜드 론칭장처럼 꾸며놨다. 그래서 다시 한번 예약 페이지를 꼼꼼하게 읽어보니 '샤넬의 아이코닉 향수 100년을 기념하는'이라는 수식어가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아... 그렇구나... 샤넬이 리미티드 에디션 ‘N°5 홀리데이 컬렉션’을 출시했고 이것을 홍보하기 위해 야외 아이스링크장을 마련한 것이구나! 역시 스케일이 남다르긴 하다'


아들과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니 그래도 이 자리가 있을 수 있게 해 준 'N°5 홀리데이 리미티드 에디션'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N°5 향수의 100년의 명성을 기념하기 위해 선보이는 해당 컬렉션은 ‘N°5 오 드 빠르펭 리미티드 에디션’과 ‘N°5 로(L’EAU)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두 에디션은 마드모아젤 샤넬의 행운의 숫자인 '5'가 골드와 실버 컬러의 라벨로 새겨 홀리데이 무드를 더했다는 게 샤넬 측의 보도자료 속 설명.
자 이제 아들과 함께
스케이트를 탈 준비를 해볼까나

방역 패스 기간인 만큼 백신 접종 인증을 하고, 온도 체크하고 샤넬 앱을 통해 예매한 내역을 보여주면 스케이트와 헬멧 그리고 장갑을 빌려주는 대여소와 짐을 넣을 수 있는 락커룸이 있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대여료는 없고 모두 무료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여 의무실도 마련돼 있었다. 입장할 때 샤넬 앱 다운로드 인증하니 선물도 주셨는데, 손난로랑 이번에 론칭한 향수랑 샤넬 로고가 들어간 배지가 들어있었다.

아이스링크 사용 시간은 40분

실외 스케이트장은 얼음이 아니었고 스케이트를 탈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곳이었다.


스케이트 역시 플라스틱 소재였고 스케이트 날도 날카롭기보다 둔탁했다. 스케이트가 아니라 스케이트 같이 만들어놓은 놀이 장비 같았다.


그래서 였을까. 아들이 실내 아이스링크에서 배우기 위해 탔던 스케이트와 다른지 스케이트를 탄다기보다는 뛰어다니다 벽 잡기 그러기를 반복했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타보는 터라, 아들에게 물었다. 실제 스케이트와 지금 우리가 착용한 스케이트랑 다른지가 궁금했다.


"아들, 실제 스케이트는 어때?"


"실제 스케이트는 이것보다 훨씬 가볍고 훨씬 더 안정적이야"


아내 말로는 아들이 스케이트를 곧잘 탄다고 했는데 내 앞에 서 있는 아들은 엉거주춤하며 중심잡기에 급급했다. 어쩌면 자신이 배울 때 신었던 스케이트와 달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실외 아이스링크를 찾은 이들을 살펴봤다. 모두가 스케이트를 처음 타보는 이들 같았다. 단연 커플들이 많았다.


그 와중에 눈에 띄는 커플(?)이 있긴 했다. 연인 같긴 했는데, 남자 친구로 보이는 분이 짧은 치마를 입고 얇은 재킷을 입고 춤을 추고 있는 여자 친구로 보이는 이에 대한 영상을 찍어주고 있었다. 남자분의 손놀림은 현란했다. 다양한 구도를 잡아내기 위해 스마트폰 카메라를 현란하게 움직였다. 큼직하게 쓰여있는 샤넬 로고 앞에 서서 SNS에 올릴 개인 영상을 찍는 것 같기도 했다. 짧은 음악이 나오며 거기에 맞춰 춤을 추는 그런 영상 말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기존 샤넬 아이스링크 후기를 살펴보다보니 실제로 이곳에 찾는 사람들은 스케이트를 타는 목적보다는 사진찍기 위함이 더 많은 듯했다.
아빠 도와줘

아들은 내게 연신 요청했다. 나도 생전 처음 타보는 스케이트였지만, 아들이 보기에 아빠는 꽤 잘(?) 타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아빠 밀어줘", "아빠 끌어줘"라고 하며 도움을 주길 바랐다.


난 스스로 기특했다. 생각보다 중심을 잘 잡았고 심지어 벽에 기대지 않아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처음 타보는 사람 같지 않아서 아들 앞에서 으쓱해졌다.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 카메라를 꺼내어 이 느낌을 찍고자 했다. 매 시간 예약자가 있다 보니 매 타임당 주어진 시간은 40분이다. 사실 40분이 짧지 않은 시간이다. 아들은 땀범벅이 될 정도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초보자의 안간힘이 남긴
영광의 상처

40분 동안 쉼 없이 움직였다. 아들은 어느새 땀범벅이 됐다. 스케이트를 타기보다 스케이트를 신고 뛰어다니길 선택한 아들은 나와 '아들 잡아라' 놀이를 하며 계속 달려야 했다.


달리다 보니 오른쪽 발 안쪽 복숭아 뼈 있는 곳이 쓰라렸다. 움직일 때마다 찰과상을 입은 것 같은 아픔이 느껴졌지만, 아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스케이트를 그만 탈 수 없었다. 어차피 아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은 길어야 40분뿐이니 참기로 하고 계속 아들과 잡기 놀이를 이어갔다.


아빠 이제 그만 탈래

아들이 에너지가 다 소진됐나 보다. 종료를 알리기 1분 전 내게 이제 나가자고 한 것이다.


아내는 실외 아이스링크 장 바깥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서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난 오늘을 기억하고 싶어 아들과 사진을 찍자고 요청했다. 아들은 요새 자신의 허락 없이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진 찍자고 동의를 얻고 찍었지만 여러 장을 허락하진 않는다. 내가 잘 못 나왔어도 아들이 잘 나왔으면 그걸로 난 감사할 따름이다.

오른쪽 사진은 자신의 초상권이 있으니 사진 찍지 말아줄 것을 멋지게 몸으로 표현하는 모습

장비를 반납하기 위해 스케이트를 벗었다. 내 복숭아뼈에는 넘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려는 나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영광의 상처가 있었다. 살갗이 벗겨진 것이었다. 새신을 신으면 뒤꿈치가 까지듯 생긴 그런 상처였다. 처음 신어보는 스케이트가 내게 준 추억이라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과 아내, 그리고 '우니'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낸 소중한 추억을 하나 만들었다. 이제 주차장으로 향하려는 데 고민이 생겼다.


롯데월드타워 지하주차장 가야 하는데
반려견 '우니' 어떻게 하지?

신세계 계열에 갈 때에는 사실 반려견인 '우니'와의 동행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게 됐다. 공식적으로 '신세계그룹 = 반려견 가능'이란 공표가 있어서였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주차한 곳은 롯데월드타워다. 나는 롯데월드타워에 주차하기 전 아내와 우니를 1층에 내려주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실외 아이스링크로 시간 내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던 터라 지금 일어난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우니를 데리고 롯데월드타워 지하주차장으로 어떻게 갈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일단 모르면 물어서 방법을 찾으면 된다. 정 안된다면 이클이를 1층으로 끌고 나와서 픽업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1층 출입구 방역 패스를 책임지고 계신 보안요원 분께 정중하게 여쭤봤다.


"저희가 반려견이 있긴 한데요. 지하주차장에 차가 주차되어 있어서요. 혹시 들어갈 수 있을까요?"


보안요원분은 호의적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그런 모습에 오히려 내가 놀랐다.


"강아지가 큰 가요? (아니요 2kg이 안 되는 작은 강아지예요) 작은 강아지시면 바닥에 내려놓지 않으신다면 롯데월드타워 내에 동반 입장 가능하세요"


'앗앗앗앗앗!!!! 그랬구나!!!! 입장 가능했구나!!!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 덕택에 우린 오늘 일정의 마무리까지 더욱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이 글을 쓰는 2022년 1월 16일인 오늘이 샤넬 실외 아이스링크 행사 마지막 날이다. 하지만 올해 연말에 또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찾아보니 샤넬 실외 아이스링크 행사가 지난해에도 있었다. 지난해에는 코엑스 K-POP 광장에서 한 달간 진행됐었다. 12월 초에 시작해 1월 중순쯤 행사가 끝나는 패턴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샤넬코리아 측에서는 특별한 조건 없이 앱을 설치하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으니,  사랑하는 가족, 연인과 다녀오면 좋을 장소인 것 같아 기록으로 남긴다.

실무자 입장에서 본다면

사실 행사를 기획한다는 것도 고된 일이지만, 한 번 기획했는데 대중적 호응이 괜찮다면 다음에 다시 진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올해 행사에서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았고, 관련해서 부정적 사회적 여론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2년 동안 이어진 행사이니 새로운 장소에 대한 행사 개최 당위성만 확보한다면 올 연말에도 샤넬 실외 아이스링크장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행사를 기획해본 실무자 입장에서 본다면, 행사가 2년을 이어왔고 기존에 이런 행사가 없었다고 한다면 '12월 실외 아이스링크장'은 '샤넬'이라는 하나의 공식이 성립될 수도 있다. 대중의 인식 속에서 말이다. '신세계그룹=반려견 가능'이라는 것처럼.


샤넬 지갑, 가방을 하나 구매하겠다고 오픈런을 몇 차례 시도했지만 리셀러들의 촘촘한 영업망에 밀려 번번이 좌절되며 샤넬코리아의 국내 판매 정책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 인식이 강했던 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행사 하나로 샤넬코리아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사실다.


물론 뭘 어찌해도 샤넬을 가지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많으니 사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샤넬코리아에서 취직해 마케팅/기획을 해서 월급을 받는 이나... 일반 기업에서 새로운 신사업을 일으켜서 미래 먹을거리를 고민해야 월급을 받는 나나... 어차피 월급 받고 살아가는 직장인이라는 점에서 보면 다 같지 않을까.


그러니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내년에 새로운 무언가를 기획하는 고단함과 행사에 대한 고객 만족도에 대한 불안함을 감내하기보다... 기존 매년 성황리에 고객의 만족도와 호응이 좋았던 행사를 이어나가는 것이... 기획자 입장에서나, 실무자 입장에서나, 의사결정자 입장에서나 모두 안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음이 당연하다.


그런 이유에서 올 연말에도 '샤넬 실외 아이스링크장'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렇게 구구절절하게 말하는 이유는 솔직한 마음으로 또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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